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면 사랑이 되는 게 사진이잖아요”

사진마을 2016. 03.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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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4_1.jpg » 한용외 인클로버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에 있는 재단 사무실에서 카메라를 들고 자세를 잡았다. 한 이사장 오른쪽 뒤 벽에 걸려 있는 사진은 그가 찍은 다문화가정 가족사진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다문화가정 사진 촬영 7년째
인클로버재단 한용외 이사장


인클로버재단은 다문화가정을 찾아가 가족사진 찍어주는 일을 7년째 주력사업으로 펼쳐온 재단이다. 삼성전자 사장, 삼성문화재단 사장, 삼성사회봉사단 단장 등을 지낸 한용외(70) 현 이사장이 설립자다. 은퇴 전까지 삼성그룹의 사회공헌 부문에서 11년을 일한 그는 2009년 12월 사재 10억원으로 이 재단을 만들어 사회공헌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다문화가정 가족사진 찍어주기는 2010년에 시작했다. 전국을 찾아다니면서 한달에 한번꼴로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말 경북 영양과 울진에서 60여 가족을 찍으면서 2800번을 넘겼다. 오는 19일엔 경남 산청과 통영으로 찾아갈 예정이다. 순조롭게 이어지면 6월이나 7월쯤 3000 가족을 넘기게 된다. 지난달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에 있는 재단 사무실에서 한 이사장을 만났다.

한 이사장은 “1994년에 삼성재단을 맡았다. 삼성문화재단, 삼성복지재단 등 삼성그룹의 재단 전체를 총괄하는 곳이 삼성재단이다. 1999년까지 6년 하다가 삼성전자 사장으로 갔는데 4년 뒤에 다시 재단 총괄 사장으로 복귀했다. 사회봉사단장도 2년 했다. 관련 업무를 하면서 문화예술과 복지 쪽을 알게 된 거다. 은퇴가 다가오면서 현역 시절의 전문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사회봉사를 해야겠다고 작정했다. 56살에 숭실대 통일사회복지정책대학원에서 사회복지정책학 석사 과정을 밟았고 65살에 같은 학교에서 사회복지학으로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나는 삼성의 복지 쪽 시이오(CEO)였는데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예를 들어 청와대 쪽이라면 사회복지수석과 같은 사람들이고 대학 총장이나 교수들도 만나야 하니 업무를 위해서라도 이론적 체계를 갖추고 싶었다. 은퇴 뒤의 삶을 위한 준비 과정이기도 했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한 이사장의 사무실에는 그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찍은 다문화가정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한번 촬영을 가게 되면 팀을 꾸리게 된다. 카메라, 조명, 컴퓨터, 프린터, 배경지 등 장비만 한 차 가득이다. 메이크업 담당, 촬영 보조, 후보정 담당, 액자 만드는 팀원이 함께 간다.

삼성그룹서 사회공헌 11년간 일해
2009년 사재 10억원 모아 재단 창립
전국 돌며 다문화가정 모습들 담아

다문화가정에 버려진 아이들 많아
범죄 빠지기 쉬워 재단서 사진교육
“아이들 자립 돕고 학교 만드는 게 꿈”

-다문화가정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박사 논문이 다문화 쪽이었다. 이쪽이 굉장히 문제가 많다. 출산율을 높인다거나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해결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장애인체육회 부회장까지 했고 삼성의 보육사업도 했으니 장애, 노인 쪽까지 다 해봤는데 다문화가정 쪽이 가장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도와주기도 하지만 교육까지 끌고 가야 한다. 그래서 퇴직하면서 바로 재단을 만들었다. 인클로버는 말 그대로 다문화가정을 행복 속으로 인도한다는 뜻이다. 10억원을 출연하니 이자율이 4.7% 정도 돼 연간 4700만원쯤 예산이 되더라. 한국의 문화·역사와 관련된 책을 나눠주는 사업, 한국어 수기 공모 사업, 그리고 사진 찍는 사업을 선택했다.”

-현재 재단의 주력사업이 다문화가정 가족사진 촬영이다. 어떤 의미가 있나?

