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찍은 사진엔 시가 흐른다

곽윤섭 2012. 0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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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노해 사진전 <노래하는 호수>

‘아픈 땅’ 버마에서 건져올린 ‘노동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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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다리. Lake Inle, Nyaung Shwe, Burma, 2011. ⓒ박노해

 

 

시인 박노해의 사진전 <노래하는 호수>가 열리고 있다. 전시장은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라 카페 갤러리’이며 경복궁역 3번 출구 버스 정류장에서 7022·7212·1020번 버스를 타고 부암동 주민센터 앞에서 내리면 된다. 10월 31일까지.  02-379-1975  www.racafe.kr

 

 사진마을에 박노해의 사진전 ‘라 광야’를 처음 소개했던 것이 2년 반 전이었다.
  http://photovil.hani.co.kr/46122  사진가 박노해와 인터뷰를 했고 그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있다. 그 사이에 크고 작은 몇 번의 전시가 더 있었다. 2010년 1월 ‘라 광야’ 전시가 그의 첫 사진전이었다. 그때도 이미 사진가였으나 이번 전시의 사진은 서정적인 면이 강화되었다. 소설가, 시인, 화가 같은 예술인들이 사진을 하게 되면 유리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을 찍는)현장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관점이란 단어는 시선, 철학, 관계, 마음가짐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 

 시를 쓰는 것과 사진을 찍는 것은 다르다. 어떤 현상에 대해 시어를 골라서 풀어나가는 것이 시라면 어떤 대상을 발견해내는 것이 사진이다. 핵심은 보는 눈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며 이를 확대 해석하면 발견하는 눈이 있느냐의 문제이며 발견이란 것은 우연히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대상을 이해하고 보듬는 마음이 있어야 셔터를 누를 수가 있다. 이런 점에선 시를 쓰는 것과 사진을 찍는 것이 같다. 부처의 눈엔 부처가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길게 설명할 일이 없다. 박노해의 사진을 보면서 그가 이 장면들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았는지 생각하면 된다. 사진이란 것을 이해할 순 없다. 다만 사진을 찍은 사람의 눈앞에 펼쳐진 그 순간이 관객에게 100% 고스란히 전달이 되는지가 중요하다. 사진을 찍는 사람만큼 사진을 감상하는 관객의 자세에 달렸다. 다시, 부처의 눈엔 부처가 보인다.

 

 

 보도자료에 첨부된 글을 일부 인용한다. 이 사진들이 어떤 작업인지 알게 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의 아시아는 주름이 깊은 땅, 펼치면 지구를 넘어설 만큼 광대한 땅. 그러나 아시아는 슬픔이 깊은 땅, 흐르면 지구가 잠길 만큼 눈물이 많은 땅.”     박노해
 
 ‘아시아의 시대’가 떠오르는 지금, 박노해는 아시아에서 가장 아픈 땅 버마로 향합니다. 평온한 불심佛心의 나라이자 세계 최장기 군부 독재의 나라라는 두 얼굴을 가진 버마. 지금 버마에는 민주화의 봄바람과 개방의 돌풍이 동시에 일렁이고, 다양한 소수민족과 토박이들이 지켜온 자급자립의 삶과 전통문화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구시대 ‘희망의 등불’을 찾는 박노해의 발걸음이 머문 곳은 ‘버마의 심장’이라 불리는 인레 호수입니다. 전통방식으로 깨끗한 밥을 길어올리는 인레 어부들과 물 위에 떠 있는 위대한 농장 ‘쭌묘’에서 토종씨앗을 지켜가는 농부들, 호수족과 고산족이 마을 장터에 모여 서로 섞이고 나누며 풍성해지는 삶까지. 당당한 하루 노동을 마치고 귀가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충만한 기쁨으로 빛나고, 저마다 고유한 삶이 어우러져 흘러갑니다.
 
 작은 조각배를 타고 강물 따라 바람 따라 인레 호수로 떠나는 여행. 흑백필름 아날로그 작품을 통해, 하늘과 호수와 꽃다운 노동을 담은 노래가 그대 가슴에 울려올 것입니다.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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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자의 밥. Nyaung Shwe, Burma, 2011.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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땔나무를 싣고 온 우마차. Khaung Dine, Nyaung Shwe, Burma, 2011.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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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의 농장 ‘쭌묘’. Lake Inle, Nyaung Shwe, Burma, 2011.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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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수수를 수확하는 소녀. Nyaung Shwe, Burma, 2011.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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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레 호수의 아침. Lake Inle, Nyaung Shwe, Burma, 2011.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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