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에 그려진 스티브 잡스의 두 얼굴

곽윤섭 2011. 1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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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뒤집어보기]

조·중·동은 옆얼굴, 한겨레·경향·한국은 앞얼굴 실어

크기·위치 등 편집 뚜렷한 대비, 신문의 논조 엿보여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에서 <보도사진 이론과 실습>을 강의하고 있다. 종이든 온라인이든 매체에 들어갈 보도사진에 대한 이론과 실습을 겸비하는 과정이다. (보도사진이란 용어에 대해선 계속 고민중이다. 뉴스사진, 매체사진 그 어느 것도 적확하지 않다) 수시로 사진실습을 하러 바깥으로 나간다. 시간이 부족하면 학교 캠퍼스 이곳 저곳을 다니고 어떤 날은 꽤 멀리 다녀오기도 한다.
 이론을 강의하는 시간에는 학생들과 사진에 관한 이야길 나눈다. 나로서는 이야길 나누고 싶은데 학생들은 발표할 생각이 별로 없는 편이라서 말을 시킨다. 일단 시키면 곧잘 한다. 지난주엔 최근에 본 사진들 중에 기억이 남는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의외로 서너 명이 앞으로 나와서 즉석 발표를 했다. 미리 준비시킨 것이 아니지만 인터넷이 되는 강의실이니 금방 사진 자료를 스크린에 띄웠다. 한 학생이 제기했던 소재는 스티브 잡스 사망기사를 보도한 한국의 종합일간지들 1면이었다. 흥미로운 현상을 보이고 있었고 여러 학생의 의견을 들어봤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묘한 선택

 

 우연의 일치라고 보고 그냥 지나쳐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여섯 개의 일간지를 동시에 구독하는 사람은 몇 안될 것이다. 그렇지만 보도사진을 공부하는 입장이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0월 7일치 조간신문의 1면은 모두 스티브 잡스를 추모하는 기사를 실었고 메인사진으로 잡스의 얼굴사진을 크게 싣고 있다. 묘하게도 중앙·조선·동아는 잡스의 옆모습을 실었다.

 한국, 경향, 그리고 한겨레는 정면모습을 실었다. 이름하여 보수성향의 3대 신문은 옆모습인데 반해 진보성향인 경향과 한겨레, 종편사태 이후 중도로 돌아선 느낌이 강하게 들고 최근 정부의 실정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한국일보는 정면사진을 택했다. 통상 신문 1면의 사진은 편집국장과 편집부장이 사진부장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다. 따라서 1면 사진의 선택은 1면 머리기사와 제목의 선택과 마찬가지로 그 신문의 논조와 관점을 반영한 의도적인 편집행위다.

 

6.jpg
 
 먼저 학생들의 의견을 들었다.
 학생 1 “옆면을 택한 조선·중앙·동아일보의 경우엔 사진이 모두 왼쪽으로 몰려있습니다. 이것은 스티브 잡스를 좌경 쪽으로 몰아가려는 의도 아닐까요?”
 과연 듣고보니 왼쪽에 배치되어있고 오른쪽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정색을 하려다 멈칫했다. 웃자고 한 이야기로 보였다.
  
 학생 2 “삼성과 애플은 경쟁관계에 있었습니다. 중앙으로선 삼성의 입장을 강하게 대변해왔고요. 또한 나머지 조선과 동아도 유력한 광고주인 삼성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요? 그래서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잡스를 장사꾼처럼 보이도록 웃는 옆모습을 실었을 것 같습니다.”
 뭔가 알맹이가 있는 듯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엉뚱하다. 이 정도면 웃자고 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엉뚱한 듯, 알맹이가 있는 듯, 정곡을 찌른 듯…
  
 또 다른 학생 3은 조금 진지했다.
 “정면 얼굴은 진지해 보이는데 옆 모습은 활발하게 보입니다. 정면 얼굴은 시대의 위인처럼 보이고 옆 모습은 성공한 비즈니스맨처럼 보입니다. 조선·중앙·동아일보로서는 자본의 입장을 더 대변하는 쪽이니 잡스를 크게 성공한 장사꾼 혹은 천재적인 비즈니스맨 정도로 보는 것 아닐까요? 나머지 신문들은 잡스의 인간적인 면모, 시대를 앞서간 위인으로 보는 것 같고요”
 조금 더 정곡을 찌르는 것 같은데 “좌경….”만큼 재미는 없었다.
  
 양쪽의 신문을 비교해보도록 하겠다.
 1. 크기

 신문에서 사진을 사용할 때 크기가 클수록 비중을 둔 편집이 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지면이 허락하는 한 사진을 크게 쓸수록 주목도가 높아진다. 2000년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 정상회담의 사진은 각 신문이 예외 없이 통단을 사용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연평도 포격사건 등의 사례도 있다. 그러므로 스티브 잡스의 추모기사도 우선 지면에서 차지하는 사진의 크기가 중요하다.
 베를리너판형의 중앙일보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같은 판형(통상 대판이라 부름)이다. 이 중 조선, 동아, 한국, 경향은 7단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한겨레는 6단 편집을 한다. 스티브 잡스의 사진사용에 있어 조선은 4단, 동아, 경향, 한국은 5단(이상 7단 편집) 중앙은 베를리너판 5단 편집에서 4단으로 썼으며 한겨레는 6단 편집에서 4단 크기로 사진을 배치했다.

