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작품을 그림으로 그리면 도용일까 아닐까

곽윤섭 2012. 0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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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부 사진 <꽃을 든 여인>와 세오의 그림 <순간>

“범죄” 비난 글에 화가와 갤러리 쪽에서 “명예훼손”

 저작권과 공정이용 사이, 2차 작품 독자성이 기준


 

마크 리부의 사진전시가 열리고 있다. ‘델 피르와 친구들’ 전시에서 10장 정도 소개되었던 마크 리부의 사진이 190장이나 대대적으로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전시라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6월 말 쯤에 전시를 주최한 코바나 기획에서 만든 사진전 공식 홈페이지에 특이한 질문이 하나 올라왔다.

 

<마크 리부 작품 ‘꽃을 든 여자’의 작품을 도용한 것 같습니다> 라는 제목의 글이며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세오작 1억 2000만원 이라는 ‘순간’ 이라는 작품 이미지 보냅니다. 작가로서의 양심이 의심 됩니다. 마크 리부 작가에게 허락을 받았다면 괜찮겠지만 이미지가 너무 흡사해서 알아 보세요. 이러한 모사작이 1억2000만원?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됨”

 

그리고 또 하나의 글이 올라왔다.

2. 세오의 작품 ‘순간’ 은 마크리부의 작품을 차용한 것이 아니라 도용으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범죄에 해당하지요. 심지어 작가론 까지도 도용한 흔적이.. 세오는 ‘순간’이라는 작품을 광주의 5.18을 생각하며 제작했다고 했지만 결국 마크리부의 꽃을 든 ‘소녀’는 베트남 전쟁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 장면으로 순수한 내용까지도 침해했다고 보여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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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을 든 여인/마크 리부                                                                         순간/Seo

 

 

‘꽃을 든 여인’은 마크 리부가 1967년 10월 21일 미국 워싱턴 D. C의 펜타곤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당시 반 베트남전 시위의 열기가 뜨거웠고 하루 종일 시위대를 취재하던 마크 리부는 거의 하루가 끝이 날 무렵에 이 장면을 찍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사진은 바로 반전 평화시위의 아이콘이 되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반전의 이미지다. 뉴스사진(보도사진)에도 저작권이 있다. 마크 리부가 당시 몸담고 있었던 매그넘은 사진가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진가집단이다. 사진은 비싼 값에 팔리기도 한다. 예술사진뿐만 아니라 뉴스사진도 그렇다. 마크 리부의 사진도 거래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저작권의 보호를 받아야할 것이다. 여기까지는 상식적인 이야기다.

 

 광주 5·18 생각하며 그린 300호짜리 대작, 1억2천만 원 호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우선 진행과정을 간단히 요약할 필요가 있다.

화가 세오(한국명 서수경)는 2005년에 300호짜리 대작 ‘순간’을 그렸다. ‘순간’을 소유하고 있는 독일 미하일 슐츠 갤러리의 마이클 슐츠 관장은 2012년 2월 한국 광주를 방문했고 명예시민증을 수여받았다. 그리고 ‘순간’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래는 광남일보 기사에 실린 슐츠 관장의 인터뷰다.

“시가 1억 2000만원에 달하는 세오의 작품 ‘순간’을 오는 4월 말게 열릴 ‘독일현대미술’전 때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하겠다. 이 작품이 광주에 꼭 와야 하는 이유로 군인들이 총을 들고 여인 옆에 서있고, 이 여인은 민들레 꽃씨를 날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아래는 당시 광남일보 기사의 전문이다.

http://www.gwangnam.co.kr/news/news_view.htm?idxno=2012022414425107286

 

마크 리부 전시의 주최쪽에서는 화가와 광주 시립미술관, 그리고 <갤러리 마이클 슐츠 한국>과 접촉했다고 필자에게 전해왔다. 요약하면 화가와 갤러리 쪽에선 위 두 개의 질문이 화가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갤러리의 공식 답변에 해당하는 긴 글(영문)은 현재 사진전 공식 홈페이지의 해당 질문과 함께 첨부파일로 올라가있다. 읽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마크 리부의 원작 사진 <꽃을 든 여인>은 가격이 얼마나 될까”였다. ‘순간’을 소장하고 있던 마이클 슐츠 관장이 ‘순간’의 가격을 1억 2000만원이라고 했으니 최소한 원작은 그보다 더 나가야 하는 게 온당할 것 아닌가? 화가 세오씨나 마이클 슐츠 갤러리에서도 마크 리부의 사진 존재에 대해선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림처럼 사진도 거래가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사진을 취급하지 않는 갤러리라면 혹 모를 수도 있겠지만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값에 거래가 되는 사진의 주인공인 안드레아 구르스키가 독일 사람이란 것을 보면 모를 리가 없다. 구르스키의 사진은 몇 십억 대에 이른다. 보도에 따르면 2011년 구르스키의 ‘라인강’은 48억에 거래가 형성되었다. 마크 리부의 사진 가격이 올라가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150여 년 전 이미 ‘사진은 예술인가 아닌가’ 법적 공방 


