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군중 속의 허전함 기록 ‘일상의 만보기’

곽윤섭 2014. 0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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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사진가] <4>하상윤 ‘하루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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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나의 오래된 습관이다. 걷는 만큼 허전한 마음이 무뎌진다는 것을 유년시절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걷기와 위안이 동시에 떠오르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 당시 내 주머니에는 항상 할아버지의 만보기가 들어있었다. 의식하지도 않았는데, 내 감정의 일부가 주머니 속에 기록된다는 사실은 만보기의 기계적 원리보다도 신기했다. 만보기는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허전함을 숫자언어로 보여주고 있었다. 

 사진과 저절로 가까워진 시점도 바로 카메라에서 어릴 적 나의 만보기를 발견했을 때다. 특히, 사진은 시선과 감정을 입체적으로 반영하는 거울과 같았다. 그 직관적 반영이 마음에 들었다. 상경 후, 군중 속에서 느꼈던 알지 못할 ‘허전함’은 남들과 다르고 싶었던 ‘강박감’에 맞물렸다. 허전한 기분이 두렵게 다가왔던 건 그 정체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진기라는 또 하나의 만보기를 통해 그 공허함의 실체를 들여다보고자 했던 것이 바로 이 작업의 출발점이다. 사진 속 장소의 대부분은 수없이 많은 여행객들이 다녀간 파리나 런던, 로스앤젤레스 같은 대도시다. 그것은 대중의 발자국이 자욱한 관광지에서 도시의 남다른 면면을 발견하고자 했던 강박감’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 작업의 소재나 대상을 구체화하지 않은 것도 ‘허전함’이라는 감정에 밀착할 뿐 어떤 결과물을 ‘만든다’라는 목적의식을 배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완전히 낯선 곳을 혼자 걸으며 허전한 감정이 희석되지 않은 상태에서 낯선 이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사진에 옮겼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이지만 동시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았으면 한다. 누구나 ‘하루 중에’ 허전할 때가 있으니까.
 글 사진/하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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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상윤은 고려대학교에서 환경생태공학과 뇌인지과학을 전공하고 있고, 교내 커뮤니케이션팀에서  학생사진기자로 활동했다. 교내 사진 공모전에서 대상과 우수상을 수상했고 지난 일 년 동안 로스앤젤레스에서 인턴사진기자로 생활했다. 졸업 후엔 스토리텔러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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