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이며 여럿인 나, 질문을 찍다

곽윤섭 2015. 0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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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 첫 한국 개인전 <얼론 투게더>

있는 듯 없는 듯 어디에나 비치는 나 

 

my01.jpg » 얼론 투게더

 

  미연의 한국 첫 개인전 ‘얼론 투게더(Alone Together)’가 강남역 1번 출구 앞 ‘스페이스 22’에서 16일부터 열린다. 10월 7일까지. 월~토요일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오후 7시까지 연다. 공휴일은 휴관. ‘미연 작가와의 만남’은 9월 19일 오후 4시에 전시장 안에서 열린다.

  한국에서 하는 첫 개인전이니 생소한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한 차례 만나 인사를 나누고 두 번째는 전화로 인터뷰했다. 전시되는 사진은 미리 받아 여러 번 검토했다.
 
  미연은 1988년 봄에 프랑스의 사진학교에서 공부했고 1991년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처음 2년 동안 상업사진스튜디오에서 일했고 이후 10년 정도 ‘문장’(글을 썼다는 표현을 미연은 문장을 했다고 표현했다)을 했다. 수필과 사진이 결합된 수필집을 냈고 시와 사진이 결합된 시집을 냈으며 장편소설도 썼는데 거기엔 사진은 넣지 않았다. 2006년엔 에쿠니 가오리 등 “일본을 대표하는” 일곱 명의 여성작가들이 함께 낸 소설집 ‘일곱 빛깔 사랑’에 동참했다. 이 책은 한글로 번역되어 있다.
 
 미연은 “10년 동안 문장을 할 때는 사진을 하지 않았다. 이번 전시는 ‘얼론 투게더’, ‘요모기’, ‘I was born’, ‘I and thou‘ 등 네 가지가 섞여있는데 ‘얼론 투게더’를 중심으로 한다고 봐도 좋다. ‘얼론 투게더’는 문장을 했던 10년 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찍은 사진들이다”라고 말했다.
 
 -문장과 사진을 동시에 하는가?
 “그렇지 않다. 문장을 할 땐 사진을 하지 않는다. 그게 안되더라. 사진은 문장을 하다 파리든 서울이든 여행을 떠났을 때 찍었다. 그러다 다시 돌아오면 문장을 했다. 사진은 외부적인 작업이라 막…. 왔다갔다할 때 찍는다. 문장은…. 한군데 처박혀서 눌러 붙어앉아 내면으로 빠져들어야 쓸 수 있는 것이니…….”
 -그동안 작업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가?
 “처음에 사진을 배우면서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I was born’을 시작으로 ‘Existence’가 있고 그 무렵 개인적 아픔을 거치면서 ‘요모기’를 했고 아이가 두 살 될 무렵에 ‘At the age of two’를 했다. 다음 작업이 ‘얼론 투게더’이며 지금 현재하는 작업은 ‘I and Thou(나와 너)’이며 이거 한 장도 이번 전시장에서 볼 수 있으며 컬러다.”
 -줄곧 흑백만 했는데 컬러로 바꾼 것인가? 이상하지 않나?
 “지금은 컬러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더니 ‘컬러지만 미연상이다’라고 하는 걸로 봐서 바뀐 게 아닌 모양이다.. 지금 현재는 컬러지만…. (계속 컬러를 할 것이란 뜻은 아닌 모양이다)”
 
  이후 사진에 대해서 더 이야길 주고받았다. 아주 짧은 작가노트를 옮길 테니 보면 알겠지만 사진이 현란하진 않지만 특이하다. 한두 장을 분리해서 본다면 어떤 특정 사진가의 이름이 떠오르지만 전체를 다 보고 나면 그런 말을 할 수가 없다. 흐릿하고 흔들리게 찍는 기법을 로버트 프랭크가 세상에서 처음으로 하진 않았다. 하지만 널리 퍼뜨린 것은 로버트 프랭크가 맞다. 그 후 스트레이트사진에서 로버트 프랭크의 영향을 피하기가 힘든 정도였으니 그 냄새가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my02.jpg » 얼론 투게더

my03.jpg » 얼론 투게더

my04.jpg » 얼론 투게더

my05.jpg » 얼론 투게더

my06.jpg » 얼론 투게더

my07.jpg » 얼론 투게더

my08.jpg » 얼론 투게더

my09.jpg » 얼론 투게더

my10.jpg » 아이 앤 도(나와 너)

my11.jpg » 아이 워즈 본( I was born)

my12.jpg » 요모기

my13.jpg » 요모기

 

