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호 1면 기획사진에는 식은 사진이 많다

곽윤섭 2012. 01. 03
조회수 19177 추천수 0

   [사진 뒤집어보기]
   그림 같은 멋진 이미지 컷, 날짜 빼거나 거짓으로
 관련 특집기사와 맞물려 쓸 때는 대체로 정확하게


 먼저 퀴즈부터.
 다음 12개는 2012년 1월 2일치를 장식한 각 신문의 1면 사진들입니다. 이 중에 하루 전인 1월 1일에 취재된(촬영된) 사진을 쓴 것은 어느 신문일까요? (복수 정답 가능성 있음)

 all-12-1.jpg
 
 시간이란 것은 과연 무엇인가? 2011년 12월 31일 밤의 1분과 2012년 1월 1일 새벽 00시의 1분은 같은 60초다. 오늘 한 시간의 길이는 백 년 전 어느 날 한 시간의 길이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제야의 밤이라고 부르며 12월 31일 밤과 1월 1일의 새벽 사이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모월 모일과 다를 바 없는 하루이지만 해가 바뀐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기념하려고 한다. 해가 바뀐다는 것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큰 변화가 따르니 그럴 수 있다.
 
 해마다 신문사는 신년호를 준비한다. 매일 만들던 신문과 신년호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은데 위에서 말했듯 관행적이다. 올해엔 대부분의 신문이 1월 2일치를 신년호로 만들었다. 1월 1일은 일요일이라 배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년호의 머리기사는 기획기사로 채워지곤 한다. 신문을 실제 제작한 1월 1일에 대형 사건사고가 생기지 않는다면 미리 준비한 특집, 기획기사가 더 신년호에 걸맞다고 생각해왔다. 방식은 신문사마다, 그때마다 다르다. 사설 혹은 칼럼, 이름하여 신년사라고 하는 글을 1면 기사로 내보내기도 하고 특집의 첫회를 풀어놓기도 한다.

 

 2명 이상의 사진기자들이 한두 달 전부터 찾아나서


 요즘은 신문의 영향력이 예전 같진 않지만 여전히 신문사 간에 경쟁은 있는 법, 사진이란 것은 눈으포항공대-1.jpg로 보자마자 순식간에 판가름이 나므로 참 어렵다. 신년호에 실리는 사진 때문에 각 신문사의 사진부는 골머리를 앓는다. 산으로 바다로 목장으로 하늘로 뛰어다닌다. 아주 느긋한 성격의 사진부장이 아니라면 최소 2명 이상의 사진기자에게 신년호 사진 취재를 맡긴다. 그것도 한 두 달 전부터 시작한다.

 가장 흔한 신년호 사진은 일출. 신년호 사진과 관련된 파란만장한 사연들은 나중에 따로 쓸 일이 있을 것이다. 해가 뜨는 사진을 선호한 것은  해란 것이 바로 한 해가 가고 오는 그 해와 같은 단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떤 해를 어디서 찍느냐는 것. 소의 해, 닭의 해, 개의 해, 토끼의 해 같은 경우엔 실제 동물을 앞에 걸치고 배경으로 뜨는 해를 찍는다. 무리가 따르긴 하지만 눈에 잘 들어온다. 십이간지 중에 곤란한 경우가 몇 있다. 쥐는 어떻게 표현해도 보기 좋지 않다. 쥐를 앞에 놓고 떠오르는 동해의 해를 찍은 사진은 상상만 해도 이상하지 않는가. 겨우 하나 비슷한 사례를 찾아낸 것이 2008년(무자년) 1월 1일치 포항공대신문 1면이었다. 이 사진을 자신의 포토로그에 올린 블로거는 이렇게 단상을 달았다.  
  <쥐의 해를 맞아 발간된 우리 학교 신문의 신년호 1면에 게재된 사진이다. 그리고 그 아래엔 “생명공학연구센터의 실험쥐가 밝고 영리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라고 쓰여있다. 기자의 눈엔 뭐가 그리 밝고 영리하게 보였을까? 실험쥐들에게 미안하고 또 씁쓸하다>
  사진에 찍힌 실험쥐는 곧 무지개다리를 건너갔을 터이니 블로거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그 외엔 없었다.

