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인간이 합작해 땅에 그린 색과 선의 예술

곽윤섭 2015. 03. 19
조회수 12631 추천수 0

권원희씨 첫 사진전  ‘빛이 그린 선’

미국 북서부 곡창지대 초원 구릉 봄과 겨울 풍경

경비행기 타 문짝 뜯어내고 몸 의자에 묶고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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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원희(63)씨의 첫 개인전 ‘빛이 그린 선’이 오는 4월 3일부터 8일까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미추홀에서 열린다. 지하철 1호선 부평역에서 인천지하철로 환승 후, 인천지하철 예술회관역에서 내려 6번이나 7번 출구를 나서면 걸어갈 수 있다.

 19일 권원희씨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권씨는 97년부터 사진을 시작했는데 당시 생각에 아이도 어느 정도 컸고 노후에 자연과 접하면서 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뭘 찍었나?
 “1년 정도 배웠는데 처음엔 구성사진을 했다. 구성사진이 뭐냐면 예를 들어 작은 공간에 있는 돌 하나를 찍는 식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을 찍는 것이었는데 좀 하다 보니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그만 둬야 하나 싶었는데 풍경 쪽으로 전환했다. 풍경이란 것도 가 보니까 국민포인트에서 다들 똑같이 찍는 것 같아서 역시 너무 흔해보였다. 같은 자리에서 찍다 보니 차이라곤 하늘에 구름이 좀 더 있거나 없거나 혹은 빛이 있거나 없거나 정도였다.
 
 -이번 전시는 어떻게 하게 되었을까?
 “환갑이 되었을 때 기념으로 전시를 하려고 했으나 그때 까지 찍었던 것을 모두 찾아봐도 마음에 드는 게 있어야지…. 그러다 우연히 팔루스의 사진을 봤고 미국으로 날아갔다. 팔루스는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 휘트먼 카운티에 자리한 넓고 구릉진 초원지대다. 인구라곤 1천 여명에 불과하지만 총 면적이 남한의 70% 만큼이나 큰 곡창지대다. 봄에 가서 한 열흘 있었고 겨울에도 열하룬가 있었다. 아주 넓다 보니 경비행기를 빌려서 촬영했다. 유리창 너머로 찍는 게 싫어서 비행기 문짝을 떼버리고 의자와 몸을 밧줄로 꽁꽁 묶어서 안 떨어지게 해놓고 찍었다.
 
 -사진이 아름답고 신기하다.
 “색깔이 다양한데 예를 들어 황토색은 동물들을 위해 밀을 심지 않아서 그런 색이 나오는 것이고 다모작을 하니 먼저 심은 밀은 짙은 녹색이 나오고 나중에 심은 것은 옅은 색이 나온다. 이따금 집이나 나무가 나타났는데 알고 보니 나무는 영역 표시라고 했다. 운이 좋은지 집이나 나무에 빛이 들어오면 좋겠다 싶으면 구름과 구름 사이로 빛이 열리곤 했다. 이번에 전시를 하고 나면 1, 2년 정도 더 찍어서 여름과 가을까지를 포함한 팔루스의 사계를 완성하고 싶다.
 
 권씨는 작가노트에서 “빛과 바람이 그려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았다”라고 했다. 구름이 계속 움직이는 덕분에 음영이 생겼고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가 선을 그렸다. 권씨는 자신의 한 몸을 고생시켜 많은 관객과 독자들에게 신과 인간의 합작품인 광활한 풍경을 선보이게 되었으니 정말 좋은 일을 한 셈이다. 자연에 빠져보자.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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