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1년, 카메라도 희망 찰칵차락

곽윤섭 2014.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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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모임 <남양주프레임>, ‘희망을 찍자

다문화가정·저소득층 등 어린이와 놀아주며

1년간 사진 찍어 앨범과 액자로 만들어 선물

 

nyj00001.jpg » 10월 17일 남양주 제 2청사 시청각실에서 '남양주프레임'회원들이 2014년 한 해의 작품 제작을 마치고 전시와 액자 전달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남양주프레임 제공  


 

“아줌마! 몇 살이야?” 2012년 사진을 찍는 첫 만남의 날에 현주(5·가명)가 내 옆 자리에 앉더니 말을 꺼냈다. 꼬맹이한테서 느닷없이 들어보는 말에 미처 답을 못하고 활짝 웃었는데 아이의 엄마가 어른에게 말버릇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꾸중을 한다. 나는 아니라고 너무 기분이 좋다고 괜찮다고 했다. 내가 가식 없이 반겨주고 따뜻하게 대하려고 했더니 아이도 편해서 그런가 싶다. 꼬맹이들과 어울리면서 배우는 게 많다. 처음 보면서도 낯설지 않게 대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남양주프레임 회원 김순금(67·남양주시 도농동)

 남양주에서 사는 사진인들의 모임 ‘NYJ(남양주)프레임’은 2007년에 만들어졌다. 현재 활동하는 인원은 11명으로 이들은 한달에 두 차례  모임을 한다. ‘남양주프레임’의 주요 활동은 2010년부터 시작한 <희망을 찍자> 프로젝트다. 다문화가정, 저소득층 등 남양주시의 소외계층 어린이들에게 1년간의 성장앨범과 액자를 만들어 주는 봉사활동이다. 해마다 10명 안팎의 어린이들과 모임을 했고 2014년까지 5년간 47명의 어린이들에게 사진선물을 했다. 올해는 4월과 5월에 각각 남양주시 홍유릉과 구리 한강시민공원에서 야외 사진촬영을 했고 7월엔 스튜디오 촬영을 했으며 8월부터 10월 초까지 사진을 편집하고 앨범을 만들어 오는 11월 초에 전달할 예정이다.

 2010년에 이 회원들이 어린이대공원에서 아이들과 야외출사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 햇빛 가득한 들판에서 사진을 찍으니 야외출사가 맞지만 사실상 아이들과 도시락을 먹고 함께 노는 일이었다. 회원들의 연령대는 평균 60대 초반이고 손자를 둔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으니 애들과 노는 것은 선수급이라 할 수 있다.
 회원들과 이메일과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2012년부터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충식(63·남양주시 화도읍)씨는 여행과 등산을 좋아하고 여가활동으로 디지털사진을 촬영하던 중 평생교육센터에서 ‘남양주프레임’을 알게 되었다. 순수 취미활동과 재능 기부를 결합한 형태가 맘에 들어 동참했다는 그는 “외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와 가정을 꾸린 다문화가정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지자체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하고 있으나 폐쇄적으로 사는 가정이 많았다”라며 “처음엔 서먹서먹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취지와 열정을 알아주며 고마움을 표하고 거리감을 두던 아이들이 품에 안길 때 보람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집에서 4살, 7살 손자 두 명을 돌보고 있는 회원 강자희(61·남양주시 평내동)씨는 각 연령별로 아이들과 친해지는 자신의 방법을 말했다. 강씨는 “손자들과 놀면서 친해지는 법을 익혔다. 이제 막 돌이 되는 아이들은 말이 안통하니 처음엔 먹을거리 공세를 했다. 먹는 데 집중하니 사진에서 얼굴이 안 보였다. 장난감 같은 것을 쥐여주니 집중은 하는데 카메라와 눈을 맞추기 어려웠다. 그러다 공이나 풍선, 종이뭉치 같은 것을 공중에 띄우니 까르르 웃으면서 떨어지는 것을 따라 내려오는 시선을 사진으로 잡아낼 수 있었다. 서너살 되는 아이들에겐 집의 손자에게 배운 ‘귀요미송’이 특효였다. 아이들과 율동과 노래를 같이했더니 사진 찍기도 수월했고 아이들도 좋아했다. 내년엔 전 회원이 귀요미송을 배워서 활용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여섯살 아이들은 말을 알아듣는다.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서는 순간에 사진을 찍기 좋다”라며 “2010년 위탁가정에 온 지 한 달 된 윤영(5·가명)이를 처음 만나 늘 얼굴을 가리기만 하여 애를 많이 썼는데 누구보다 더 많이 놀아주고 마음을 나눈 끝에 마지막 촬영 때 스스럼없이 가슴에 안기는 순간, 감격했다”고 전했다.

 2007년에 남양주시의 학습동아리로 ‘남양주프레임’을 처음 결성한  민경애(포토숍·사진 강사)씨는 “대부분의 다문화가정은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못하는데 그렇지 않은 가정도 있었다. 2012년 1년간 사진작업을 했던 재식(가명)이네였는데 재식이 엄마가 그때 나이로 23살 정도.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남편의 지극한 사랑과 관심으로 여느 다문화가정과 달리 밝고 아이들 또한 티 없이 환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가정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하면서 매년 작업을 한다”고 했다.

 회원들에게 사진봉사활동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심영희(63·남양주시 삼패동)씨는 “내 취미와 봉사활동을 함께할 수 있어서 좋고 우리 회원들이 어려운 것 다 잊어버리고 다음엔 더 좋은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부재(55·남양주시 수동면)씨는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시간 속에서 내가 더 많이 배우고 경험한다. 내가 오히려 봉사를 받고 있는 편이다”라고 했다. 또 손현숙(55·남양주시 평내동)씨는 “보잘것없는 사진 실력인데도 감사하는 어린이들의 가정에 내가 더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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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충식 회장은 “매년 아홉 가정의 사진을 찍는다. 세 명이 한팀을 꾸려야 하는데 현재 11명의 회원으론 벅차다. 남양주에 살고 사진을 조금 찍을 줄 안다면, 무엇보다도 꾸준히 활동할 의지만 있다면 ‘남양주프레임’의 회원 자격이 있다. 내년엔 회원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참여를 당부했다.
 회원들이 그동안 활동하는 모습을 스케치한 사진들을 받았다. 이름하여 ‘베이비촬영’이란 것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들은 모두 알겠지만 아이들의 감정 상태에 맞춰주는 것이 가장 큰일이다. 집에서 모두 할머니 할아버지인 이들은 갖은 방법으로 아이들 앞에서 재롱도 떨고 웃기기도 하며 카메라를 든 채 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금세 큰다. 훗날 ‘아줌마·아저씨’들이 만들어준 앨범과 액자를 보면서 누가 찍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사진기록으로 남아있으니 이 아이들이 ‘남양주프레임’ 회원들의 나이 때가 되면 사진을 찍어준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새록새록 떠오를 것이다. 찍고 찍히는 기억은 사진 속에서 시대를 이어 전해진다. ‘남양주프레임’ 회원들은 2015년 봄엔 또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지 벌써 기대하고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남양주프레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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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1년, 카메라도 희망 찰칵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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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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