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임신부 초상. 그래서 어쩌라구

곽윤섭 2013. 0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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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현 두 번째 개인전 <미영 은정 현주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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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의 두 번째 개인전 <미영 은정 현주 그리고….>

 

 정지현의 두 번째 개인전 <미영 은정 현주 그리고….>이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룩스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7월 2일까지. 갤러리 룩스 02-720-8488, www.gallerylux.net

첫 개인전이 2012년 4월이었으니 1년하고도 몇 달이 더 지났다. 

 이해하기 위해 사진을 먼저 살펴봤다. 그리고 첫 전시소개 기사http://photovil.hani.co.kr/191067를 읽어봤다. 두 전시 사이에 무슨 맥락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그랬다. 눈이 나쁜지 머리가 나쁜지, 아니면 소양이 부족해선지 연결고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안되는 줄 알면서 어쩔 수 없이 작가에게 문자를 보내 두 전시의 맥락을 물었다. “누군가가 그 질문을 해주길 바랬어요.”라는 문자가 왔고 30분 안에 두 전시의 관계에 대한 답이 올 것이다. 일단 핸드폰을 덮어두고 아직 작가의 이야길 듣지 않은 상태에서 퀴즈풀이를 하고 있다. 추측하여 내 생각을 다 쓰고 난 다음에 문자를 열어볼 생각이다. 

 

 <미영 은정 현주 그리고….>는 임신부들의 포트레이트(인물)사진이다. 각자의 거실에서 주방에서 안방에서 앉거나 서있는 임신부들이 정지현의 카메라를 바라보거나 핸드폰을 보거나 첫 아이를 보거나 텔레비전이나 창 밖을 보거나 남편을 보거나 생각에 잠겨있거나 잠들어있는 사진들이다. 리즈 사르파티의 젊은 여성들의 인물 연작(사진집으로는 The New Life로 나왔다.)에서 볼 수 있었던 표정이 떠올랐다. 그만큼 “멍때리는” 얼굴들은 아니지만 대체로 무표정하고 심드렁하고 가라앉았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임신’이 뜻하는 바는 분명하다. (가정과 이웃과 사회와 국가의) 미래를 위한 축복이기만 하면 좋겠는데 전혀 그러지 않기 때문에 문제다. 

 

 마침 어제오늘 뒤늦게 윤태호 작가의 ‘미생’을 몰아서 보고 있던 참이다. 대기업에서 꽤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직장맘 선차장이 남편으로부터 직장을 관두라는 압박을 받는 장면이 있었다. 남편은 소파에 앉아있고 잠든 아이 곁에서 빨래를 개면서 선차장은 말한다. “나 결혼 전부터 다닌 회사야. 정말 코피 흘려 가며 차장 단 거구.” 이 부부는 맞벌이다. 빚을 내서 무리하게 집을 산 결혼 초기엔 남편의 말이 달랐다. 

 선차장 “소미 가졌을 때, 아이도 곧 생기는데 우리 집 한 칸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무리해서 집 사고선 회사 눈치 보며 출산 휴직, 육아 휴직 반 토막 쓰고 일 나갈 때, 당신 뭐랬어? 빚 다 갚을 때까지 눈물 꾹 참고 견디자며?” 

 그런데 곧 승진을 앞둔 남편은 이렇게 말한다. “알지, 알아. 그래도 애엄마니까 우선순위는 갖자는 거 아냐. 퇴근 때 보면 엄마들하고 나온 아이들, 얼마나 부러워 보이던지. 우리 소미도 그런 행복이 필요해.”                 미생 121회에서

 

 정지현이 찍은 임신부 사진을 보면서 보건복지부, 혹은 여성가족부에서 만든 캠페인성 포스터에 등장하는 “윤기가 번지르르하게 흐르고 서광이 비치는” 임신부 사진과 크게 다르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럴 수 있다. 여기 정지현이 찍은 임신부들은 섭외해서 작업한 것이다. 

 작가의 이야기다.

 “친구나 후배들 또한 임신의 상태의 모습을 우울하게 표현하는 것 자체가 2000년 후반 불어오는 임신누드(일명 스튜디오 사진)와 정반대의 이미지라서 설득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더군다나 모르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 설득의 과정이 참 힘들었는데, 저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하다 보면 다들 찍겠다고 하더군요. 임신 전에는 홍대 클럽에서 락을 듣던 친구가 클래식을 들어야 하고, 갑자기 하지도 않던 바느질(배냇저고리 만들기 등등)을 해야 하고, 특히 첫째아이를 임신 중임에도 불구하고 둘째아이를 빨리 낳아야 한다는 시댁의 압박 등등 공통 소재를 이야기하면 다들 동의하면서 촬영에 임하였습니다. 촬영 전에 1-2시간 정도 대화의 시간을 가지고 현재 본인의 상태, 결혼 전의 직업, 임신 초기의 입덧과 몸무게의 증가, 임신 말기에는 직업을 그만두어야 하는 실태, 그리고 결혼과 출산 등 가정생활을 제외한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대화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친밀도도 높아지고….”

 내친김에, 물론 어떤 답이 나올지 예상은 하고 있지만 작업의 취지를 물었다. 