   
 전시장에 걸리는 ‘얼론 투게더’ 열 여덟 장을 모두 보면 독특하다. 어떤 사진이든 사람이 꼭 들어있다. 사진평을 쓴 오오타케 아키코(소설가, 평론가)는 이 대목을 “모든 사진에 사람이 비치고 있다는 것”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또한 재미있다. 사람을 찍은 사진이라기보다는 “모든 사진에 사람이 비치긴 한다”는 뜻이다. 사람을 찍은 것이냐 아니면 다른 대상을 찍었는데 사람이 따라(묻어) 들어온 것이냐의 차이는 크다. 내가 볼 땐 미연의 사진에서 사람은 있는 둥 마는 둥이긴 하지만 사람을 의식하고 찍었다고 보는 것이다. 오오타케 아키코의 나머지 글을 읽어보면 미연이 사람을 의식하고 일부러 찍었다는 생각을 오오타케도 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사람이 비친다”는 수동적인 느낌이 나는 표현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할까? ‘얼론 투게더’는 사람의 크기가 작거나 잘 보이지 않지만 사람을 찍은 사진이다. 또한 사람의 크기가 작거나 가려져 있거나 그늘에 들어있거나 실루엣으로 찍혀있어서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다. 사람을 찍었는데 사람처럼 보이지 않도록 찍었다. 명백히 의도적인 행위다. 산 꼭대기에, 난간 위에, 파도 위에, 사람이 점처럼 보인다. 어쨌든 있다. 있긴 한데 (개성이) 없다. 그렇지만, 있다.
 
   어디든지 사람이 있다. 산에 들에 물에 보트에 거리에, 그리고 아예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도 사람이 있다. 이곳이 어딘지 중요하지가 않다는 뜻이고 저 이가 누군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미연은 전화로 이렇게 말했다.
  “나와 나와 내가 모여서 큰 나를 이룹니다. 나는 하나의 우주이며 하나의 나는 우주의 부분이며 우주를 채워나갑니다. 이게 뭐냐 저게 뭐냐 헤매는 것, 사진은 인생과 비슷해서 ‘나는 어디에 있는가’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미연은 짧은 작가노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게 있어 사진은 대답이 아니고 질문이다. ‘언제 어디서’는 이 시리즈에선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캡션이 없다. 얼론은 하나의 나. 투게더는 수많은 나. 하나의 나는 수많은 나를 포함하고 있고, 수많은 나는 하나의 나의 여러 측면이다.”
 
   전화를 끊었다. 미연은 사진을 통해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다. “나는 어디에나 있다” ‘얼론 투게더’에서 보이는 산 꼭대기에도 미연이 있고 바다에서 공놀이를 하는 저 속에도 미연이 있다. 바닷가를 가득 채운 저 군중 속에도 미연이 있고 물 위로 뛰어내리는 저 사람도 미연이다. 세상엔 미연밖에 없다. 나는 어디에나 있고 저 많은 나의 합이 바로 나 자신이다. 이 말을 돌려 말하면 “너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묻는 질문이다. ‘얼론 투게더’를 보면서 그 중에 당신은 어디에 있는지, 누가 당신인지 찾아보라는 뜻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노랫말이 떠올랐다. 우리말 가사가 아닌 원 노래의 번역 가사다. 
 “나는 죽지 않았다. 나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 위에 있다. 나는 가을 들판의 잘 익은 곡식에 비친 황금 햇살 위에 있다. 나는 부드러운 가을 비 속에 있다. 나는 떼지어 날아가는 새들의 날갯짓 속에 있다. 나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 속에 있다.” <A Thousand Winds>
 
   작가노트를 소개한다. 찾아보라. 나는 어디에 있는가?

 

  작업노트
 얼론 투게더. 10여 년 동안 주로 여행에서 촬영한 사진들이다.
이 10여 년은 철학과 동양사상에 경도한 시기였다. 보따리를 푸는 것처럼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이 무엇에 반응했는지, 그리고 빛이 그것을 어떻게 그려주었는지, 무의식이 만난 이미지를 담은 필름을 현상한다.
영상은 암실작업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그 자체의 생명을 얻게 되고
나는 그 작품들을 통해 자신과 세계의 관계를 조금씩 알게 된다.
내게 있어 사진은 대답이 아니고 질문이다. ‘언제 어디서’는 이 시리즈에선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캡션이 없다.
얼론은 하나의 나. 투게더는 수많은 나. 하나의 나는 수많은 나를 포함하고 있고,
수많은 나는 하나의 나의 여러 측면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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