2008년이 쥐띠 해였다. 살아있는 쥐를 찍은 경우는 아니지만 딱 한 매체가 쥐의 해에 쥐를 오브제로 삼아 1면 사진을 실었던 사례가 있었다. 조선일보 2008년 1월 1일치는 왼쪽에 이명박 당선자의 신년사를 싣고 오른쪽 절반은 어린이들이 만든 ‘행복주머니 쥐’와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같이 실었다.

 

 

 

.2008-01-01-조선.jpg
 2008년 1월 1일치 조선일보


 

 

 2012년은 용의 해다. 흑룡의 해라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백룡이건 흑룡이건 오렌지룡이건 용은 상상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니 찍을 수 없다. 쥐의 해만큼 난감하지만 그래도 용은 신비하고 영험 서러운 동물이라 용의 조각상, 조형물, 그림 같은 것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으니 꼭 용의 이미지를 신년호에 쓰고 싶다면 그런 곳에 가서 찍으면 된다. 위 12개 신문 중에 두 곳이 용의 이미지를 어떻게든 신문에 썼다.

 

 12개 1면 사진 중 정확한 사진설명을 쓴 곳은 몇 군데?


 이번에도 주변이야기를 하다가 본론에 늦게 도달했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거다. 신문은 통상 하루 전에 만든다. 1월 2일치라면 1월 1일 밤늦게 마감하고 제작하고 배달하여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받아들게 된다. 가장 늦게 마감하는 신문사는 당일 새벽 3시까지의 소식을 전달하기도 한다. 그런데 신년호의 1면 사진은 어떨까? 위 퀴즈에서 예시로 든 신문 열두 개중에 1월 1일에 취재한 사진은 과연 몇 장이나 될까? 신년호 사진은 언제 찍을까?
 이미 언급한 것처럼 두 달 전부터 신년호 기획에 들어가고 늦어도 12월 초엔 지역으로 출장을 떠난다. 예를 들어 해가 뜨는 것을 찍으려면 날씨가 가장 큰 변수이니 하늘에 모든 것을 맡기고 긴 예정으로 짐을 꾸리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필자도 열흘간 날씨가 좋지 않아 일출을 못 찍은 적이 있다. 어쨌든 그렇게 찍어온 사진이 부서 내의 다른 경쟁자를 물리치고 1면에 실리는 것으로 결정이 되면 으쓱해지기도 한다. 그리곤 대부분 거짓말로 사진설명을 쓴다. 신문에 거짓말을 쓴다!
 
 위 12개의 1면 사진들 중에 거짓이 아닌 정확한 사진설명을 쓴 곳은 몇 군데나 될까? 정확하다는 표현은 사진설명을 쓰는 원칙을 지키는 것을 말한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왜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서 (현재진행형으로) 있는 그대로 쓰는 것이 사진설명이다. 6하원칙에서 간혹 하나 둘씩 빠지기도 하는데 어떤 경우에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시간과 장소다. 사진은 그 불완전성을 보완하기 위해 사진설명에서 시공간을 밝혀줘야 한다. 하나씩 보자.
 
 

2012-1-2-경기.jpg

 

2012-1-2-경인일보.jpg

 

2012-1-2-동양일보.jpg

 

 1번, 경기일보는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이곳은 기암괴석들이 가득 찬 삼척 앞바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깨어지는 굉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올 한해 바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파도처럼 우리에게 다가올 시련과 선택의 순간들을 과감히 부딪쳐 극복하자. 그래서 멋진 한해를 만들자”
 2번, 경인일보는 “대한민국 심장을 울리는 웅장한 북소리와 함께 2012년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작년 한 해는..... ”
 5번, 동양일보는  “임진년 새해는 60년 만에 맞는 흑룡의 해여서 첫날의 서광은 더욱 눈에 부셨다…. 전북 김제시 벽골제단지내 쌍용조형물은 그래서 더욱 해맞이가 의미를 더한다”
 이름하여 ‘이미지 컷’이라고 부르는 종류의 멋진 사진이다. 그림 같다. 그런데 언제 찍었는지 알 수가 없다. 1월 1일에 찍지 않아도 좋다. 미리 찍어두었다고 밝혀두면 된다. 날짜 밝히지 않는 이유는 뻔하다. 사건, 사고처럼 발생한 사안이 아니므로 날짜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틀린 주장이다. 글도 마찬가지. 피쳐성 기사도 날조된 것이 아니라면 때와 장소는 분명히 해줘야 한다. 신문에 실리는 사진은 사진작가 아무개씨의 작품을 옮겨온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사진기자가 취재해왔다면 때와 장소를 분명히 해줘야 한다.