 “이전의 작업 <노라의 방> 이후 두 번째 여성 작업 시리즈의 연장선상의 작업입니다. <노라의 방>은 20-30대 직장여성(주부도 포함)의 사회에서 남성에 의해 차별당하는 모습을 담배를 소재를 작업한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이 여성들이 결혼하고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그 과정을 이제는 집안이라는 공간에 느끼는 감정들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 과정은 본인이 느꼈던 과거의 시간에서 돌출된 것입니다. 임신으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 그리고 사회와 국가가 책임지지는 못하는 육아정책을 임신한 여성에게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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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의 두 번째 개인전 <미영 은정 현주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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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의 두 번째 개인전 <미영 은정 현주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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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현의 두 번째 개인전 <미영 은정 현주 그리고….>


 다시 사진을 뜯어본다. 임신부들은 뭔가를 보고 있다. 별 대책이 없다. 텔레비전을 본다고 해서 솔깃한 대책이 나올 리가 없다. 잠든 첫째 아이를 보고 있으니 “이만큼 키우려면 또 얼마나….”란 생각만 들지 그야말로 “대책이 없다.” 창 밖을 보면 활동하는 다른 여성들이 보일거니 역시 대책이…. 핸드폰을 보거나 생각을 하고 있으나 역시 대책이…. 남편을 본다고 해서 역시 대책이…. 있을 리 없다. 그래서 아예 엎드려 잠을 잔다. 

 

 국가는 출산을 장려한다. 아이가 태어나 훌쩍(정부 생각엔) 대학까지 교육을 이수하고 나면 대형마트의 계산원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나 취업 재수생이 될 수 밖에 없는데도 21세기 한국의 현실에서 국가는 여전히 출산을 장려하고 미화한다. 정지현의 사진에 등장하는 수많은 대한민국의 미영, 은정, 현주 같은 임신부나 아기 엄마들의 사진은 그저 간단한 것이 아니다. 기껏 지하철이나 버스에 임신부를 위한 전용칸을 만들어 둔다고 해서 국가가 큰일을 해준 것은 아니다. 그래봤자 요즘 승객들은 양보도 하지 않는다. 대책없다. 정지현의 사진은 강하게 웅변한다. “어쩌라고…….”

 

 작가에게 물었다. 임신부는? 

 =임신부는 “하지 못할 행위가 없”다. 임신부는 “환자가 아니”다

 

 그냥 궁금해서 또 물었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임신부들은 총 몇 명인가요? 그리고 사진 속 임신부들은 그 후에 모두 출산을 했을 터인데 아들인지 딸인지를 좀 확인해주세요. 

 =전시장에 등장하는 임신부는 모두 13명입니다. 한 임신부의 경우 큰아이와 둘째 아이 모두 촬영했구요. 또 다른 한 임신부는 두 컷입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연락 안되는 분들이 몇 있어서요. 남자아이가 훨씬 많습니다. 2/3 정도 될까요?  

  

 (사진의 내용이나 이 글이) 너무 우울한 것 같아서 좀 가볍게 마무리하고 싶어서 물었다. 

 -그 외 사진작업에서 생긴 에피소드를 아무거나, 혹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 아무거나 해주세요. 그랬더니 수다가 쏟아졌다. 

 =한 친구는 후배의 친구인데, 연하남과 결혼한 이후로 아주 심하게 몸매에 신경을 쓰고 있었고요. 먹는 것도 자제하며…. (아이보다는 자신의 몸매 유지를 위해^^) 뒤에서 보면 임신한 여자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임신 8개월 말에) 그런데 둘째 아이 임신했을 때는 거의 포기상태. (전업주부였습니다) 

 또 한 친구는 직업이 000노조 간사인데(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미국으로 원정출산을 감행,  주변인들의 눈총과 질투를 한꺼번에 받음.

 원래 덩치도 크고 먹는 것을 좋아하는 한 친구는 결국 말기에 임신 중 당뇨에 걸려 체중조절과 음식조절을 해야만해서 아주 힘들어 했죠.(미식가인 남편이 가장 힘들어 함) 보통 촬영을 가면 음료수 한잔 정도 마시거나 주로 제가 선물로 과일 등을 사가는데 이 친구의 경우엔 최고의 대접을 받았던……. 피자 무알콜맥주 빙수 과일……. 저희가 배 터지게 먹고 나왔어요. 그 이유는 임신한 아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니라 남편이 먹고 싶은 음식을 저희를 핑계로 손수 사오셨다는….

 

 겉으로 봐서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 같은 첫 개인전 <The Shaded Scenery>와 이번 전시의 연결고리를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진짜 녹색과 가짜 녹색으로 덮어버린 풍경을 찍는 것은 위선으로 포장된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인공적인 포장이 많다 보니 자연적인 녹색도 인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모두 위장하고 살고 있다…….

 그리고 이번 전시 <미영 은정 현주 그리고….>의 임신부들은 대책 없이 뭔가를 바라보고 있다. 그 대책은 우리, 사회,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 걸림돌은 가까운 데부터 먼데까지 정글처럼 많다. <The Shaded Scenery>의 가림막은 진실을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 혹은 치부를 가리려고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진짜같은, 가짜같은 가림막으로 인해 우리가 바라보고 있으나 보이지 않는 것이다. 대략 이렇게 연결해보았다. 한편 사람이 없는 풍경이었다가 이번엔 정통적인 인물작업을 하게 된 것은 어떻게든 반갑고 발전이라 생각한다. 뭐니뭐니해도 사람이 보여야 유일성이 획득된다. 

 

 그리고 정지현 작가가 보낸 메시지를 열어보았다. 

 “제가 바라보는 사회적 풍경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과의 연관관계는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고 더군다나 요즘 남녀평등· 성평등을 외치고 실현되고 있다고 하며, 되려 거꾸로 남성들이 차별받고 있다고 일부에서는 그렇게 외치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발이라는 것이 남성적 폭력성을 띤다면 초록으로 덮는 것은 어머니의 품 같은 포근함을 느끼고 싶은 현대인들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흠…. 이렇게 생각이 다를 수가. 이것이 사진의 매력이다.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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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의 방> 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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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의 방> 연작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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