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그리고 바이(Good and Bye)

사진마을 2017.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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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100일 기록 사진전 연 사진가 성남훈씨]


snh001.jpg » 전시장 2층에서 성남훈 사진가
 
사진가 성남훈(54)씨는 지난 7월부터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과 춘천기독병원의 호스피스에서 기획부터 촬영 마무리까지 100일간 사진과 동영상으로 호스피스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을 찍어 기록해 서울 류가헌에서 사진전 ‘누구도 홀로이지 않게’를 열고 있다.
 ‘호스피스·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지난 8월부터 시행되면서 호스피스 서비스의 대상이 말기암 환자뿐만 아니라 에이즈, 만성간경화 등 비암질환 말기환자까지 확대되었다. 호스피스·완화 의료란 통증 등 환자를 힘들게 하는 신체적 증상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환자와 가족의 심리적, 사회적, 영적 어려움을 돕는 의료 서비스다. 전시는 이달 29일까지 열린다. 18일 전시장에서 성남훈씨를 만나 사진을 찍었던 과정과 이 작업의 의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성남훈씨는 전주대학교 객원교수이며 사회공익적 사진집단 ‘꿈꽃팩토리’를 이끌고 있다. 월드프레스포토에서 두 번 수상을 한 국내 유일의 사진가이기도 한 성씨에게 이번 호스피스 사진작업은 어떤 의미였을까? 성씨는 “처음에 보건복지부 쪽에서 사진을 의뢰해왔을 때는 여러 생각을 했다. 임종에 관한 전형적인 사진들이 있다. 이것을 내가 완전히 새롭게 찍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나 나의 오만함이 사라지는데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나는 숱한 내전, 분쟁 현장을 다녔다. 90년대 초반 르완다 내전이 종식되고 후투족 난민의 자이레 캠프를 취재하러 간 적이 있다. 키상가니 지역에서 대학살이 벌어졌고 유엔의 긴급의료팀과 자원봉사자들이 헌신적인 활동을 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런데 호스피스의 일상은 그 내전 현장 이상이었다. 호스피스에서 간호사, 의사,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들이 보여준 모습들은 초인적인 자기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었다. 한 달에만 이삼십 번 이상 죽음과 마주치고 대소변을 받아내는 것은 기본인데다가 오랫동안 누워있는 환자들을 뒷바라지하는 장면들은 경건하기까지 했다”라고 입을 열었다.
 촬영 기획부터 마무리 작업까지 꼬박 100일이 걸렸다는데 사진 이상의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호스피스에 오신 분들은 동선이 별로 없다. 대개 누워있거나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어렵사리 의사 소통이 되고 촬영 허락을 받은 분이 있어서 다음날 인터뷰하고 찍으려고 했는데 그날 가보니 침상이 빠져있더라는 것이다. 호스피스라는 공간에는 간호사, 의사 등 의료진 외에도 환자와 가족들이 있고 무거운 공간이다. 어떻게 허락을 받았을까? 성씨는 “사진은 내가 맡았지만 동영상 담당 2명과 초상권 허락을 구하는 행정업무를 맡은 사람까지 4명이 한 팀이 되어 병동을 누비고 다녀야 했으니 환자와 가족들에게 불편했을 것이다. 첫날에 카메라 매고 침상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일단 ‘저 사람들 뭐야?’라고 각인시키는 일부터 해야 했다. 그러다가 박옥자 할머니를 만났다”라고 말했다.
 호스피스에서 2주일 정도 계시다가 8월 13일 74살의 나이로 세상을 뜬 박옥자 할머니는  친구들과 잘 놀러 다니시고 일상생활을 잘하시다가 갑자기 발병한 경우였다. 성남훈씨 일행의 사진 촬영에 대해서도 아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 카메라가 병실에서 왔다갔다하는 것을 보고 “오메, 이게 무슨 난리랑가? 이제 스타가 되었네! 어머 또 찍네! 그려, 암 4기 여자가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어요. 암 4기는 아무나 하나? 암 4기 여자가 카메라가 3대가 되니까 정신이 없네. 병원에선 혼자 심심했는데”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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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씨 일행은 찍은 사진을 이틀 후엔 꼭 인화해서 당사자들에게 건네줬다. 박 할머니 덕분에 주변의 다른 환자들도 점차 마음을 열면서 환자 가족이 먼저 찍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까지 생겼다고 한다. 사랑하는 이와의 마지막 순간으로 남겨놓고 싶었던 것이다. 한 환자의 딸은 동영상도 같이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딸의 육성이다.

