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넘은 아들이 사진으로 쓴 사모곡

곽윤섭 2012.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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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치환 사진전 <엄마의 꽃밭>

 유년의 기억 따라 어머니 가슴에 핀 그 향기 찾아

 안동, 서울..., 가난의 틈새 위로가 된 한두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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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가 이치환의 한국 첫 개인전 <엄마의 꽃밭>이 12월 18일부터 12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류가헌에서 열린다. 이치환은 1950년 경북 청송 출생으로 20대 초반에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여러 가지 활동을 했으나 본인의 표현처럼 “늙어 사진을 공부한답시고”2005년에 프랑스로 건너갔다. 파리에서 첫 개인전을 했으며 2012년에 귀국했다. 라이카클럽의 회원으로 활동해왔으나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엄마의 꽃밭>전시는 각별한 내용으로 채워져있다. 지난해 <노모>로 온빛사진상을 받으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던 한설희의 작업이 떠오른다. 당시 한설희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황망해하던 중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늙고 병들어 겨울나무 마냥 앙상하고 쇠잔해진 어머니가 곁에 계셨습니다. 사진에 이해가 없으신 데다 움직이지 않고 좁은 방안에 거의 누워계셔서 다른 모습을 찍을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하지만, 어머니와 정서적인 공감을 이루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라고 자신의 작업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이치환의 <엄마의 꽃밭> 역시 어머니를 위한 사진이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사랑하던 꽃밭을 찍은 사진이다. 그런데 어려웠던 시절 어머니가 제대로 꽃밭을 가꿨을 리는 없다. 그저 조그만 화분에 한두 송이 피는 꽃을 아꼈고 동네 이곳저곳에 폈던 꽃에 마음을 두었을 것이다. 그 어려웠던 시절, 어머니는 자식들 키우느라, 생업에 종사하느라 언제 꽃에 시간을 들일 수는 없었을 게다. 그러나 아침저녁으로 잠깐 숨 한번 돌릴 때 눈앞에 있던 꽃이 마음에 위안을 주었을 게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사진들은 2012년 귀국한 작가가 안동, 서울 전농동의 철로변마을, 제기동, 당고개 철거민촌 등에서 찍은 사진이다. 안동은 고향이며 전농동은 중학교 때부터 오래 살았던 곳이며 제기동은 어머니가 장사를 했던 곳이라 한다. 따라서 지금 사진전에서 보는 꽃은 그 옛날의 꽃일 리가 없다. 다만 예전 어머니의 흔적이 있던 곳에서 당시 어머니가 잠깐씩 “깡통 하나 놓을 자리만 되면” 꽃밭으로 만들었던 그 동네에 피어있는 꽃들이다. 지금은 12월이니 전시장의 꽃들은 제기동, 전농동에선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어렸을 적 어머니가 가슴에만 담아 두었던 그 꽃밭을 이제 60살이 넘어버린 아들이 사진기에 담아 온 것이다. 사람은 가도 사진은 남는 것. 이제 ‘엄마의 꽃밭’은 영원히 아들의 사진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한설희의 <노모>와 마찬가지로 이치환의 <엄마의 꽃밭>도 결국에는 사진가를 위한 사진이다.
 
 사진가의 작가노트를 옮긴다.

 늙어 사진을 공부한답시고 파리로 떠난 지 7년 만에, 성장한 후
 잡아본 기억이 없는 어머니의 손을 캐나다 동생 집에서 잡았습니다.
 그리고는 집 앞 숲속으로 가서 가슴 아프게 울었습니다.
 
 귀국하기 며칠 전 어느 화창한 날, 창 밖 들판을 노랑 빛으로 물들인 민들레꽃을 바라보시다가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꺾이고 뒤틀린

손마디를  작은 거울 속에 비친 당신의 늙어버린 모습을 쓰다듬으시며
 “이제 꽃도 못 심어…….”창 밖 들판을 오래도록 내려다보시던 어머니.
 
 가난해서 이리저리 이사를 다녔던 어린 시절.
 사는 곳이 어떠했던 집 주변에 꽃 화분이 있었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좁은 골목, 창 아래, 대문 근처, 슬레이트 지붕 위 하루 단 5분이라도
 빛이 들어오는 곳엔 어디라도 깡통 하나 놓을 자리만 되면 엄마의 꽃밭이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내가 유일하게 잘하는 재주로 <엄마의 꽃밭>을 만들었습니다.
 
  “조심해서 다녀라~ 꽃망울이 맺혔어.”
  “길이 좁잖아요!”
  “그래 좁아서 미안하다. 넌 나중에 큰 집에서 살려무나.”
 
 <엄마의 꽃밭>을 만들면서 엄마도 나처럼 꿈이 있는
 어린 소녀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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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가헌은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걸어갈 수 있다. 02-720-2010  www.ryugaheon.com  http://blog.naver.com/noongamgo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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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넘은 아들이 사진으로 쓴 사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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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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