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영,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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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역에서 걸어가도 되겠고 서울역사 박물관 버스 정거장에서 걸어가도 되겠다.
한선영 작가의 첫 개인전 <하루>가 오는 15일부터 22일까지 광화문 갤러리 정에서 열린다. 한 작가는 사진마을 작가마당을 통해 2015년 5월부터 ‘길이 고운 절집’에 이어 ‘사찰의 안과 밖’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길과 절을 걸으면서 만난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낸 사진들로 구성되어있다. 보도자료가 따라왔는데 그 또한 담담하고 잔잔하여 따로 보탤 말이 없어 그냥 소개한다. 요즘 말로 보기만 해도 치유가 될 사진들이다.
한선영 personadh@naver.com
갤러리 정 (02-733-1911)
오랫동안 길과 절에 탐닉해 온 작가는 2014년에 사진 여행 에세이 <길이 고운 절집>을 펴낸 바 있다. 작가는 “‘길’이란 일상적인 길路인 동시에 수행의 길道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눈에 보이는 길의 형태에 치중하지 않고 길을 걸으면서 느낀 감정과 그것들이 주는 울림에 더 집중한다. 절로 향하기는 하지만 절 자체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절 안팎에서 만난 풍경과 자기 내면과 마주하는 일에 더 중점을 둔다. ‘느리게 걷기’를 좋아하는 그는 사진에서도 강렬함 대신 은은하고 여운이 있는 사진을 추구한다. 그의 사진은 쉴 새 없이 바쁜 현대인에게 잠시나마 긴장을 늦추고 여유를 갖게 하는 ‘느림의 미학’을 보여준다.
그가 절을 자주 찾는 이유는 그곳이 느리게 걸으며 스스로의 내면을 돌아보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길’은 인생의 반영이자 수행의 과정이다. 작가는 사색과 관조의 시간을 갖기 위해 온종일 절에 머무는 방법을 택한다. 스치듯 보는 인상이 아니라 오랜 시간 머물며 가슴 속에 와 닿는 풍경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한선영 작가가 길과 절을 걸으며 만난 마음의 풍경들을 ‘하루’라는 시간 안에 담았다. 하루는 매일 반복되는 24시간이기도 하지만 생성과 소멸, 생과 사, 시작과 끝이 이어지는 순환의 의미이기도 하다. ‘하루’의 순환은 계절의 순환, 인생의 순환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작가는 절의 하루를 통해 오늘 걷는 이 하루도 인생의 소중한 한 순간임을 강조한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문학을 전공한 한선영 작가는 월간 여행지 기자와 한국문화재재단 사진작가 등을 거쳐 지금은 전업 사진작가로 지내면서 신문, 잡지 등 여러 매체에 기고 중이다. 작가 본인은 길치, 사람치, 마음치여서 매번 길을 헤매지만 덕분에 오히려 더 많은 경험과 생각을 얻게 된다고 여긴다. 그가 길을 걸으며 삶의 방향성과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선영 작가는 ‘인생길에서는 누구나 길치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사진을 통해 삶의 길치인 사람들이 공감과 위로를 얻기를 원한다. 2017년 한 해도 어느덧 저물어가는 요즘. 이번 전시를 통해 인생 길치인 당신의 ‘하루’는 잘 지내고 있는지, 한번쯤 스스로의 안부를 물어도 좋을 듯하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작가제공, 지도/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