 “아빠 너무너무 사랑했는데 내가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 나 어렸을 때 아빠가 나 자전거 뒤에 태우고 핫도그 사주고 시장 가서 빨간 구두 사준 거 나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아빠가 나를 제일 예뻐했는데.... 둘째 딸을 제일 예뻐하는 게 제일 비밀이었지....” 전시장 한 구석엔 그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는데 한 관객이 눈시울을 적시면서 보고 있었다.
 성씨는 “연명치료의 경우 이런 인사 같은 것이 안되는데 호스피스에선 가능하더라. 그게 참 좋더라”라고 했다.
 이번 전시는 류가헌의 2층과 지하층 양쪽에서 모두 열리고 있다. 그 중 2층에는 환자의 사진이 한 장도 없고 풍선, 새, 구름, 제주 바다, 복숭아 등을 찍은 사진이 걸려있다. 성씨는 “환자들의 이야길 들어보니 너무 강렬하여 이 분들이나 가족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이 분들의 꿈을 보여주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꿈을 형상화하여 걸었다”라고 했다. 한 가족이 남긴 이야기다. “엄마는 새가 되고 싶었는데 아들 때문에 재가도 못하시고.... 그놈의 밥 때문에, 아들 밥 챙겨주느라....”


 
 성남훈 팀은 호스피스에서 여러 명을 인터뷰했고 기록으로 남겼다. 다음은 그 내용의 일부다.
 서른 살 아빠 안건호 님
-가고 싶은 곳이나, 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_ 가족들과 함께 걷고 싶어요.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_ 사랑하는 우리 주희, 주한이, 늘 내가 곁에 있고, 항상 곁에 있고 외로울 때면 내 사진을 봤으면 좋겠다. 나 멀리 안가니까, 주위에 있으니까 계속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김근후 할아버지 아내
  복숭아가 하나가 남았는데 할아버지가 못 먹고 가셨어. 복숭아를 매일 껍질 벗겨 드리면 잘 드셨거든요. 그거 한 개가 남아 있어요 집에. 안 먹고 뒀지. 그것 없어지면 내가 살아갈 수가 없잖아. 거 마저 먹고 가지. 그래서 하루라도 더 살지...
 
 호스피스 완화의료 도우미 김태경 님
 개인적으로 스스로를 사랑이 없는 사람으로 생각해왔어요. 이웃이나 주변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첫 환자가 임종을 맞았을 때 처음으로 타인이 내 가족처럼 느껴지는 감정이 느껴졌어요. 보호자를 보면서 끌어안고 울었던 기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제주도 할머니 이두규 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_ 병만 없으면 뭐라도 하고 싶어. 빨리 나아서 걸어 다니고 싶어. 스물 한 살 때 뭍으로 왔는데, 제주도에 가고 싶어. 고향이니까.. 죽기 전에 가고 싶어.
 
 호스피스 완화도우미 김선혜 님
 호스피스는 환자의 위생과 건강을 돌보고, 보호자의 마음을 달래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노부부중 남편분이 아내분을 병간호 하던 상황이었는데, 아내의 임종 이후 ‘빨리 따라가야하는데...’ 하고 어르신이 혼자 쓸쓸히 뱉은 한마디가 잊히지 않아요.
 
 세례명 리드비나 할머니
 얼마 전에 우리 오라버니가 세상을 떴는데, 우리 올케가 속도 많이 썩고 했는데도 그렇게 많이 울고울고, 웃고 욕하고 또 울고... 자식들이 그 심정을 이해 못하는데. 내가 닥치니까, 부부라는 것이 수십 년, 아까 계산해보니 58년이래나? 그것이 헛된 세월이 아니었고, 나는 천주교 신자라 그 마지막이라는 거, 하느님 믿고 의지하고 대범하게 생각했어요. 근데 닥치니까 그게 아니네요. 그게 아니에요.


  10월 21일(토), 28일(토) 오후 4시에는 류가헌 2관(지하 1층)에서 <첫 호스피스 기록 100일의 일화>라는 내용으로 작가와의 만남이 진행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성남훈 사진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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