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지마! 찍어도 돼?

곽윤섭 2015. 03. 04
조회수 16031 추천수 0

어렵기만 한 초상권 고민

실제 사례 살펴보니...

 

 

 기자든 아니든 보도자료를 위해, 홍보를 위해 사람이 들어있는 사진을 찍어야만 하는 실무자들에겐 초상권에 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1989년에 사진기자를 시작한 필자도 날마다 고민을 거듭해왔다. 그나마 언론사의 사진기자이니 한결 형편이 나았다. 전가의 보도라 할 수 있는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우면서 거리에서 사람들을 찍었고 신문에 썼다. 그리고 다행히도 아직까지 큰 송사에 말려든 경험이 없다. 사실은 몇 가지 원칙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1. 초상권이란 무엇인가?
 초상권이란 표현 자체는 헌법에 없다. 개인의 인격권 차원에서 초상권은 본인의 초상이 허가나 동의없이 촬영되거나 또는 공표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또한 헌법 21조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국민의 기본권 가운데 하나인 언론자유를 원천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기자가 아닌 ‘모든 국민’이란 표현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일간지면을 장식했던 ‘연평도 포격사진’은 기자가 아닌 시민이 찍은 것이며 ‘광화문 물난리’ 때 SNS를 통해 가장 빠르게 날아든 사진도 기자가 아닌 일반인이 찍은 것이다. 그러므로 언론인이 아닌 경우에도 사진을 찍는 목적이 홍보나 보도라면 취미활동과는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2. 그럼 뭘 찍을 수 있는가?-공공장소의 집회와 시위와 행사는 찍을 수도 있다.
 가. 2009년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선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진 집회, 시위 현장에서의 사진을 촬영하여 보도한 사건 등에선 초상권 침해를 부정”한 판례가 나왔다.
 나. 기각된 사례 중엔 촬영자가 사전동의를 구하진 않았으나 촬영거리로 봐서 촬영 당시에 사진에 찍히고 있었다는 것을 인지했을 것이라고 보인 경우엔 <묵시적 동의>라고 본다는 판례도 있다.
 다. 밝은 표정으로 일을 하는 사안이라면 불쾌감을 느낄만한 표정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례도 있다.
 
 3. 공인과 유명인-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공인의 공적인 활동은 찍어서 보도할 수 있다.
 공적 인물이 공적인 공간에 등장했을 때의 촬영에 대해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공적 인물이 사적인 공간에 머물고 있을 때는 촬영하는 것은 위법하다.
 누가 공인인가? 공인이란 고위 공직자와 공적 인물을 말한다. 판결에서 공직자나 공적 인물이라고 직접 언급하거나 암시한 경우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판례나 학설에서 꾸준히 공인으로 분류한 인물을 이 범주에 포함했다.
 가. 공직자는 판결에서 언급된 경우나 「공직자윤리법」제3조상의 공직자를 말하며, 공적 인물이란 연예인·정치인·기업가·언론인 등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물이거나 단체의 대표 등으로서 그 활동이 공적 관심사인 사람을 말한다.
 나. 공인의 가족은 공인인가? 대법원의 판결문은 판결에 따르면 재벌 회장의 약혼녀도 “재혼과 관련된 범위 내에서 일반인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고 했다. 공적 인물이라고 판결한 셈이다.
 
 
 4. 초상권 관련 실제 사례와 중재 결과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판결의 실사례를 보면서 사진을 어떻게 사용했을 경우 곤란한지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매체에 대한 청구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어 2013년에는 전체의 66%에 달했다. 이것은 독자들의 뉴스 소비 형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타내며, 전체 조정사건 중에서 침해유형별로 살펴보면 초상권 침해의 대부분은 부적절한 사진 사용이 문제가 되었다.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중재를 거쳐 조정이 되는 비율은 75%로 조정 방법으로는 유감표명, 정정보도, 기사수정, 사과의 경우도 있지만 적지 않은 금액의 손해배상금 지급도 있다.
 

 

aaa.jpg » 당시 신문에는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았다.
 가. A 매체는 치킨전문점에서 직원으로 일하던 과거 사진을 동의없이 게재하여 피해를 끼쳤다. 기사는 “장사 안되는데 ‘5년 계약’에 묶여, 점포 망해도 월세 자동입금”이었다. -당사자가 동의한 적이 없는데 사진을 사용하면 안 된다.
 
 나. 2012년 인터넷 B 매체는 여름피서지에 캠핑 온 가족의 사진을 올렸다가 해당 가족으로부터 제소당했고 사과하고 사진을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다. 2013년 C 매체는 미국영화배우 윌 스미스의 내한행사를 보도하며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영화의 공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팬들과 만남을 갖던 중 윌 스미스와 함께 셀카를 찍던 여성의 사진을 동의없이 촬영하여 실었다. 해당 여성은 공공의 이익과 전혀 관련없는 개인 초상이 무단으로 보도되어 초상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중재위 심리를 거쳐 1백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화해가 이루어져 조정이 성립되었다.
 

 

bbb.jpg » 당시 지면에는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고 나갔다.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중재가 성립되지 않으면 법원까지 가는 일도 있다.
 라. 2012년 D 매체는 “한 시위참가자가 경찰관의 멱살을 쥐고 있다”는 사진설명이 포함된 사진을 보도했다가 손해배상 소송으로 연결되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멱살이 아니라 경찰관의 사진기를 잡았을 뿐이다. 법원은 “허위 사실이 포함된 기사”라고 판결하였으며 정정보도문 게재와 더불어 위자료 1백만 원 지급의 판결을 내렸다-정확하지 않은 사진설명이 문제가 되었다. 사진에 없는 설명을 쓰면 안 된다.
 
 마. 2013년 E 매체는 “국정원 초청 안보특강, 보수성향 강사들 하는 말이….,”기사에서 강연에 참석한 신청인의 사진을 실었다. 당사자들은 동의없이 촬영 게재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중재를 신청했다. 중재위원회 조정결과 기각결정이 났다. 사유는 조정대상기사에서 사용한 사진에 나온 신청인의 뒷모습만으로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므로 신청인의 초상권이 침해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특정인인지 알 수 없는 뒷모습이라면 보도해도 괜찮다.
 
 바. 2012년 F 매체는 환경미화원 선발 실기시험 개최 사실을 보도하면서 한 응시자가 모래주머니를 메고 달리기하는 사진을 게재했다. 응시자는 “자신이 촬영되는 데 동의한 적이 없고, 신문이나 포털사이트 등에 신청인의 사진이 게재되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한 바가 없다”며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조정을 신청했다. 담당중재부는 1백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내렸다.


 사. 2012년 G 매체는 고교생과 대학생들의 해외 자원봉사가 진학, 취업을 위한‘스펙쌓기’용이 돼버렸다는 보도와 함께 이와 무관한 사람의 사진을 게재했다. 당사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조정을 신청했고 정정보도와 함께 150만 원을 배상하는 것으로 조정되었다.-기사는 일반론적인 보도였으나 사진의 내용은 특정인이 드러나게 되므로 기사와 무관한 사진을 실어서는 안 된다.
 
 

곽윤섭 선임기자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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