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사진의 빛과 빚

곽윤섭 2013. 10. 15
조회수 21033 추천수 2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전

사진가 디자이너 등 재능 기부, 달력으로도 만들어 팔아

구매자 즉석촬영…수익금 현대차 하청 노동자 등에게 기부

 

2009년 용산참사가 있었다. 그때 현장에 있던 사진가들이 모임을 하나 만들었는데 사진으로 조금이라도 세상에 필요한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뜻에서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이라고 부른다. 그해부터 매년 연말마다 달력을 만들어 판매하고 수익금을 사회의 그늘에 있는 곳에 전달해왔다. 2010년엔 용산참사 희생자 유족들, 2011년엔 기륭전자분회 비정규노동자들, 2012년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2013년에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이 그 대상이었다. 올해 만들어진 2014년 달력의 수익금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간다.

 달력의 이름은 <빛에 빚지다>이다. 사진가들과 더불어 기획자, 디자이너 등 수십 명이 재능기부 형태로 제작에 참여한다. 뿐만 아니라 달력을 사는 사람들도 달력의 제작에 기여한다. 달력이 선구매 형식으로 판매되기 때문이다. 10월 15일부터 27일까지 류가헌(02-720-2010)에서 달력의 내용을 기반으로 사진전시가 열린다. 가서 전시도 보고 달력도 구매하면 좋겠다. 전시장엔 달력에 들어가지 않는 사진도 포함해서 크기가 작지만 100여장 정도 걸려있다. 19일에는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모임의 사진가들이 구매자들을 촬영해서 사진을 선물하는 ‘최소한 사진관’도 전시장 마당에 차려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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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김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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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홍진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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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홍진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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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전자  정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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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트콜텍  노순택

 

 


 
 다큐멘터리사진가들에게 부탁함

 

전시 소개는 이정도로 하고 현장과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자. 일에는 순서가 있다. 사건에는 배경이 있다. 하나의 현장과 또다른 현장사이엔 맥락이 있다. 찍을 수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다. 눈에 훤히 보이는 것은 누구나 찍는다. 쉽다. 현장과 현장 사이의 맥락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찍기 어렵다. 이번 전시장은 모두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이 등장한다. 용산참사는 말 그대로 재개발 때문에 벌어진 철거현장의 사태였고 기륭전자, 콜트콜텍은 사태가 일어난 작업장이므로 다르지만 이젠 모두 어떤 현장을 일컫는 이름처럼 됐다. 정택용의 기륭전자는 농성장의 모습이다. 김흥구의 삼보일배는 용산참사 이후의 후속현장이다. 홍진훤의 용산은 사건의 바로 그 현장이다. 노순택의 콜트콜텍은 악기제조사였는데 사진은 노동자들이 쫓겨난 빈 공장이다. 그리고 이민규의 사진은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희망버스 집회 현장이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것부터 다 따지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된다. 용산에서 참사가 벌어졌다. 그 사진은 많다. 기륭전자의 1895일 농성은 정택용의 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로 엮어졌다. 콜트콜텍이나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사태를 다루는 사진도 많다. 내용을 모르거나 잊어버린 분들을 위해 짧게 소개한다.
 
 콜트악기 주식회사는 지난 2007년 구조조정을 명목으로 두 곳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한 후 2008년 국내 기타 생산공장을 폐업시켰다.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성이 떨어져 경영이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우리는 지금 노동자들이 쫓겨나고 텅 비어있는 공장에 걸린 기타를 보고 있다. 사진은 상징이다. 어두컴컴한 기타의 이미지는 강렬하지만 모호하다. 맥락을 읽어내기가 어렵다.
 용산참사는 2009년에 일어났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사진에선 시커먼 연기가 나고 옥상에 위태롭게 사람이 매달려있는데 물대포가 날아든다. 역시 연기와 물대포는 각각 불길한 일과 공권력을 내포하고 있는 기호다. 삼보일배도 강렬한 이미지다. 그런데 용산참사를 모른다면 이 사진만으로 뭔가 전달하긴 힘들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조원들은 농성을 벌였다. 이 사진은 그 긴 농성기간의 어느 하루의 밥그릇을 보여준다. 얼굴 없는 이 사진도 강하다. 그러나 이 한 장으로는 역시 아무 말도 전달되지 않는다.
 이민규의 사진은 현대자동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현대차 용역업체 직원과 충돌한 상황을 보여준다. 렌즈에 물방울이 붙어있다. 희망버스가 현대차 비정규직문제에서 나왔다는 것을, 그리고 현대차의 용역업체의 직원들과 충돌했다는 것을, 그리고 현장에 있던 경찰은 별로 한 일이 없다는 것을 이 사진은 보여주지 못한다.
 
