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역사 겹치는 곳에 한국을 알리자

사진마을 2018. 11. 01
조회수 4641 추천수 2


[중국 광저우 교환학생 설동준·남다희씨]


한국·중국어 팸플릿 300부 만들어

최근 ‘리지샹 위안소 진열관’에 기증


‘아시아 최대 일본군 위안소’ 자료관

난징대학살 기념관에 비해 안내 부실


황포군관학교 기념관 안내문 보낼 계획


sdj01.JPG » 지난 10월 19일 난징 리지샹 위안소 진열관 입구에서 설동준(가운데)씨와 남다희(오른쪽)씨가 류광지엔(리지샹 위안소 진열관 연구관원)에게 한국어 팸플릿을 전하고 있다.

중국 광저우 중산대학교 교환학생 설동준(경희대 언론정보학과·23)씨와 남다희(경희대 중국어학과·22)씨는 지난달 19일 광저우에서 1,400km 떨어져 있는 난징을 방문했다.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나갔으니 견문을 넓히기 위해 여러 곳을 둘러보는 일이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겠지만 이들의 난징 방문 목적은 특별했다. 이곳에 있는 리지샹 위안소 유적 진열관(박물관)  쪽에 한글과 중국어로 된 팸플릿 300부를 기증하러 간 것이다. 리지샹 위안소는 일본군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아시아 곳곳에 세운 위안소 가운데 최대 규모이며 형태는 온전하게 남은 채 흉가로 방치되고 있다가 2003년에 북한의 박영심 할머니(2006년 작고)가 이곳이 위안소임을 확인하여 주목을 받게 되었으며 중국 당국에서 2015년 자료관으로 고쳐 ‘리지샹 위안소 진열관’으로 개관한 곳이다. 설씨와 10여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인터뷰를 했다.
 
  어떤 계기로 이런 일을 하게 되었을까? 설씨는 올해 초 겨울방학 때 혼자 중국 여행을 했다. 상하이에서 찾아간 윤봉길 기념관이나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비교적 충실한 한글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 여행 막바지에 난징에 다다랐을 때 난징대학살 기념관과 난징 리지샹 위안소 진열관을 찾게 되었다. 두 곳은 가까운 데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비교가 되었다. 난징대학살 기념관이 규모도 클뿐더러 주요 모토인 ‘용서하되 잊지는 말자’처럼 역사적 고증에 심혈을 기울여 정말 잊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국 당국이 관리하는 이런 시설이 일본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에 비해 한국에서 끌려간 위안부만 해도 150명 이상이나 있었기 때문에 한국인의 연관성이 훨씬 높은 리지샹 위안소 진열관은 중국어나 영어 안내판이나 팸플릿에 비해 한글로 된 설명이 미미하여 답답했다. 한글 팸플릿은 없고 한 장짜리 한글 전단지가 있었는데 내용도 짧았고 진열관이 언제 생겼는지 정도의 설명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때 설씨는 확고하게 결심했다. 난징과 상하이에만 200곳이 넘는 위안소가 있다고 하지만 학생인 설씨가 혼자서 모든 곳을 살펴볼 순 없지만 상징적인 몇 곳이라도 한글 안내판과 팸플릿을 바로잡기로 했다.
 
   설씨가 중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군복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고에서 영어-중국어과를 나왔지만 “입시공부에 혈안이 된 나머지” 중국어 공부는 아예 포기했다. 2014년에 대학에 입학했고 2015년에 군에 입대했는데 설씨가 복무한 부대는 자격증에 대한 포상제도가 있었고 군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휴가였으니 휴가를 받기 위해 일과시간이 끝나면 자투리 시간을 투자해 자격증 시험에 몰두했다. 이렇게 해서 한국사능력검정시험과 HSK 5급을 땄고 그 덕에 포상휴가 2일을 받았다. 그러나 설씨가 한국사와 HSK 자격시험에 매달린 것이 반드시 휴가 욕심만은 아니었다.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다 이런저런 책도 보게 되었고 조정래 선생의 ‘정글만리’를 보면서 중국이나 일본의 상사맨들이 한국의 거래처나 상사맨들에 대해 모욕적인 언사를 많이 하면서 그들이 한국의 비약적인 발전을 무시하고 질투하는 내용을 느끼게 되었다. 그 무렵부터 “한국을 제대로 알리자. 역사를 제대로 알고 전달하자”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던 참에 올해 초 중국여행을 하면서 “한국어가 미흡한 곳에 팸플릿을 제공함으로써 한국을 더 진하게 전한다”는 생각이 구체화된 것이다. 예산은 경희대가 운영하는 ‘경희꿈도전장학’ 프로그램에 선정돼 지원 받았다.sdj001.jpg » 설씨와 남씨가 제작해 기증한 리지샹 위안소 진열관 한글, 중국어 팸플릿
 
 설씨의 프로젝트에 나중에 합류한 남다희씨는 어렸을 때 중국에서 산 적이 있어서 중국어에 능통하다. 책으로만 중국어를 배운 설씨에게 큰 의지가 되었다. 수십 차례에 달하는 팸플릿 수정, 진열관 담당자와의 의사소통 등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이다. 남씨는 “처음 기획에선 한글 팸플릿만을 기증하기로 했으나 진열관 쪽에서 한글 팸플릿과 중국어 팸플릿의 내용을 맞추길 원했기 때문에 중국어로도 만들어 함께 기증하게 되었다. 이번에 우리가 만든 팸플릿은 한국인 관광객을 염두에 뒀다. 사진을 다양하게 추가했고 어떤 유물이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했다. 기존의 전단지에서 잘못 쓰고 있던 어법을 바로잡았고 복잡한 문장은 알맞게 고쳤다. 진열관 쪽의 반응이 인상 깊었다. 우리의 취지가 좋다고 호응한 것은 물론이고 ‘난징에 위안소 진열관이 있다는 것이 한국에 더 많이 알려져서 관심이 모이면 좋겠다’고 말하더라. 진열관에는 중국 위안부할머니뿐만 아니라 이 장소를 확인해준 박영심 할머니, 미국 의회 청문회 참석 증언을 했던 이용수 할머니, 그리고 동남아 등의 국가에서 온 할머니들의 영상과 글이 남아있고 당시 방의 모습 등이 재연되어있었다.”라고 말했다.
 
 설씨와 남씨는 다음 목표는 광저우 황포군관학교 기념관에 한글 안내판과 팸플릿을 기증하는 것이다. 설씨는 “쑨원이 세운 황포군관학교는 김원봉 의열단장 등 수 백 명의 항일운동가들이 교육을 받은 곳인데 내부에 영어와 중국어 안내판밖에 없고 중국어 팸플릿은 있으나 한글 팸플릿은 없다. 광저우 임시정부는 현재 주민들의 거주지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총영사관 쪽에서 임시정부 사적지를 지키기 위해 중국 당국과 협력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안내판을 세우는 일을 돕고 싶다는 의견을 보냈고 기다리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설동준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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