 

  

2012-1-2-서울.jpg
 
2012-1-2-한국.jpg

 

 6번, 서울신문은  “공군 제51항공통제비행전대 류재성 소령과 11전투비행단 소영섭 소령이 이끄는 공군 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와 F15K 편대가 1일 눈 덮인 한라산을 배경으로 제주 상공을 가르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번, 한국일보는 “공군 제51항공통제비행전대 류재성 소령과 11전투비행단 소영섭 소령이 이끄는 공군 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와 F15K 편대가 1일 동해 상공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공동취재단 사진 엠바고에 걸려 하나같이 “1일 새해 맞아…”


 이 사진은 한 명이 찍어서 사진기자협회 회원사에 풀(pool)로 전달됐고 크레디트는 사진공동취재단으로 명기한다. 풀을 하는 이유는 전투기를 타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전투기를 타 본 경험이 없다. 그러나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는 들어서 잘 알고 있다. 이번 풀단에서 뽑혀 전투기를 탄 그 기자도 “두 시간 반 동안 죽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렇게 애써 찍은 사진을 각 신문사에서 날짜를 고쳐서 썼다. 이 사진들은 1월 1일에 찍힌 것이 아니다. 서울, 한국, 조선, 세계 등 여러 신문사가 이 사진을 받아서 1월 2일치에 썼으며 하나같이 “1일 임진년 새해를 맞이하여”라고 사진설명에 거짓말을 하면서 독자를 기만하고 있다. 이 사진은 2011년 12월 30일 새벽에 찍힌 것이다. 사진을 풀하면서 엠바고 조건이 걸렸다. 아래와 같다.
 
 <엠바고 1월2일자 조간, 인터넷 포털사이트 1월2일 0시부터 사용 가능 합니다. //공군 제51항공통제비행전대 류재성 소령과 11전투비행단 소영섭 소령이 이끄는 공군 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와 F15K 편대가 동해 상공(제주 상공을 가르며)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2012.1.1 사진공동취재단>
 
 엠바고란 것은 어떤 사안의 보도를 일정시간까지 유보하는 것을 말한다. 엠바고란 것은 촬영날짜를 조작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번 사안의 경우 1명밖에 전투기를 탈 수 없다는 점, 그 사진이 모든 회원사에 같은 조건으로 신년호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 등이 있어서 엠바고를 걸었을 것이다. 그래서 신문은 1월 2일자 조간과 인터넷의 경우 1월 2일 0시부터 사용 가능하다고 제한했다. 그 자체엔 별문제가 없다. 그런데 촬영날짜를 1월 1일로 고쳤다. 위 엠바고 조건에서 2012.1.1 사진공동취재단이라고 한 것은 엠바고 공지를 알리는 날짜일 뿐이다. 이 사진을 풀 받은 매체가 하나같이 원래 촬영된 날짜를 몰랐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참 궁색하다. 통신사의 사진이든 제공받은 사진이든 팩트(사실)확인의 의무는 해당신문사에 있다. 필자의 추측은 이렇다. (1일에 찍은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그냥 그렇게 쓴 것이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 독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2012-1-2-동아.jpg

 

 

2012-1-2-중앙.jpg
 

2012-1-2-한겨레.jpg

 

 4번은 지난해 12월 5일 볼리비아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10번은 날짜가 없다. 신입공채에 합격한 롯데백화점 새내기들이 희망찬 새해를 기원하면 함성을 지르고 있다고 한다. 11번은 지난해 12월 20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나꼼수>출연진을 스마트폰 등으로 찍고 있는 인파를 담았다. 세 신문의 사진은 모두 관련기사와 맞물려서 사용됐다. 4번 동아일보는 ‘지구촌공존 현장’을 위한 현지르포기사이므로 사전에 제작된 것이 당연하고 날짜도 밝혔다. 10번 중앙일보는 청년 일자리와 관련된 ‘2012년 중앙일보 어젠다’ 기획기사를 위해 이 사진을 썼다. 당연히 1월 1일에 기획한 기사와 사진이 아니므로 사전에 제작했을 것이다.

