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200미터 이야기

사진마을 2018. 09.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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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m01.jpg » 소란한 탄광의 고요. 걸어가는 광부. 밤새 내린 눈 위로 햇살이 비집고 들어오면 검은 따스함이 들어오는 길에 탄부는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맞으며 모퉁이를 향해 잰걸음을 옮긴다.


 
 박병문 작가의 사진전 <검은 땅 막장 탄부들>이 8일부터 10월 31일까지 전주시 덕진구 여산로에 있는 갤러리 파인(Gallery Fine) (063-212-4695)에서 초대전으로 열린다. 박 작가의 탄광 프로젝트 5번째 이야기다.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민영탄광인 도계 경동탄광을 2011년부터 7년간 찍은 사진들로 구성되었다. 박 작가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앞의 전시들과 이번 전시의 차이는 무엇인가?
 “큰 틀에서 보면 ‘아버지는 광부였다’의 연작인데 이번엔 민영탄광인 경동탄광을 다루었고  새로 공개되는 것이다. 새로운 전시라고 보면 된다.”
 
 -이번 전시는 어떤 의미로 보면 될까?
 “화력발전소가 석탄을 주원료로 쓰다가 천연가스로 바뀌면서 정부의 석탄매입이 대폭 줄어들었다. 지금 경동탄광엔 12만 톤이 쌓여있다. 탄광은 매출이 발생해야 매출만큼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구조인데 매출이 없으니 지원도 없다. 최근 3년 동안 한 해 2, 3백 명씩 회사에서 나갔고 이제 1천 명이 채 남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5년 이래로 문을 닫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급속도로 직장을 잃게 되면 생활이 막막해진다. 언젠가 문을 닫게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광부들이 정착할 수 있는 지원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이번 전시의 첫째 목표다. 두 번째는 광부들의 한결같은 바램을 담아내어 알리는 것이다. 막장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희망의 막장이다. 여기서 땀을 흘려 가정을 꾸려나가고 자녀 교육도 시킨다. 이곳은 인생의 막장이 아니라 광부들에겐 희망의 막장이다. 사람들이 너무 함부로 “막장 막장”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정말 힘든 곳에서 힘든 일을 하지만 이곳은 일터이지 막장이 아니다.”


bbm02.jpg » 갱구의 뜨거운 공기는 차가운 겨울에 안개를 만들지만 광부는 신경 쓰지 않는다. 묵묵히 하던 일을 할 뿐이다.

bbm03.jpg » 막장의 검은 시간. 막장에서의 일상이지만 습함과 분진이 탄부를 집어삼킬 듯 붙었다. 막장 탄부의 질긴 시간은 탄부의 동선 따라 분진의 동선도 함께하는 극한 막장이다.

bbm04.jpg » 탄부의 시간, 축축함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엄습한 습도가 몸을 에워싸고 탄부를 주저앉게 했다. 군더더기 마냥 눌어붙은 덩어리들이 분신 마냥 에워싸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막장에서 보냈는지 낡고 낡은 장화의 밑창에 빛이 들었다.

bbm05.jpg » 하늘에서 본 경동 탄광. 나무를 주 연료로 사용하던 시절, 석탄의 발견은 엄청난 사건이었고 석탄은 국민 생활의 향상은 물론 구공탄으로 이내 서민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헐벗던 산은 다시 활력을 찾게 되어 삼림 복구의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석탄은 경제는 물론, 서민의 삶까지 향상시켜 편리한 생활을 누리게 했다. 이 모든 것이 그리 멀리 않았던 70년대와 80년대까지의 일이었는데 환경적인 문제가 대두하면서 호황기를 누렸던 석탄 사업은 폐광을 논할 만큼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골진 산 사이에서 허기진 소리를 내며 많은 사람들의 밥붙이였던 탄광은 폐광의 험난한 시험대에서 고통의 신음을 하고 있다. 굉음과 분진을 품어내던 건물의 시름이 잦아 들고 바람마저 피해가던 하늘에 근심의 소리가 창공을 젖는다. 저 산 허리 밑 지하 막장에는 햇빛을 거부한 탄부들의 강인한 숨소리가 분진막을 흔들고 탄을 퍼올리는 삽질의 시간마저 검게 익고 있을 것이다.  


