
계룡산에서....
동학사에서 계룡산 넘어 갑사 가는 길...
꽃피는 춘삼월 춘설이 난분분....
동학사 스님은 예불 준비에 한창이고
대웅전 꽃창살문에는 봄이 먼저 내려 앉은 듯....
겨울과 봄이 아슬아슬한 불륜의 연애를 하는지....
눈 뜨는 여린 가지에 눈이 쌓여 덮이고...
어떤 시인은 눈 덮인 산에서 가장 높은 정신을 보고..
어떤 시인은 눈 녹은 발자욱 자리에서 꽃을 보고....
호랑이와 스님과 소녀의 애틋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오뉘탑에도 눈이 쌓여 계룡산은 봄 속의 겨울 혹은 겨울을 품은 봄....
눈꽃이 핀 어지러운 산길 내려 갑사로 가는 길
계곡 가에 나무 두 그루 연리지가 되어서 포옹을 하고....
이끼 긴 연리지가 서로 얽혀서 봄이 오고 있다고...
전디고 지둘리다 보면 오기로 한 봄은 기어코 오고야 말리라고 속삭입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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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권, 산정묘지(山頂墓地) 1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 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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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눈오는 지도
....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아 나서면 일년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나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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