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 키스 키스 키스

곽윤섭 2012. 07. 02
조회수 28162 추천수 2

대한민국에 키스를 선물합니다

 

2012년 봄 학기에도 고려대학교에서 미디어학부 전공과목인 <보도사진 이론과 실습>을 강의했습니다. 36명이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 중에는 사진을 찍어본 적이 별로 없는 초보도 다수 있었고 "좀 경력이 있는" 학생들도 몇 있었습니다. 고려대의 학생들이 대부분이며 학점교류제도에 따라 다른 학교에서 온 학생들도 몇 있었습니다. 대학의 한 학기는 16주입니다. 첫 수업때 카메라 사용법을 알고 있는지 확인해봅니다만 참 난감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과연 16주라는 제한된 시간안에 어디까지 이야기하고 사진을 찍게 할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늘 그렇듯이 학생들은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빨리 배웁니다. 중간고사는 오픈북 테스트입니다. 셔터와 조리개, 노출, ISO같은 개념들을 외우게 하여 시험시간에 적어내게 하는 것은 기억력 테스트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주일 전에 문제를 내주었습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으니 사진을 찍기 위해 자기들이 필요로 하는 이론은 알아서 챙깁니다.  

기말고사는 사진으로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섯 개 조로 나눠서 각 조는 1~2개씩 포토스토리 혹은 포토에세이, 포토캠페인 등의 연작사진을 발표합니다. "사진은 잘 찍는 것이 아니다. 사진 속에 든 내용이 중요하다. 뭘 찍는지가 더 중요하다. 여러분들이 찍은 사진을 보고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마음이 움직였다면 그게 가장 멋진 사진이다"라고 강조합니다. 모든 학생들이 열심히 했습니다만 그 중에서 한 조의 최종결과물을 소개합니다. 학생들 스스로의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가 나왔고 저도 좋은 평가를 내렸습니다. 소개합니다.

 

"키스한지 너무 오래돼서 어떻게 하는 지도 까먹었어요. 에이, 못해 못해."

본 프로젝트진행 중 만난 어느 노부부는 이렇게 말했다. 비단 이 노부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섭외과정 중에 마주친 많은 사람들은 남들 앞에서 키스하기를 부담스러워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유독 키스를 꺼려하는 것일까.

키스는 가장 직접적인 사랑의 표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랑을 겉으로 표현하는데 일종의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 같다.우리나라에서는 젊은 연인들 사이와 부모자식간이 아니면 자연스런 사랑 표현이 오가기 힘들다. 두 경우를 벗어난 사랑 표현, 특히 키스는 우리나라에서 남세스러운 행동 혹은 주책으로 치부되기 일쑤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 속에 존재하는 키스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담은 키스사진들을 통해 사랑의 아름다운 표현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사진들이 키스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을 덜어줄 수 있길 바랐다. 이 과정에서 촬영한 키스사진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젊은 연인들의 사랑, 오랜 시간 같이 지내온 노부부의 사랑, 사회적 편견에 맞선 동성 간의 사랑, 시각장애인과 안내견 사이에 신뢰 가득한 사랑 등. 10장의 사진 속에 담긴 키스들은 주책이나 남세스러운 행동이 아닌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사랑의 표현이었다.

키스를 소재로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담은 본 프로젝트를 마치며 우리는 사람들이 사랑 표현에 대한 부담을 조금 덜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을 담아 이 10장의 사진들과 함께 대한민국에 키스를 선물한다.

2012년 봄학기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보도사진 이론과 실습> 수강생 A조: 곽대희, 임수영, 이효정, 남예경, 왕준타오, 윤경언, 김종남, 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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