“다문화가정을 만나 보니 이 사람들이 결혼식을 못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사진이 없더라. 사진이란 게 찍어두면 대화가 된다. 찍으러 갈 때 대화하고 찍고 나서도 사진을 보며 대화하게 된다. 기억하면 사랑이 되는 게 사진이다. 은퇴 전에 사진을 배우기 시작해, 내가 직접 찍으러 갈 수 있어 비용도 절감되고 좋았다. 2010년 처음 할 때는 전국 이곳저곳을 다녔는데 너무 힘이 들더라. 그래서 지금은 권역별로 뛴다. 2014년엔 강원도를 중심으로 돌았고 지난해엔 호남과 수도권, 올해엔 영남과 수도권으로 정했다. 3000 가족 돌파? 처음엔 그런 것에 의미를 두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다. 그냥 한번 세어보니 2000이 넘었다고 하네. 허허.”

-여러 가정을 만났으니 기억나는 이야기도 많겠다.

“사진을 찍어주는 취지도 그렇고 가족의 구성원이 많을수록 좋다. 저기 액자에 든 사진을 보면 아이들이 6명이다. 이 집을 찍으러 갔더니 하나, 둘, 셋 계속 들어오는데 완전 감동이었다. 13명으로 구성된 집이 가장 대가족이었다. 삼대에 걸친 거다. 할아버지, 할머니, 친정엄마, 아빠…. 가족이 많다는 것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도 가족이 모인다는 것을 뜻하고 대화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가족 수가 많으면 신이 나서 사진 프린트도 큰 걸로 해준다. 이런 일도 있었다. 지금은 프린터를 들고 가서 바로 인화해 주지만 초기엔 프린터가 여의치 않아서 먼저 찍고 나중에 사진을 가져다주러 갔는데 담당 공무원이 ‘이 부부는 이혼해서 떨어져 사는데 둘이 찍은 사진이 없어서 사진 찍을 기회라고 하니 일시적으로 다시 모인 것이다’라고 하더라. 좋은 일 한 거 아닌가?”

-한국 내 다문화가정의 문제는 무엇이고, 인클로버재단은 그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장기적으로 어떤 사업을 구상하고 있나?

“지금 결혼이민자로 꾸려진 다문화가정을 대략 20만가구로 보고 있다.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외국인인 아이들이 70만명쯤 된다. 대단한 숫자다. 정부에선 농촌 총각이 외국인한테 장가가니 좋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냥 간단치 않다. 막상 결혼해도 이혼율이 굉장히 높다. 현재 40%에 육박하지 않나. 이혼율이 높다 보니 학교에 못 가는 아이들이 많다. 한국 국적 취득을 위해 한국으로 오는 여자들도 실제 꽤 있다. 결혼해 국적 따고 아이 낳은 뒤 야반도주하면 가출 상태라서 경찰에서도 손을 못 쓴다. 경제력 없는 아빠가 아이를 챙길 수가 없다. 한국전쟁 이후의 고아들은 그래도 사회적으로 수용하였고 마을 공동체에서 받아들였다고 하지만 지금 다문화가정의 버려진 아이들은 별 대책이 없다. 정부에서 방관하다 보니 중학교 갈 나이의 30%, 고등학교 갈 나이의 60%가 진학을 포기한다. 학교 안 가고 글을 못 쓰면 문제가 된다. 그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녹아들겠는가? 자칫 범죄의 길로 빠지기 쉬운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 재단에서 다문화가정 아이들 50여명에게 사진을 교육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크게 하고 사진기능사 자격증을 따게 도와주려고 한다. 자신감이 생기고 취직할 수가 있다면 좋겠다. 이들을 위한 학교를 만드는 게 큰 꿈이다.”

-가족들의 반응은?

“집사람도 같이 자원봉사하면서 동행하곤 했다. 둘째 아들은 디자이너인데, 사진 후보정 전문가로 늘 함께하는 고정 멤버다. 내가 행복해야 남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자원봉사는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만큼만 희생하는 것이다. 작은 그릇에 물을 담아놓고 내가 마실 것보다 넘치는 것은 남에게 주는 거다. 자신의 물그릇을 물탱크처럼 크게 잡아서 비축하기 시작하면 끝내 남을 도울 수 없다. 작은 그릇이 중요하다.”

한용외 이사장은 2013년에 자신이 찍은 꽃과 풍경 사진으로 개인전을 연 적이 있다. 재단의 기금을 모으려는 목적이었다. 그는 “3년쯤 되었으니 또 한번 전시를 할까 싶은데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민폐가 되어선 안 되니 좀 망설이고 있다”고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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