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천변 길놀이
가을은
길 떠나는 계절
전주 향교 은행나무는
푸른 하늘을 노랗게 물들이다
이파리 열매 우수수 떨어져
명륜당 앞마당을 가을로 뒤덮고
전주천변 억새들은
승암산을 배경으로
흰빛 물결로 출렁이며
불어오는 바람따라 흔들리고
흔들리며 살다가
흔들리며 가는 인생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저승길 연습하는 상여 길놀이
사는 것도 노는 것
슬픈 것도 노는 것
놀다가 떠나가는 것
놀면서 떠나가는 것
요령잡이의 선창에 맞추어
슬프게 우는 곡소리를
짐짓 흥겹게 힘차게
너허 너허 너화너 너이가지 넘자 너화 너
가을 무르익는
전주천변의 길놀이는
바람과 억새와 꽃상여의
한바탕 놀음판입디다....
201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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