 -사진 중에 박 작가 본인이 갱도에서 걷는 것도 있다. 지하 얼마까지 들어가는가? 촬영 작업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지상에서 1,200미터까지 들어간다. 도계 같은 경우에는 사갱이다. 인차를 타고 내려가다가 수평으로 걸어서 한 5백 미터 들어가서 또 사갱으로 내려간다. 30분에서 40분 정도 내려가야 막장에 도달할 수 있다. 사실 무섭다. 지난해 10월 이곳 경동탄광에서 가스 폭발사고가 있었다. 나는 촬영하다가 잠시 쉰다고 나왔는데 일이 터졌던 것이다. 위험한 곳이다. 자주 들어갈 수가 없어서 7년씩 걸렸다. 내 사진? 안전요원이 찍어줬다. 지하 탄광은 전쟁터다. 1미터 전방이 보이질 않는다. 분진이 말도 못하게 심하다. 막장으로 내려가면 한군데에서만 캐나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벌집 모양으로 수십 개의 공간이 있다. 그런데 폭발을 한꺼번에 하면 무너질 수 있어서 시차를 둔다. 수십 곳에서 빵빵 폭발음이 터지면 귀가 울리고 진동이 온다. 진짜 전쟁터 같다. 어두워도 플래시를 쓸 수가 없다. 지난해 사고도 스파크로 가스가 폭발한 것이었으니 조심스럽다. 매번 들어갈 때마다 생명을 담보하는 각서를 쓰고 들어간다. 그동안 각서만 한 스무 번은 썼을 것 같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박병문 작가 제공


작가노트


쌓인 탄이 출하되면 광부의 가슴에는 뿌듯함이 들어왔던 지난날과는 달리 산으로 변해가는 저탄장의 높이는 탄광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고 산더미처럼 쌓여만 가는 무연탄은 탄부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불안한 미래를 초래하고 광산의 폐업이 기정사실화 된 시점을 하루하루를 버티며 견디고 있는 것이다. 무연탄의 최대 수요는 화력 발전소였으나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밝혀지면서 대체 에너지로 천연가스가 사용 되고 무연탄의 수요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시점에 그에 따라 쌓여만 가는 탄을 애타는 심정으로 바라보아야만 하고 인건비 차감을 위한 인원삭감은 해를 갈수록  가중되면서 불안과 초조로 인한 심리적 위압까지 느껴진다고 한다.
 
 검은 진폐의 공포보다 더한 실직의 공포가 탄부들의 하루를 누르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막장에서 깊이 파고든 검은 분진을 따끈한 온수로 씻을 때면 살아서 가정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흥겹고 즐거웠지만 지금은 생계가 끊어질 것 같은 위압감이 머리 위에서 발끝까지 물과 함께 느껴진다고 한다. 암담한 시간, 가장의 자리가 위협되고 서야할 자리가 위태해지bbm001.JPG » 지하 갱도에서 촬영 중인 박병문 작가. 고 평생 탄부로 살아온 그들에게 실직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을 찾을 수 없고 해결책 또한 없다. 반세기 동안 터전으로 살아온 탄광촌을 떠나 타인의 땅에서 고향을 만들 수는 없다. 해결책 없어 뿌연 담배연기만 하염없이 뿜어대는 광부의 얼굴에 수심만 가득하였다. 경제적 기반이 활성화되었던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너무나 다른 광산의 분위기가 막장의 검은 탄만큼이나 탄부들의 가슴을 졸이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조마거리는 탄부들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구석구석을 누볐다. 투박한 발걸음도 조심스러웠으며 그분들의 근심까지 카메라에 담기는 역부족이었다. 아버지가 된 후 고향 태백으로 귀향하면서 탄광촌을 고향으로 둔 나로서는 잠재된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검은 빗물로 질퍽한 골목길과 아버지의 검은 얼굴, 그리고 판잣집이 즐비했던 마을, 이 모든 것 하나하나가 중년이 되어도 뇌리 속에 잠재되어 있는 작은 기억까지도 소중한 개인의 역사인 것처럼 탄광촌 또한 국가적인 역사인 것이다. 두터운 분진도, 깊은 땅 속도 그들에겐  인생의 마지막 막장이 아니라 희망의 막장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그 희망의 막장이 역사의 중심지에서 초대 에너지로써 귀한 교훈으로 후세에 남길 바란다.

박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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