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미분하면?

사진마을 2018. 0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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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g01.jpg » Urban Differentiation ©신병곤



신병곤 사진전 ‘도시미분법’이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에 있는 류가헌에서 열린다. 3월 13일부터 25일까지. 17일(토)에는 류가헌 지하층에 있는 ‘사진책방 고래’에서 ‘고래 토크(Talks)_사진가 신병곤’이 예정되어 있다. 신병곤의 <도시미분법> 시리즈는 같은 이름의 사진집으로 지난해에 먼저 소개되었다.
 누군가에겐 대단히 신기하게 보일 수도 있는 이 사진들은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도 충분히 다가올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한 발짝도 오를 수 없는 절벽처럼 다가설 수도 있을 것이다. 굳이 사진뿐만 아니라 예술 활동의 전반적인 분야에 걸쳐 일반인들과 전문가들은 다른 접근을 한다. 어떤 처음 보는 사진 앞에서 일반인들은 대개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거 어떻게 찍었지?” 전부는 아니지만 대체로 전문가들은 이런 의문을 가진다. “이거 왜 찍었지?” 사진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이런 반응을 보인다. “이게 뭐야?” 처음 이 사진을 봤을때 합성이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단 한 장도 합성한 것이 없었다.
 
  12일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처음부터 “이거 어떻게 찍었지?”라고 묻고 싶었으나 참으면서 다른 질문을 먼저 던졌다. 신병곤 작가는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소프트웨어 쪽으로 회사를 다녔다고 했다. 문화센터에서 사진을 배웠고 2012년 무렵에 전업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동훈, 임다윤씨와 함께 ‘소셜 포토(SOCIAL PHOTO)’의 회원이다. 잡지에 들어가는 인물 사진을 찍는 일을 하다가 그가 찍은 건축 모형 사진을 당시 서울대 건축학과의 피터 페레토 교수가 보고 같이 작업하자고 제의했다고 한다. 2015년에 피터 페레토 교수가 글을 쓰고 신병곤이 책에 들어가는 사진을 찍어 만든 책 ‘플레이스/서울’이 나왔다.
 
 -건축사진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인물사진을 배웠고 처음엔 인물을 주로 찍었다. 그러다가 한계를 봤다. 인물은 서사가 들어있다.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야기 없이 할 수 있는 사진을 찾아봤는데 그게 건축이었다. 서사를 빼고 독립적인 이미지로 남기고 싶었다. 처음엔 건물이 아니었고 공간을 찍었다. 겹쳐진 방 같은 실내 공간을 찍었다. 그러다가 서서히 건축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동네 아파트 같은 생활공간이었다. 예를 들자면 63빌딩이라고 하면 거기엔 또 고유한 서사가 들어있지 않은가? 그런 것을 피하려 했다. 연립주택을 보자. 한 건축가가 이렇게 말했다. ‘설계도는 있다. 나머지는 그냥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 같은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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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미분법’이란 무엇인가?
 “서사를 빼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시를 표현함에 있어 도심을 찍게 되면 출퇴근하는 행인의 모습이 보일 수 있다. 거기엔 또 이야기가 들어있게 된다. 도시를 못 보게 된다. 그래서 미분이다. 자르고 나누어서 익명성을 찾아낸다.”
 
 -전시는 처음인가?
 “아니다. 도시미분 전시가 크고 작은 거 합해 세 번째다. 1세대, 2세대, 3세대라고 표현할 수 있다. 마치 스마트폰이 계속 새 모델로 업데이트하듯이 이번이 3세대인 내 사진도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이번 전시 사진에는 빛도 없고 그림자도 없고 계절감도 없을 것이다. 전깃줄 또한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나의 1.5세대쯤 되는 사진에는 그런 것이 꽤 남아있었으나 갈수록 간단명료해지고 있다. 역시 서사를 빼고자 함이다. 어디서 찍은 것인지, 무엇을 찍은 것인지,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 도시미분법은 계속 진행중인가?
 “그렇다. 더 진화할 것인데 어디까지 갈지, 어떻게 변할지는 지금 고민중이다.”
 
 -꽤나 높은 건물 같은데 왜곡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틸트를 썼나? 어떻게 찍었나?
 “틸트렌즈 쓰지 않았다. 망원으로 당겼다. 대략 1.5km나 2km 떨어진 곳에서 200밀리에서 400밀리 정도의 망원렌즈로 찍었다. 물론 높은 곳에 올라가서 찍으니 왜곡이 덜한 것도 있다. 당겨서 찍어 공간감을 없앴다.  사람들로 하여금 공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서울에서만 찍는가? 그리고 얼마나 찍었을까?

  "세어 본 적은 없는데... 아마도 서울에 있는 20층 이상의 건물은 다 찍은 것 같다. 1년에 몇 일?... 글쎄 세어 본 적은 없다. 다만 서울을 구역별로 나눠 몇 년가 찍어왔는데, 예를 들면 '을지로 3가' 라고 하면 한 석 달 동안 을지로 3가를 중심으로 하루에 20km씩 걸어다니면서 찍었다."
 
 -전시장엔 몇 장이나 걸리나?
 “20장 정도? 사실 지난해에 나온 사진집 ‘도시미분법’을 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 책을 보면 여백으로 파트를 나눴다. 물론 전시장에서도 약간의 그런 기분을 내기 위한 장치를 구성할 생각이지만 책에선 여백이 있다. 건물은 수학적 기호다. 건물과 건물 사진 사이에 여백을 둔다. 여백은 미지수 X다. 전시장에선 포스터와 엽서 세트도 있다. 보통은 책에 있는 것으로 엽서를 만드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다. 다른 사진으로 엽서를 만들었다. 포스터는 흑백인데 역시 볼 만할 것이다. 포스터는 한 페이지짜리 책이다.”
 
 전화 인터뷰를 마쳤다. 짧아서 마음에 드는 신병곤의 작업노트를 소개한다.


 <도시미분법>은 역사를 ‘증명’하는 장치로서의 사진이 아니라 압축되어 깨어진 공간 이미지, 모호하고 비현실적인 공간의 중첩으로 도시를 표현함으로써 공간을 투명하게 드러내기보다는 불투명하게 만드는 것에 목적이 있다.
 
 인간의 서사가 없는 낭만적 감상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도시 풍경은 익명화되고 탈색되면서 역설적으로 건축에 내재한 특이성을 보여준다. 인간 서사의 대상으로서의 도시가 아닌 ‘심리적 재현으로의 구조체 집합’으로 공간을 보여 줌으로써 도시를 받아들이는 인식의 과정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류가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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