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면에도 스스럼 없는 정 맘껏...사진의 답도
/전재운
매일매일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한겨레신문과 사진마을.
어느 날 한겨레포토워크숍이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열린다는 공지를 보았습니다.
순간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습니다.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신칸센 요금과 호텔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리곤 바로 전화를 했죠. 참가하고 싶다고!
전화통화와 메일로 환영한다는 답을 얻고,
오사카에서 시모노세키 신칸센 왕복표, 미리 가서 하룻밤 잘 호텔 예약. 모든 게 준비 끝.
그런데,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아~ 안 돼!!!
국가태풍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 매일매일 태풍의 진로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였습니다.
역시 저의 정성이 통했나 봅니다. 다행히도 태풍은 이틀 전에 동해안으로 빠져나가 졸이던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습니다.
시모노세키.
익히 알고 있는 지명인데, 지명 외에는 아는 게 없었습니다. 청일전쟁, 시모노세키 조약, 부관페리 등. 누군가는 유학으로, 누군가는 징용으로, 누군가는 돈을 벌기 위해 배를 타고 건너 닿았던 곳 시모노세키.
시모노세키는 임진왜란으로 왜에 끌려간 이들을 데리고 오기 위해 사행길(쇄환사)에 오른 사명대사가 일본 본토에 첫 발을 디딘 곳이기도 합니다. 이후로 10번의 통신사 일행이 사행길에 발을 딛고, 귀국 길에는 마지막으로 발을 뗀 곳이기도 하죠. 몇 해 전 1719년 통신사 제술관(製述官)으로 함께했던 신유한의 ‘해유록’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임진왜란의 고통에 대한 증오, 일 년 가까이 사행길의 길 안내와 접대를 맡은 일본인들과 이별에 서로 눈시울을 붉히는 장면, 사행길의 조선 문사들을 만나기 위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 며칠을 밤새워 문답을 나누며 교류했던 이들이 귀국길에도 몇 날 며칠을 뒤따르며 작별의 아쉬움에 소리치고 손 흔들고 눈물 흘리던 모습. 그 모습이 저의 뇌리에 스치곤 합니다.
헤아릴 수조차 없는 피해를 준 “오랑캐의 나라”와 “믿음”으로 통하겠다는 통신사의 마음가짐에 옷깃을 여미었습니다. 답답했던 마음도 통신사의 마음을 생각하며 조금은 누그러졌습니다.
카메라를 지니고 산 지는 꽤 되었지만, 폼만 잡고 다닐 뿐이었습니다. 사진마을을 통해 촌장님의 글과 동영상, 클리닉을 보며 조금씩 사진에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사진마을에 들르고, 마음을 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시모노세키 한겨레 포토워크숍은 제가 아주 많은 추억을 남겨주었습니다.
일본에서 버스투어로 출사를 나가면 서로 서먹서먹하고 데면데면한데, 역시나 한국 사람들은 다르더군요. 초면에도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담배를 건네고, 서로 더 먹으라 권하는 모습에 새삼 정을 느꼈습니다. 아마도 오랜 일본 생활에서 굶주렸던 정이라 더욱 따듯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낯 설고 물 선 외국에서 사진으로 만난 인연이라 더 각별했는지도 모르지요.
오래 전 친구의 물음이 아직 귓가를 맴돌고 있습니다.
“너는 사진을 왜 찍냐?”라는 물음 말입니다. 답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아니 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멍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한겨레포토워크숍에서 저만의 답을 얻은 것 같습니다.
“그냥 나만의 느낌을 담아두고 싶어서”라는!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