또 한 가지 의문은 과연 사진은 예술인가 아닌가에 대한 원초적 질문의 반복이다. 위에서 벌써 밝혔듯이 몇 십억에 팔리는 작품도 있으니 사진도 예술이 맞는 모양이다. 그러나 예술의 기준이 반드시 화폐가치로 환산되는지에 달린 것은 아니므로 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곳 사진마을에서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란 책과 관련하여 10회 가량 글을 썼고 논쟁적인 사례를 소개한 적이 있다. http://photovil.hani.co.kr/69598

그때 소개하지 않았던 사례들 중에 사진이 예술지위를 획득하게 된 판결 하나를 여기 옮겨보겠다.

 

 

마예르와 피에르송 두 사람은 1855년부터 파리 시내에서 사진관을 열고 동업에 들어갔다. 초상사진 전문가들이었다. 황제 나폴레옹 3세를 고객으로 맞이하고 나서부터 이들 사진관은 많은 귀족과 예술계 인사들로 붐볐다. 1856년에 두 사람은 이탈리아 통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카보우르 백작의 초상을 제작했다. 1861년에 두 사람은 경쟁관계에 있던 다른 세 사람이 카보우르 백작의 초상을 가필한 사진들을 무단 복제해서 판매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위조라고 생각하고 법적 권리를 지키기로 했다. 위조가 성립하려면 사진이 예술작품이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1839년에 사진이 공표된 이래로 사진의 기계적인 면 때문에 순수예술로서 인정되는 뛰어난 솜씨의 수공기법과 상반되었다.

마예르와 피에르송의 변호사는 이렇게 주장했다. 화가를 예술가로 부르듯 <사진예술가>라는 단어를 내세웠고 사진가도 화가와 마찬가지 수법으로 사진을 제작한다는 것을 입증하려 했다.

경쟁자들의 변호사는 이에 맞서 26인의 탄원서를 내놓았다. “사진을 어떤 식으로든 예술로 보는 것에” 반대하는 앵그르 같은 화단 인사들이 여기 포함되어있다. 피고 측 변호인들은 사진의 자동적, 기술적 성격을 지적했다. 1862년 1월 파리 형사 재판정은 고소인들의 고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4월 항소심 법정은 마예르와 피에르송의 손을 들었다.

“사진 데생이 그 사진을 제작하는 사람의 사고와 정신, 또는 취미와 지성의 산물일 수 있다”는 취지였다. 또한 법정은 “수공과 독립적인 완성은 대체로 풍경의 재생이나 시점의 선택, 음영 효과의 대비에 의존하여 초상에서는 인물의 자세와 의복 또는 장신구 배치에 의존하는데 이 모든 것이 예술적 감정에 좌우되면 사진가의 작업에 그 개성의 자취를 새긴다”라고 했다. 같은 해에 마예르와 피에르송은 책을 내고 “오늘, 법의 눈으로도 예술가와 대중의 눈으로도 사진은 예술이다. 사진가의 작품을 복제하는 것은 위조다”라고 썼다.

이 판결이 최초의 법적인 승리이며 1862년 프랑스 최고 재판소(파기원)에서 최종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로서 사진은 1862년에 예술작품이란 합법적 지위를 얻었다. 그렇지만 사고방식이 바뀌는데 는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19세기는 물론 20세기 초반까지도 사진이 회화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뒤 여러 나라에서 속속 사진이 예술 작품지위를 획득하는 판결이 이어졌다.


 

세 번째 생각이자 논점은 공정이용(Fair Use)에 관한 것이다. 공정 이용은 미국의 저작권법에서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있으며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가를 구하지 않고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미국 저작권법상의 원칙으로, 학문 연구나 평론에 이용되는 것이 그 예이다. 넓게는 저작권을 제한하는 법원칙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공정 이용에 대해 저작권 침해 주장에 대한 방어 법리라는 소극적 시각과 저작물의 공정 이용 영역은 이용자가 갖는 권리라는 적극적 시각으로 대립된다. (위키피디아에서)

아직은 복잡하지 않다. 이어진다.

많은 국가에서는 예술 그리고 소설, 책, 텔레비전 프로그램 그리고 사진 같은 저작물은 만든 사람이 저작권을 가지게 된다. 저작권을 가진 사람은 이 권리를 이용해 저작물의 이용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 저작권자에게 묻지 않고 저작물을 이용한다면, 원칙적으로 그 사람은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저작권자는 이를 근거로 허락 없이 이용한 사람에 대해여 그에 대한 손배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창작물이 인기를 얻으면서 사람들은 창작물을 주제로, 어떤 이들은 텔레비전이나 책에서 그것들을 이야기하기를 원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요구가 많은 국가의 저작권법에 반영되어 창작물을 주제로 이야기를 할 때 작은 부분을 인용할 경우 저작권법 적용 대상에서 예외로 두고 있다.(위키피디아에서)

대한민국의 저작권법에도 규정이 있다. 한국에선 한국법을 따라는 것이 당연하겠다. 공표된 이미지를 보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괜찮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저작권법 제28조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

— 대한민국 저작권법, 제28조

 

다음은 위 조항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이다.