 

외형적 크기는 중앙·조선·동아>한국>경향>한겨레

 

 판형과 편집의 형식을 논외로 하고 물리적으로 가장 사진을 크게 쓴 신문사는 동아, 경향, 한국(이상 대판 5/7)이다. 중앙(베를리너판 4/5)이 한겨레(4/6)와 비슷하며 조선(대판 4/7)이 가장 작았다. 그러나 한겨레와 경향은 얇은 가로 사이즈의 사진이었는데 비해 조선과 중앙 등은 세로의 길이가 긴 정방형에 가까운 사진이었으므로 평수를 따지자면 한겨레의 사진크기가 가장 작았다. 중앙·조선·동아>한국>경향>한겨레의 순서로 중앙·조선·동아가 더 비중 있게 잡스의 추모기사를 다뤘다고 봐도 된다.
  
 2. 얼굴 정면과 옆면의 차이
 표정이 같은 사진의 경우 정면과 옆면은 맞비교할 수 있다. 각도는 인물의 성격 규정에서 큰 차이가 있다. 통상 얼굴 정면은 옆면보다 더 강하고 권위적이며 수직적 구조를 가진다. 강하다는 것은 독자와 시선을 마주치기 때문에 독자의 시각적, 심리적 피로도가 생긴다는 측면에서 본 것이다. 권위적이란 것도 마찬가지 사진의 인물이 정면에서 독자를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수직적 구조란 것은 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경향과 한겨레가 쓴 잡스의 정면은 왼손을 턱밑에 놓고 “신중하게 고민, 사색하고 있으며 어떤 영감이 막 떠오를 듯”한 정면이다. 전형적인 위인, 천재의 얼굴이며 시대를 앞서나간 어느 인물에 대한 묘사다. 한국이 쓴 정면은 웃음을 머금고 있다. 중앙·조선·동아의 옆모습과 비교할 때 웃고 있다는 점에선 같지만 파안대소까지는 아니다. 웃는 얼굴인데 정면에서 독자를 응시하고 있다. “IT의 미래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 보인다. 그러면서도 부드럽게 응시한다. 한겨레와 경향에 비해 인간적인 면모를 조금 더 강조했다. 

 

옆면보다 정면이 더 강하고 권위적이며 수직적


 중앙·조선·동아가 쓴 옆모습은 트리밍의 차이가 있을 뿐 같은 사진으로 보인다. 눈가와 입가, 콧등에 주름을 일으키면서 맘껏 웃고 있다. 아주 자신 있는 표정인데 한편으로는 그의 표정을 보고 있을 청중(프리젠테이션)이나 독자(신문)는 안중에도 없다는 식으로 읽히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애플 왕국(자신만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자신만만하게 호탕하게 웃는다.

 그런데 옆모습이란 점이 중요하다. 만약 이런 파안대소가 정면으로 등장했다면 보는 사람은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옆모습이다 보니 그런 반감은 피했다. 통상 옆모습 사진은 독자(청중, 관객)에게 편하게 다가온다. 내가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어도 그는 나를 보지 않으니 의식하지도 않는다. 마음껏 쳐다봐도 좋다. 그래서 통상 얼굴 옆면은 정면보다 더 부드럽고 편하고 수평적이다. 사진을 찍히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렌즈와 마주보고 있지 않아도 좋다는 것은 자랑거리다. 
  
 그래서 어떻다는 이야긴가? 스티브 잡스의 얼굴이 실린 6개 지면을 비교해보면 이런 해석을 할 수 있다.
 중앙·조선·동아는 파안대소하는 옆모습 사진을 실었다. 학생 2와 3의 주장대로 자유분방한 IT 천재, 성공한 비즈니스맨으로 판단하려는 의도가 커보인다. 좋게 보면 그에 대한 밝은 평가만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
 한겨레와 경향은 차분하고 냉철한 정면을 선택했다. 냉철한 CEO, 평소 기부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부자라는 평판을 살짝 엿볼 수 있는 선택이지만 크게 보자면 이 얼굴은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꾼 위인의 모습이다. 진중하다. 한국은 중도를 택했지만 최소한 장사꾼으로 그리진 않았다.
  
 3. 한 가지 더
 한가운데서 정면을 보면 사람의 얼굴은 눈 두 개, 귀 두 개, 입과 코 하나씩을 볼 수 있다. 옆에서 보면 귀와 눈 모두 하나씩 보인다. 코와 잎은 절반씩 보인다. 정면과 옆면이 같은 평수를 차지한다고 가정하면 정면보다 옆면이 정보량은 조금 부족해도 훨씬 크게 보여줄 수 있다. 그래서 중앙·조선·동아의 잡스 옆모습 사진은 훨씬 크게 보인다. 최소한 가판대에 6개 신문이 꽂혀있을 때 주목도를 높여줄 수 있는 요인의 1번은 크기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필자 주; 앞으로 매주 한 차례, <사진 뒤집어보기>칼럼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한 주간 가장 이슈가 되었던 사진, 주목도가 높았던 사진 등을 골라서 분석하고 제 의견을 달겠습니다. 종이나 온라인이나 사진만 뚝 떼와서 분석하는 것은 맹점이 있습니다. 그 매체의 성향, 글 기사와의 조합, 제목, 레이아웃 상의 위치 등을 모두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 분석>은 의미가 있습니다. 가장 강력하고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사진입니다.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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