 본론으로 들어간다. 다큐멘터리사진은 왜 존재하는가. 왜 다큐멘터리사진을 찍는가. 우리 사회에서 무슨 기능을 하는가. 왜 용산, 현대차, 기륭, 콜텍의 상황이 생겼는지 사람들이 얼마나 이해, 기억, 판단하고 있을까. 전쟁, 에이즈, 정신병원, 감옥 같은 소재를 찍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마틴 파는 왜 그랬을까. 마틴 파가 대안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세계화에 대한 경고적인 사진작업의 뜻은 훌륭하지만 핫도그 같은 음식사진들은 웃기기도 한다. 이야기가 번졌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사회의 저층민들이 철거당하고 해고당하는 사태가 있고 나서 철거현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이 있고 용산을 기억하는 저 검은 연기와 물대포사진이 있다. 강렬한 이미지라고 볼 수 있으나 2차적, 3차적 이미지다. 현장의 원인에 대한 접근은 아니다. 세입자들이 어떻게 저 지경까지 밀려올라갔을까.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과 노동현장은 어떤지 살펴보는 사진들이 근본적인 다큐멘터리의 소재다. 철거과정의 현장과 시위현장, 그리고 농성현장을 관심있게 바라보고 사진을 찍는 것도 다큐멘터리사진가의 일이긴 하지만 우리 다큐멘터리사진은 너무 강한 현장만 선호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서울대병원 환경미화원들이 좁은 청소도구실에서 점심을 먹던 사진을 떠올린다. 그게 바로 1차적인 노동환경에 대한 사진이다. 그 사진이 얼마나 큰 반향을 불러 왔었는지 기억하는가. 만약 환경미화원들이 시위를 하는 사진이었다면 어땠을까? 외면당했을 것이다. 정택용의 기륭전자는 그런 면에서 삶에 접근한 듯 보이지만 실은 그것도 2차적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에 대한 접근은 사진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글로 된 기사보다 더 강렬하다.
 요약한다. 다큐멘터리사진가들은 현장을 찾아가라. 투쟁의 현장도 좋지만 삶의 현장을 찾아가라.
 
 이번 전시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에게 한 가지 더 조언한다. 다큐멘터리라면, 그것도 노동, 환경 등 사회현상에 관한 다큐멘터리라면 사진설명을 달아주면 더 친절하겠다. (정의를 내리긴 힘들지만 유통되는 표현인) 예술사진이라면 아무 설명없이 관객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겨도 될 것이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라면 때와 장소와 주체와 행위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진설명이 있어야 한다. 그 한 문장에다 더해서 사안의 배경까지 붙여주는 것은 선택사항이다. 제목만 달아주면 어떻게 알아먹겠는가. 용산참사, 기륭전자, 콜트콜텍, 현대자동차 희망버스의 내용을 모두 알고 있는 관객들만 다큐멘터리사진을 보러온다고 생각해선 안된다. 모르는 사람도 있고 알고 있었더라도 잊어버린 사람도 있다. 관객들이 전시장에 왔다가 강렬한 이미지만 기억하고 그 사진이 뭘 묘사한 것인지 모른다면 다큐멘터리의 효용성이 떨어진다. 왜 저 기타가 저 어두운 곳에 걸려있고 저 사람은 밥그릇을 들고 있으며 스님들은 아스팔트에 엎드리고 있는지 다 알 것 같은가? 심지어 저 연기와 물대포의 기의가 뭔지도 모른다면 어떻게 될까? 다큐멘터리사진은 언론매체에 실리지 않는다해도 보도사진 못지않게 보도의 기능을 수행한다. 사진설명 없는 보도사진 없다. 
 
 

다음은 류가헌에서 보내온 보도자료에 들어있는 명단이다.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모임
 
 강재훈 권하형 김녕만 김인숙 김일권 김주원 김지연 김홍지 김흥구 노순택 노익상 박김형준 박선주 박정근 박정훈 박종식 박종우 박태희 박하선 성남훈 양혜리 양희석 안종현 윤경진 이갑철 이강훈 이광수 이규철 이명익 이미지 이민규 이상엽 이상일 이성은 이우기 이재각 이재갑 이정선 이한구 임종진 임태훈 정기훈 정택용 조우혜 조재무 최형락 한금선 홍진훤 화덕헌 허태주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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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윤섭
  • | 2013.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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