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표 인물사진의 정석

곽윤섭 2014. 05. 01
조회수 23254 추천수 1

정동헌 사진집 <100인첩>

“작업멘트 날려 어색함 깨고 그 순간 뺏아내”

직업 따라 100인 100색…인물 후기도 ‘짭짤’


 

 

 현직 사진기자인 정동헌(한국경제신문 편집위원)의 사진집 100인첩이 나왔다. 이번 책은 2006년 <이주노동자 또 하나의 아리랑>, 2008년 <사진 캡슐>에 이은 정기자의 세 번째 책으로 취재현장에서 만난 우리 시대 각 분야의 인물 100인의 초상사진과 후기가 수록되어있다.

 정동헌기자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100명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은 누군가?
 =발레리나 서희(110쪽)를 찍을 때가 떠오른다.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젊은이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 한마디를 했다. 느닷없이 ‘열심’이란 말의 뜻을 아느냐고 묻더란다. 그래서 대충 대답했더니 “열심이란 말이 심장에서 열이 난다는 뜻이라면서요? 발레를 할 때 제 심장에서 열jdh00001.jpg » 책표지이 나고 가슴이 뜨거워져요. 그 느낌 때문에 발레를 합니다.”라고 말하더라. 인상적이었다. 스물여섯 나이에 세계 정상급 발레단의 최고 지위인 수석 무용수 자리에 오른 것이 고된 연습과 치열함 덕분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100명의 선정은 어떻게 했는가?
 =150명쯤 원고를 넘겼는데 아무래도 지명도를 고려했고 어록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사람은 나중에 빼기도 했다.
 -사진 찍기에 편한 사람이 있고 어려운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어려웠던 경우는?
 =2009년에 강만수(12쪽) 당시 이명박정부 경제특보를 찍을 때였다. 오랜 기간 관료와 공직자로 산 사람이라서 인터뷰 동안 이야기는 잘했으나 몸의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손이 책상 아래에서 올라오질 않아 도대체 그림이 안되었다. 그래서 “기삿거리는 충분히 나왔으니 사진거리도 좀 달라”고 했더니 대번에 알아듣고 제스처를 취해주더라.
 -포즈를 저절로 취해주는 경우도 있었나?
 =대부분 내가 포즈를 취해달라고 해야 자세가 나온다. 그전에 먼저 해야할 일은 ‘작업멘트’를 날려 어색함의 벽을 깨는 것이다. 그리고 한순간에 동작이 나오고 그 순간을 뺏어내는 것이 인물사진 작업이다. 아 그러고 보니 본인이 먼저 포즈를 취한 적도 있었다. 최태지(204쪽) 국립발레단 명예예술감독의 경우엔 대로변인데도 불구하고 민망할 정도로 여러 가지 발레 동작을 보여주면서 사진 찍는데 도움을 주더라. 영화배우 안성기(136쪽)를 찍을 때도 기억이 난다. 광화문이었는데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인터뷰사진을 찍으러 갈 때 약속시간보다 미리 나가서 장소를 물색하는 편이다. 이윽고 인물이 오면 찜을 해둔 장소에서 찍는다. 감나무를 찾아냈고 그 감나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앵글을 찾다보니 담장위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관록의 배우답게 비가 오는데도 우산을 쓰지 않겠다며 촬영에 응해줬다.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기자의 사진은 특징이 있다. 일간지 사진기자라면 늘 시간에 쫓기다보니 특히 빨리 찍는 능력이 있어야한다. 어느 정도의 질은 담보가 되는 상태에서 최대한 빨리 찍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음을 나도 잘 알고 있다. 평소에 아이디어를 늘 준비하고 있어야하고 지형지물에 빨리 익숙해져야한다. 또한 정동헌의 말처럼 카메라 앞에서 굳어지기 쉬운 한국인들을 위해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잽싸게 깰 수 있는 멘트를 준비하고 있어야한다.  이상의 것이 지켜진 “사진기자표 사진”이 수준있게 쭉 이어져야한다. 배경도 중요하다. 인물과 관련이 있는 배경은 인물에 대한 정보를 강화시켜주고 인물 자체의 호감도나 신뢰도도 높여준다. 그러나 배경이 인물보다 튀어서는 곤란하다. 도움이 되는 한도내에선 많이 포함한다. 이런 원칙이 매일같이 반복되는 것도 곤란하다. 형태를 계속 바꿔줘야 물림을 피할 수 있다. 그래서 가끔 스튜디오에서 찍기도 하고 단순한 패턴의 배경도 사용할 줄 알아야한다. 정동헌의 100인첩은 초상(인터뷰)사진찍기의 교과서라고 봐도 좋다. 책은 왼쪽에 글과 어록, 그리고 취재후기가 있고 오른쪽엔 그 인물의 사진이 있는 식으로 따박따박 구성되어있다. 촬영당시의 에피소드나 나름의 인상평을 읽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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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h0001.jpg » 김담(경방타임스퀘어 대표), 24쪽

jdh0002.jpg » 김연경(배구선수), 40쪽

jdh0003.jpg » 김인순(종부), 52쪽   
 

 “종부는 무엇보다 집에 사람 오는 걸 싫어하지 않아야합니다. 누구라도 사람을 가리지 않고 대하는게 종손·종부의 기본 덕목이거든요. 예전처럼 밥 굶는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있는 반찬에 수저 하나 더 놓으면 같이 먹을 수 있거든요.” -김인순의 어록
 
 종택으로 수시로 손님들이 들어오고 연중 내내 제사가 끊이지 않는다. 사명감 없이, 보람 없이, 아니 그 자체가 즐겁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삶이다. 그런 것을 우리는 후덕함이라 하고 인고라고도 한다. 그런 내면이 이렇게 온화한 미소로 굳어지지까지 그 노력 또한 얼마나 큰 것이었을까. 박세당 12대 종부인 김인순씨가 도봉산 삼봉이 바라보이는 사랑채 앞에서 종갓집며느리가 지켜야하는 전통적인 가정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 정동헌의 후기

 

jdh0004.jpg » 김진선(평창동계올림픽 위원장), 60쪽

jdh0005.jpg » 박원순(서울시장), 86쪽

jdh0006.jpg » 성김(주한미국대사), 116쪽

jdh0007.jpg » 손예진(영화배우), 122쪽    
jdh0008.jpg » 안성기(영화배우), 136쪽  
 
 “항상 상승곡선을 타는 것은 없어요. 오르락내리락하는거죠. 그러니 후배들도 길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안성기의 어록
 
 긴 연기생활을 하면서 스캔들도 없이 항상 평안하고 소박함으로 우리 곁에 있는 국민배우다. 연기를 오래하면 어떨까. 연기 속 캐릭터가 진짜일까. 일상으로 돌아온 삶이 진짜일까. 담장 위 익어가는 감나무처럼 연기의 원숙함이 경지로 나간다는 것은 팬에게 또 다른 영화를 기다리게 한다. -정동헌의 후기

 

jdh0009.jpg » 이상봉 이청청(디자이너 부자), 164쪽

jdh0010.jpg » 최태지(국립발레단 명예예술감독), 204쪽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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