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가 혀를 쏙 내밀었다

곽윤섭 2015. 08. 03
조회수 12942 추천수 1

20여 년 한라산 지킴이 강정효

제주에서 찾아낸 신의 얼굴들

 

 

kjh03.jpg

  강정효의 사진전 ‘할로영산 ㅂㆍㄹㆍㅁ 웃도’가 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팔판동 스페이스선+에서 열린다. 전시에 맞춰 같은 이름의 사진집도 나왔다. 도서출판 디웍스.
전시의 제목이 어렵다. 할로영산은 무속에서 한라산을 신성시해서 부르는 이름이라고 하고  ㅂㆍㄹㆍㅁ 웃도는 바람 위 청전한 곳에 좌정한 한라산신을 이르는 말이다. 토요일인 8일 오후 4시에는 전시장에서 제주자연과 제주인의 신앙, 제주의 환경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되어 있다.
 
 강정효는 전시되는 사진에 대해 작가노트에서 “20여 년 한라산을 담당하는 기자 생활과 더불어 산악활동, 각종 학술조사를 위해 백록담과 수많은 계곡, 오름, 해안선 등 제주의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그곳에서 다양한 모습의 형상석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중략) 우리 주변의 자연 대상물, 바위 하나, 나무 한 그루라 할지라도 그 의미를 부여할 때 가치는 다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중략) 나아가 제주의 정신문화와 아름다운 자연을 온전히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것입니다. 제가 일만 팔천 신들을 모두 찾는 그날까지 이 작업을 계속 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제주도에서 찾아낸 신의 얼굴을 전시하는 것이다. 제주도에는 1만 8천 신이 있다고 한다. 강정효는 갯깍, 중문천, 수월봉, 백록담 등 제주의 곳곳에서 ‘신의 표정’을 찾아낸 것이다. 사진에서 어떤 식이든 얼굴을 찾아내는 것이 관객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사람들이 산이나 계곡에서 얼굴 형상을 찾아내는 것은 누군가가 바위에 얼굴을 새겨둔 형상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이스터섬의 석상은 사람이 새겨둔 것인데 강정효의 사진작업에서 찾아낼 수 있는 형상은 사람이 새긴 것이 아니다. 또는 누군가가 볼 때 바위에서 얼굴을 못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같은 바위를 보고 다르게 생긴 형상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관객이 사진에서 각자 찾아낸 것은 누구의 작품인가? 이것이 강정효 사진전에서 관객들이 두 번째로 해야 할 고민이다. 고민이라 표현했다고 해서 정말 고민하라는 것이 아니다. 편하게 상상해보라. 사람이 새긴 것이 아니고 작가 강정효가 끌과 망치로 새긴 것도 아니면 누가 하는가.

 

kjh01.jpg

kjh02.jpg

kjh04.jpg

kjh05.jpg

kjh06.jpg

kjh07.jpg

kjh08.jpg

kjh10.jpg

kjh14.jpg

kjh15.jpg

kjh18.jpg

kjh19.jpg

 

 신이 한 작업이다. 몇 천년 몇 만년 동안 지질의 변화로 바위가 형성이 되면서 저런 얼굴이 나왔으니 사람이 아닌 신이 한 작업일 수밖에 없다. 신의 얼굴은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다. 마치 지구인이 상상해낸 외계인의 형상이 사람과 비슷한 꼴을 띠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람의 신이니 사람처럼 생긴 것이다.
 
 이 작업은 기본적으로 신이(자연이) 빚은 형상인 것은 맞지만 사진가 강정효가 찍어서 우리에게 보여주니 사진이다. 눈썰미 없는 사람이라면 같은 장소를 지나가도 못 보거나 안보게 되었을 것이다. 상상력이 있는 사람이니 저런 형상을 찾아낼 수 있다는 말과 같다. 형상들은 대체로 찡그린듯하거나 우수에 잠겨있는 듯하다. 아름다운 섬, 제주를 파헤치는 인간들의 폭력에 화가 잔뜩 난 표정이다. 나는 그에 못지않게 느긋한 표정을 많이 찾아냈다. 인간들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이 없다는 표정도 있고 귀엽고 발랄한 표정도 있다. “니들이 살아봤자 기껏 백 년이다. 니들이 이 땅을 파괴한다고 해봤자 기껏 천년이다. 바위는 그 후로도 살아남는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바위를 깨어 얼굴 표정이 바뀐다 하더라도 닳고 닳아서 빤질빤질해진 바위는 달관한 듯 편안히 누워서 세상을 관조한다.
 강정효의  ‘할로영산  ㅂㆍㄹㆍㅁ 웃도’ 사진전은 흥미로운 작업이다. 시간 많이 걸렸을 것이다. 작가가 20여 년 다리품을 팔아 이런 사진들을 보여주니 고맙지 아니한가. 삼청동파출소에서 2분 만 걸어가면 되는 곳에 있는 스페이스선+찾아가서 감상하여 작가의 노고에 응답하자.

 

                                 (전시 제목 ㅂㆍㄹㆍㅁ의 실제 표기는 아래아 로 이루어져있다. 중점이 아니라 아래아)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전시회

바위가 혀를 쏙 내밀었다 [1]

  • 곽윤섭
  • | 2015.08.03

20여 년 한라산 지킴이 강정효 제주에서 찾아낸 신의 얼굴들   강정효의 사진전 ‘할로영산 ㅂㆍㄹㆍㅁ 웃도’가 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종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