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는, 혹은 보이는

사진마을 2020.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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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광 개인전 <보여주는 혹은 보여주지 않는 목욕탕 이야기>가 열리고 있다. 12월 30일까지. 

장소는 부산광역시 수영구 망미로51번길 4. 지하철 망미역 5번 출구에서 도보로 30초 걸린다고 한다. 망미역 5번 출구를 나와 주차장 방향으로 향하면 된다. 

 전시문의 010-3861-0758

 

 사진과 함께 작가가 보내온 작가노트에 작업에 관한 친절한 설명이 들어있어서 딱히 인터뷰를 하여 추가할 내용이 없지만 모처럼 목소리도 들을 겸, 통화를 했다. 

 

 -전시 장소가 어디인지 잘 알 수가 없다. 번지수는 있는데 전시장 이름이 없는데?

 “건물 이름이 따로 없어서 번지만 넣었다. 지하철역 바로 앞이라서 못 찾을 수 없다. 전시가 1층에서 2층까지 열리는데 1층은 미용실로 쓰던 곳이고 2층은 가정집인데 지금은 비어있고 그런 생활공간에 크고 작은 사진들을 200 여장 걸어두었다. 전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연다. 주로 오후 2시 이후부터는 전시장을 지킬 것이다. 작가를 만나고 싶다면 위에 있는 전화로 연락을 주시면 친절히 안내하겠다. 

 

 -컬러도 있고 흑백도 있던데?

 “원래 흑백으로 광민탕(http://photovil.hani.co.kr/539376)을 작업했었다. 이번엔 제일탕 사진엔 컬러도 꽤 추가했다. 흑백에 맞는 것이 있고 컬러가 더 어울리는 것도 있다. 탕의 물안개 같은 것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싶었는데 컬러가 더 피부에 와닿더라. 

 

 -약봉지에 담은 사진이 있다는데?

 “목욕탕 손님 중에 전직 권투선수가 있었다. 그 분에게 온탕도 링과 마찬가지로 4각이니 그 속에서 내 카메라와 대결을 해보자고 해서 찍었고 그 분이 치유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사진을 약봉지에 담았다. 더 자세한 것은 직접 와서 보면 알 수가 있다. 

 

 -그 외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2층으로 올라오시면 동영상도 볼 수 있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조형물도 있다. 파라핀을 이용한 프린트도 있으니 직접 와서 봐야 한다. 마스크를 반드시 쓰고 안전하게 관람하셔야 한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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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는 혹은 보여주지 않는 목욕탕 이야기-손대광

 

 사는 곳 근처 ‘광민탕’이라는 동네 목욕탕을 드나들며 때도 벗기고 피로도 풀어내던 일상의 날들 속에서 문득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여러 생각 중에서 하나를 연결해서 목욕탕에서 보여 지는 다체(多體)로운 모습을 찍어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온탕에서 노곤노곤 한 상태가 되어 주위를 둘러보던 중 한 사람이 목욕탕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사람을 본 순간 반사적으로 눈이 번쩍 뛰었는데 당연히 있어야 할 신체의 일부분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그보다 오른쪽 다리 하나로 탕 안을 껑충껑충 뛰다시피 들어오는 그 모습은 딱히 뭐라고 표현되지 않는 경이로움과 더불어 여러 감정이 뒤섞인 공감각적인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박종효’라는 그분이 촉매가 되어 하드코어 낭만 목욕탕 사진 작업이 시작되었고 이후 지금까지 8년간 목욕탕 안팎을 드나들며 사진을 찍었다.

 

 2016년 여름 42년간 동네 사랑방 같았던 광민탕 은 폐업을 하였고, 광민탕 이발사인 장 사장이 인근의 제일탕으로 영업장소를 옮기는 이삿날에 맞추어 이발소의 이삿짐을 함께 나르면서 자연스럽게 ‘제일탕’을 촬영할 수 있게 되었다. 

 

 제일탕은 광민탕 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목욕비도 천 원이 더 비싼 삼천 원이다. 

 

 지금은 사라진 광민탕 은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였다면, 제일탕 은 왠지 동네 상점 같은 느낌이 들었다. 광민탕 은 늘 마주치는 단골로 북적거려서인지 자연스레 사랑방처럼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고, 건물의 구조가 1층 정면 중앙에 자리한 카운터를 중심으로 남탕과 여탕 입구가 좌우에 위치해 있었다. 아마 단독주택과 흡사한 구조였기에 친숙하고 동네의 사랑방 같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그에 비해 제일탕 은 붉은 벽돌로 외벽을 마감한 빌라 형태의 3층 건물로, 1층은 안내 카운터와 여탕으로 들어가는 유리문 이 있고 2층은 남탕, 3층은 목욕탕 주인이 실거주하고 있다. 제일탕 은 왕복 1차선 도로와 맞물려 있는 상업지구이기에 새로운 인물들이 목욕탕을 자주 이용한다. 마치 PC 게임방처럼 고정 손님과 뜨내기손님으로 이용객 구분이 뚜렷하다.

 

 광민탕 은 70년대 초에 지어졌고 제일탕 은 80년대 초에 지어졌으므로 각각의 목욕탕 건물 들이 지어졌을 때의 시대 변화에 맞추어 건축 유행도 변화되지 않았을까? 하고 나는 어림짐작하였다.

 

 대중목욕탕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일은 

 

 카메라를 든 나 자신도 쑥스럽고 렌즈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인물도 쑥스럽다.

 

 그래서인지 나는 머리로 사진을 찍지 않았다.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알몸으로 서로 눈인사를 나눈 후 자연스럽게 셔터를 누르고 나면 파인더 넘어 인물은 자신의 전신에 물을 끼얹는다. 그렇게 그냥 온몸으로 찍었다. 

 

 알몸에 카메라를 걸치고 탕의 안과 밖을 배회하는 나의 몸속으로 젖어드는 자유로움이 온탕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처럼 허공을 유영한다.

 

 치유한다는 것. 

 

 회복된다는 것.

 

 기억되고 기억할 만한 것 그리고 자유로워진다는 것. 

 

 일상은 분침과 시침이 되어 목욕탕의 흰 벽에 붙은 체 초침이 이끄는 대로 벽면을 따라 원을 그리며 돌아가고, 파란색의 작고 네모난 온탕은 모래시계가 되어 누군가로부터 채워지고 비워지기를 반복한다. 다들 나름대로 터득한 셀프치유법을 통해 알몸으로 탕 주변을 걸어 다니거나, 냉온탕을 오가는 횟수를 손가락으로 헤아린다거나, 자신의 벗은 몸이 알려주는 생체 온도계의 온도에 맞추어가며 각자의 시간들을 읽어간다. 그렇게 두 곳의 대중목욕탕에서 만난 이들과 함께한 치유와 회복의 시간들이 쌓여가고 있다. 

 

 오늘도 탕의 물이 다시 채워지고 또 비워질 것이고 나는 천지간 존재의 슬픔과 기쁨을 목욕탕에서 관음(觀音)할 것이다. 

                                                                                          -작업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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