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건너온 ‘바다 건너 불’ 원전참사

곽윤섭 2012. 0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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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 원전 사고 1주년 맞아

서울과 부산에서 잇단 사진전 열려 

 

Fluffy Clouds Series, Sellafield, England, 2005.jpg

ⓒ위르겐 네프쯔거, Fluffy Clouds Series, Sellafield, England, 2005

 

 

 전시는 저널리즘의 한 형태다. 2012년 3월 한국에선 일본 대지진 1주년을 맞아 여러 차례 크고 작은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정동갤러리에서 ‘동일본 대지진 보도사진전’이 열렸었고 3월 20일부터 25일까지는 류가헌에서 도요다 나오미의 사진전 ‘멜트다운 후쿠시마원전, 그리고 사람들’이 열린다. 이어 3월 24일부터 6월 24일까지는 부산 고은사진미술관 신관에서 ‘하얀 미래, 핵을 생각하다’전이 열린다. 도요다 나오미는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을 취재하던 사진가로 그가 체르노빌원전사고 현장취재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온 직후인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자 후쿠시마에 단신으로 뛰어들어 피해지역과 그 곳 사람들의 삶을 찍었다.

고은사진미술관의 전시는 독일, 한국, 일본의 세 작가 작품으로 구성되어있다. 독일의 위르겐 네프쯔거는 유럽 여러 나라의 원전 근처 마을의 풍경을 담았고 한국의 정주하는 영광, 울진, 월성, 고리 등 한국의 원전마을 풍경을 담았다. 일본의 코다마 후사코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제1원전에서 불과 20~30킬로미터 떨어진 미나미소마시의 모습을 포착했다. 주민들이 대피되고 출입이 통제된 구역의 긴장과 황량함을 보여주는 사진들이다.

  전시의 구성이 역설적이다. 한국과 유럽에서 찍은 사진에선 저 멀리 원전의 상징물인 돔이나 굴뚝이 보이고 그 앞에선 골프를 치거나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보인다. 원전은 일상의 바로 곁에 있으나 그 곳 주민들은 전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마치 노순택의 ‘얄읏한 공’에 등장하는 평택 대추리를 보는 것 같다. 위협적인 상징물을 마을의 일부, 삶의 일부처럼 망각하고 지낸다.

  반면에 가장 최근, 그러니까 불과 1년 전의 원전마을을 담은 일본 사진가 코다마 후사코의 사진에선 사람이 별로 없다.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켰으니 사람이 있을 리 없다. 일본의 사진에서 원전은 풍경의 일부가 아니며 익숙한 구조물도 아니다. 미래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사람이 텅 비어버린 도시와 도로가 살벌하다. 이게 바로 현실이다. 일본 원전 근처 주민들도 2011년 3월 지진이 나기 전까지는 아무 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원전 앞 땅에서 농사를 짓고 바다에서 물놀이를 했을 것이고 아마도 골프도 쳤을 것이다. 독일과 한국의 사진에서 크기가 작게 찍혀 위협적이지 않게 보였던 원전시설이 일본의 사진에선 눈앞에 바로 다가서있다. 땅과 공기와 바다가 모두 오염되었다.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다.

 

  일본 동북부를 관통한 대지진과 쓰나미의 여파로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이 누출된 사고가 난 지 1년이 지났다. 사람들은 잘도 잊어버린다. 일본행 여행객 숫자가 뚝 떨어졌다는 것을 보면 아직 위험성을 기억하고는 있는 듯한데 1년이 지난 현재, 일본은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강 건너 동네에 불이 났다는 기억은 갖고 있으면서 그 사람들이 현재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선 무관심한 것과 같다.

  신문과 방송은 일본대지진 1주년을 맞아 특집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특파원이 직접 현장에 들어 갔다오기도 하고 외부 기고를 받아서 쓰기도 하는 등 활발한 취재와 더불어 생생한 사진도 들어왔다.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육지 한가운데에 좌초한 녹슨 배가 방치되어있는 사진은 충격적이었다. 언론의 기능 중 속보성은 아주 중요한 기준점이다. 신문에서 방송으로 방송에서 포털로, 포털은 다시 SNS에게 속보성의 우위를 내주고 있는 것을 보면 언론환경의 변화속도에 눈이 팽 돌 정도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최종의 형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으니 자고 일어나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잠을 못 이루는 사람이 많다나 어쨌다나…….