 글 기사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진 찍은 날짜는 밝혀줘도 아무 부끄러움이 없다. 11번 한겨레는 ‘트위플(트위터+피플)혁명’에 관한 기획기사를 시작하면서 관련사진으로 이 사진을 사용했다. 촬영날짜와 장소는 분명히 밝혔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그리고 한겨레신문은 1면의 특집(기획)기사와 관련된 사진으로 '신년호 사진'을 대신했다. 가능한 방법의 하나다. 그러나 내용에선 차이가 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자사의 기사를 위해 특별히 촬영한 사진이고 한겨레신문은 자료사진이다.
 
 

2012-1-2-경향.jpg

 

 시간은 늘 흐르는 것이고 오늘의 한 시간이 2011년의 한 시간과 다를 바 없는데 유난히 신년호는 다르다고 법석을 떨어왔다. 올해에는 그나마 차분한 편이다. 오래전부터 신년호 사진이라고 따로 찍지 말고 그냥 당일 마감하는 발생사진으로 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1월 1일치면 12월 31일에 찍고 1월 2일치가 신년호라면 1월 1일에 찍은 사진을 싣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3번(경향신문)은 신선했다.

 

 여러 가지 동시에 해결한 경향신문 신선


 “1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 모래내시장 근처의 한 포장마차에선 초·중학교 동창들이 새해 덕담을 나누고 있다. 버스를 운전하는 사람, IT 업체에 다니는 사람,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 모래내 근처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부모 집에 들렀다가 짬을 내 만났다고 했다. 위태로운 중년에 한 가정을 짊어진 이들의 새해 소망은 소박했다. (이하 생략)”
 신년을 위한 이미지 컷 성격의 사진이 필요했을 것인데 일출 같은 것은 싫었던 모양이고 신문의 사진이니 며칠 전에 찍는 것도 싫었을 것이다. 경향신문의 경우 딱히 관련기사를 위한 사진이라고 볼 수도 없다. 아래쪽의 왼쪽 절반은 ‘신춘문예 발표’이며 오른쪽은 안철수-박근혜 여론조사다. 사진을 찍은 김기남기자와 통화를 했다. “이번(신년호)엔 밝고 희망찬, 서민의 이미지로 가자는 분위기가 국장단과 부서에서 나왔다. 그날 밤에 참 많이 돌아다녔다. 종로3가부터 시작해서 수십 군데 포장마차를 찾았다. 건물 속에 들어있는 ‘실내포장마차’가 아닌 곳만 골랐다. 새벽에 모래내에서 이 사진의 일행을 발견했고 신문에 쓸 사진이라고 양해를 구한 뒤 촬영했다”
 여러 가지가 동시에 해결된 사진이다. 당일에 마감했고 이미지 컷의 성격도 유지하면서 작위적인 연출상황도 아니란 점이 훌륭하다.
 
 

 

중도신아.jpg

 

 남은 이야기.
 9번, 중도일보는 1월 1일에 열린 대전 해맞이광장의 해맞이축제사진을 썼다. 나쁘지 않은 대안이다. 다만 이 사진을 쓴 곳이 한두 군데 더 있었다.
 7번은 신아일보는 하늘의 용을 잡았다. <동해에서 승천한 여의주를 문 흑룡>이란 사진제목과 함께 “1월 1일 경주 토함산 석굴암에서 바라본 동해 일출 모습. 검은 구름이 해를 가린 모습이 마치 흑룡이 여의주를 문 것 같다”는 사진 설명을 달았다.

 
 신년 사진, 참 재미있다. 신문사진 잘 뒤집어보자.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kwakclinic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취재

신년호 1면 기획사진에는 식은 사진이 많다 [2]

  • 곽윤섭
  • | 2012.01.03

[사진 뒤집어보기] 그림 같은 멋진 이미지 컷, 날짜 빼거나 거짓으로  관련 특집기사와 맞물려 쓸 때는 대체로 정확하게  먼저 퀴즈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