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사진-일이 하나인 ‘지구적 인생’ 40년

곽윤섭 2014. 05. 12
조회수 15864 추천수 2

세바스치앙 살가두 자서전 ‘나의 땅에서 온 지구로’

가난하고 고통받는 지구촌 곳곳 노동자·난민 기록

15년간 고향에 나무 200만 그루 심어 “자연으로” 


 
sal-00001.jpg » 사헬-이 유목민들은 도시 일대에서 음식과 피난처를 구하겠다는 희망으로 사막을 건너왔을 것이다, 말리 파기빈 호수지역, 1985년, ⓒ세바스치앙 살가두

  

자신이 태어난 곳, 정확히 말하자면 브라질 미나스 제라이스주 남동쪽에 있는 리오 도체 계곡 인근에 1998년부터 지금까지 2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은 환경활동가가 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9만 7000톤의 이산화탄소를 거둬들였다. 이 거대한 숲에는 재규어까지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데 먹이사슬이 회복되었다는 뜻이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사람이 지난 10여년간 찍은 사진으로 만든, 지구에 대한 생태학적 서사시라고 부를 수 있는 사진전 <제네시스>는 현재 전 세계를 돌면서 전시되고 있다. sal-0001.jpg » 책 표지

 이 사람의 이름은 세바스치앙 살가두이며 나이 일흔을 막 넘겨 처음으로 자서전 <세바스치앙 살가두, 나의 땅에서 온 지구로>(솔빛길)을 펴냈다. 책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가감없이 인생과 사진을 이야기한다. 모국 브라질의 군사독재에 저항하다 프랑스로 건너가 소르본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았고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런던의 국제커피기구에서 일하던 살가두가 왜 “두둑한 연봉, 근사한 아파트, 스포츠카”를 포기하면서까지 카메라를 들게 되었는지를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르몽드>에 따르면 살가두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사진가이며, 생존하는 그 어느 누구보다 더 많은 전시를 열고, 더 많은 매체에 사진을 기고하는 사람이다. 인생의 이력과 사진과 하는 일이 정확히 일치하는 사람이 살가두다. 그는 가난하고 고통받는 지구촌 곳곳의 노동자와 난민을 찍었고 한 장소에서 몇 달씩 현지인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사진을 찍어왔다. 땀으로 이루어진 그의 사진은 고스란히 사진집으로, 사진전으로 연결됐고 그 수확은 속속 나무심기로 이어졌다. 책은 모험담으로 엮어졌다. <제네시스>의 첫 작업으로 “다윈의 족적을 따라” 갈라파고스로 갔고 거기서 “나는 내가 평생 거짓말을 듣고 살았구나 싶었다. 오직 인간만이 합리적인 동물이라는 거짓말말이다”라고 느끼면서 “우리의 지구는 거기 사는 광물, 식물, 동물과 더불어 모든 면에서 살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인간이 지구를 지극히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에는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사실들이 들어있다. 살가두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인 <세라 펠라다 금광>의 연작인데 그 중에는 개미떼처럼 산을 기어오르는 노동자의 군상이 있다. 그걸 보고 순간적으로 노동의 착취가 떠올리고 있었다. 책에는 “그러한 이미지들을 보고서 광부들은 굉장히 고되게 일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짠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라 펠라다 금광에서는 다들 자발적으로 일한다. 그들은 노예가 아니다…. 푸짐한 식사가 임금과는 별도로 제공되었다”라고 되어 있어서 놀랐다. 사진만 보고 판단할 일이 아니다. 살가두는 여러차례 인간을 존엄한 모습으로 보여주고자 노력해왔다고 말한다. 수잔 손탁이 비참한 모습을 그렇게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한 것에 대한 반론으로 보이는 구절도 있다. 살가두는 사진을 찍는 목표가 어떤 교훈을 주려는 것도 아니고 연민을 자극해서 양심을 촉구하는 것도 아니며 도덕적, 윤리적 의무를 느꼈기 때문에 그 이미지들을 사진으로 남긴 것이라고 웅변한다. 또한 그는 극단적인 고통, 증오, 폭력을 너무 많이 봐서 완전히 너덜너덜해졌다며 그러나 그 르포르타주들을 밀고나간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잔혹성과 직면한 상황에서 좋은 사진이란 도대체 뭔가요?”라는 질문을 가끔 받는데 살가두의 대답은 간단하다. “사진은 나의 언어다. 어떤 상항이 됐든간에 사진가는 아가리를 닥치고 바라보기 위해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 그곳에 있다. 나는 사진으로 일하고 사진으로 내 의사를 표현한다. 그게 내가 사는 이유다”

 

sal-00002.jpg » 인간의 손-세하 팔라다 금광, 브라질 파라주, 1986년, ⓒ세바스치앙 살가두

sal-00004.jpg » 제네시스-토와리 이피 마을의 조에족 여자들은 우르쿰 혹은 루쿠라고 부르는 붉은 열매를 이용하여 몸을 물들이는 습속이 있다. 이 열매는 음식을 만드는 데에도 쓰인다, 브라질 파라주, 2009년, ⓒ세바스치앙 살가두

sal-00003.jpg » 제네시스-네네츠족은 여자가 가장 크고 무거운 썰매를 몬다. 남자들은 아침마다 순록들을 한데 모아 끌고 다니기 위해서 좀 더 가볍고 빠른 썰매를 이용한다, 러시아 시베리아지경 야말반도, 2011년, ⓒ세바스치앙 살가두    
 
 살가두는 1979년부터 15년간 매그넘에 있었고 언론사들의 의뢰로 르포르타주를 위한 보도사진가로도 일했다. 1981년에는 세계적인 특종을 한다. 레이건 미국대통령이 3월 30일 대낮에 총격을 받은 장면이었다. 유탄을 맞은 대통령은 수술을 받아 목숨을 건졌고 그때 사진은 몽땅 팔려서 매그넘이나 살가두 본인에게 재정적 도움을 줬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특종취재기와 다를 바가 없다. 피습 당일 사건 몇 시간 후에 로버트 케네디 피습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사진가를 만났는데 그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로버트 케네디 피습사진을 찍은 사람이라고 박혀있는 명함을 건넸다는 것이다. 살가두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책은 이 밖에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잔뜩 담고 있다. 책에는 살가두가 찍은 사진이 16쪽에 걸쳐 실려있다.
 
 살가두의 40년 사진인생은 지구적이며 그의 테마는 총체적이다. 지리, 인류, 역사, 환경, 그리고 그가 대학에서 전공했던 경제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다. 살가두는 책에서 호소하고 있다. “인간과 지구상의 모든 종들이 처한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은 퇴행이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우리가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는 나무들만이 흡수할 수 있다”라고. 대충 사진을 찍고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은 살가두의 인생을 보고 ‘겁나게’ 반성해야겠다.                                                                                                                               책구입 바로가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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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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