 

저작권법 제25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가의 여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이 경우 반드시 비영리적인 이용이어야만 교육을 위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지만, 영리적인 교육목적을 위한 이용은 비영리적 교육목적을 위한 이용의 경우에 비하여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범위가 상당히 좁아진다.

— 대한민국 대법원 판례 97도2227, 판례요지 3번


 레디메이드 작품, 팝아트 등 모더니즘 미술로 다시 혼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것 같다. 보도와 비평과 교육과 연구 등을 위해서는 저작권법에 앞서 공정이용이라면 제한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 작품, 초현실주의, 팝아트 등 모더니즘 미술의 시대가 왔고 예술의 근본이 흔들리게 되면서 다시 오리무중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나리자를 전유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있다. 앤디 워홀은 마릴린 몬로 얼굴사진을 전유해냈다. 그러다 보니 사진을 재료로 2차적인 창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하나의 하위 장르로 인식되고 있고 그런 작업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많은 사례들을 찾아냈다. 법정으로 간 사례도 있고 합의를 한 경우도 있고 아직도 진행 중인 사례도 있다. 그런 사례들의 기준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데 “2차적 작품이 독립적이며 자주적인지(independent and autonomous work of art)”의 여부가 중요한 것 같다.

 

1. 매그넘 사진가 수잔 메이젤라스 vs 화가 조이 가네트

2003년, 화가 조이 가네트는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사진의 일부를 유화로 그렸고 2004년에 다른 작품과 함께 전시회를 열었다. 그런데 그 사진은 1979년 매그넘 사진가 수잔 메이젤라스가 니카라과에서 찍은 산디니스타 혁명군의 화염병을 던지는 남자(Molotov Man)이었다. 매그넘과 수잔 메이젤라스는 사진을 도용했다고 주장했고 조이 가네트는 공정이용을 주장했다. 조이 가네트는 사과 편지를 보냈으나 매그넘쪽은 배상과 전시 중단을 요청했다. 그런 와중에 조이 가네트를 옹호하는 인터넷 단체에서 대대적인 포스팅을 통해 공정이용 캠페인을 벌였다. 이 사안은 법정으로 가진 않았다. 다만 공정이용을 주장하는 단체들 사이에선 전설 같은 일화로 남아있으며 매그넘과 사진가 수잔 메이젤라스는 여전히 원작이 훼손당했다고 믿고 있다. 법정으로 가지 않았으니 판단은 해당 예술가들과 대중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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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san Meiselas/Magn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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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가네트의 그림 

 

 

 

 

2. 제프 쿤스 vs 안드레아 블란치

제프 쿤스는 상업사진가 안드레아 블란치가 찍어 잡지에 실린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했다. 소송 끝에 사용된 사진이 제프 쿤스가 만든 작품의 일부에만 사용되었다는 점 등을 들어 쿤스가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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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란치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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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쿤스의 작품

 

 

 

 

3. 제프 쿤스 vs 로저스

제프 쿤스는 사진가 아트 로저스의 흑백 사진 작품을 발견하곤 저작권 마크를 지운채 조각으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푸른 색으로 채색하고 강아지의 코가 과장되었으며 남녀가 머리에 꽃을 꽂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제프 쿤스는 조각을 팔았으며 로저스는 소송을 제기했다. 제프 쿤스는 패러디 작품이며 공정이용의 사례라고 주장했으나 법정은 두 작품 사이의 유사성이 강하다고 판단했고 복제품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 건에선 쿤스는 패소했고 거액을 배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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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의 사진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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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쿤스의 조각 작품

 

 

 

4. 마크 리부의 ‘꽃을 든 여인’ vs 세오의 ‘순간’

다시 한번 두 작품을 같이 놓고 비교해보고 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한국전시 기획사를 통해 마크 리부쪽의 반응을 물었다. 마침 마크 리부의 가족들은 “집안에 결혼식이 있어서 경황이 없다”며 별로 신경을 쓰지도 않는 것 같다는 반응을 들었다. 늘 경쾌하게 인생을 살아왔고 사진을 찍어온 마크 리부 답다. 그러므로 지금으로선 소송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판단은 두 작가와 대중의 몫이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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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한가지 더: 사진이 처음 공표되고 나서 화가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그러나 사진을 이용하려는 화가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밑그림용으로 사진을 이용했던 것이다. 그래서 드가나 쿠르베 처럼 직접 사진을 찍어서 그림을 그리는데 참고한 사람도 있었고 그게 싫으면 사진 찍는 사람을 고용해서 돈을 지불하고 사진을 사서 그림에 활용한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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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윤섭
  • | 201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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