 

  속보성 못지않게 중요한 언론의 기능은 냄비근성에서 벗어나서 장기적 관점의 사안을 발굴하고 추적하여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여론과 의제를 형성하는데 있다. 이웃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한국에서 볼 때 ‘강 건너 불구경’처럼 보이지만 유럽에선 “거기가 거기”라고 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생각하면 사진전시는 속보성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엔 이미 사진이 발명되어있었고 종군사진가들도 있었다. 마차에 카메라와 암실 장비를 싣고 다녔다. 기동력에서 떨어지고 카메라가 빠른 셔터에 반응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비록 총검이 부딪히고 병사들이 참호를 향해 뛰어드는, 로버트 카파가 찍은 것 같은 전쟁사진은 없었지만 남과 북군의 병사가 평원에 쓰러져있는 참상, 앙상하게 뼈만 남은 전쟁포로의 비참한 모습들을 담은 사진은 많이도 찍었고 지금도 일부가 전해진다.

  사진은 발명되어 있었지만 인쇄술이 개발되지 않아 아직 신문에 사진이 실리진 못했다. 그래서 전쟁사진은 전시라는 형태로 후방에 전해졌다. 그전까지 신문에 실렸던 삽화를 통해 ‘늘 승전만을 거듭하는 북부연방정부군’을 지켜보던 북부의 시민들 사이에선 사진전에 나온 생생한 전쟁의 참상을 보고 전쟁을 조기에 끝내자는 여론이 들끓었다. 신문과 방송과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사진전은 가장 빠른 저널리즘 매체였다.

 

  같은 사진이라도 책에서 볼 때, 컴퓨터에서 볼 때, 신문에서 볼 때, 전시장에서 볼 때가 각각 다르다. 효과도 크게 다르다. 스마트폰에서 본 사진을 전시장에서 직접 보면 내용 자체가 다르게 보인다. 지금은 SNS로 뉴스사진이 소화되는 시대가 왔음에도 전시장에 다큐멘터리사진이 걸리고 사람들이 찾아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터넷 검색으로 사진을 찾아봐도 사진을 본 기억은 날 것이다. 서점에서 사진책을 휘리릭 훑어봐도 기억은 날 것이다.

  그러나 전시장에서 보는 사진은 아예 다르다. 크기가 다르고 공기가 다르기 때문이며 배치(옆에 있는 다른 사진과의 연결)의 효과 때문에 그렇다. (원본 혹은 에디션 No. 1이 가지는 아우라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루브르의 모나리자는 방탄유리 속에 겹겹 갇혀있어 미술책에서 보는 모나리자보다 더 못하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그리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사진(영상)을 볼 때는 각각 종이와 텔레비전과 전자 기기라는 틀을 통해 바라보므로 직접적인 느낌에서 멀어진다.

  다시 표현하거니와 ‘강 건너 불구경’이란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하듯 텔레비전 뉴스속의 지진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물론 전시장에서 보는 사진도 실제 현장을 그대로 재현하진 못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훨씬 강력하다. 2012년 3월 한국에선 일본 대지진을 다룬 사진전이 연이어 열린다. 전시장에서 사진을 만나보자.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kwakcli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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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권고지역의 방치된 동물들이 도로를 거닐고 있다.            도요다 나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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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피해권고지역의 사람들이 일시 귀가 때 조상들의 묘소를 참배했다. 도요다 나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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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하, A Pleasant day Series, 전남 영광군 홍농읍 성산리, 2003-2007

 

Fluffy Clouds Series, Penly, France, 2003.jpg

ⓒ위르겐 네프쯔거, Fluffy Clouds Series, Penly, France,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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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하, A Pleasant day Series,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면 문동리, 2003-2007

 

 

Fukushima Series, Fukusima 2nd Nuclear Plant, 1990.jpg

ⓒ코다마 후사코, Fukushima Series, Fukusima 2nd Nuclear Plant, 1990

 

 

Fukushima Series, Fukushima 2nd Nuclear Plant, 1990.jpg

ⓒ코다마 후사코, Fukushima Series, Fukushima 2nd Nuclear Plant, 1990

 

 

 

Fukushima Series, Minamisouma Iidatemura Kawamatamura, 2011.jpg

ⓒ코다마 후사코,  Fukushima Series, Minamisouma Iidatemura Kawamatamura,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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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피해권고지역의 축사. 방치된 젖소들이 죽어가고 있다.  도요다 나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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