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다면 사진보다 사람

사진마을 2016. 12. 02
조회수 11569 추천수 1

손대광 사진전 '광민탕-다 때가 있다'

스페이스22 개관 3주년 기념전시

 

sdg05.jpg

 

손대광의 사진전 ‘광민탕-다 때가 있다’가 2일 서울 강남역 1번 출구 앞에 있는 ‘스페이스22’에서 막을 연다. 이번 전시는 스페이스22의 개관 3주년 기념전시로 준비되었다. 30일까지 열리며 미진프라자가 후원했다. 공휴일을 휴관하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연다. 작가와의 만남은 12월 21일 오후 6시로 예정되어 있다. 문의 02-3469-0822

 대단히 더웠던 지난 8월 부산 광민탕 그 자리에서 열렸던 전시를 사진마을에서 소개했다. 그 사진이 드디어 서울로 입성한 것이다. 대단히 서울중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부산에서 열리는 바람에 멀어서 가기 힘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서울의 관객들에겐 좋은 일이다. 역지사지하여 서울에서 열리는 전시가 부산, 대구, 광주, 대전으로 순회전을 하여 지역의 관객들에게도 편하게 관람할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
 
 ‘광민탕-다 때가 있다’는 손대광 작가가 부산의 자그마한 동네 목욕탕이었던 광민탕의 남탕에서 찍은 사진으로 구성된 전시다. 지난번에 부산 가서 인터뷰를 하면서 손대광 작가에게 “남탕만 찍어서 아쉽지 않은가? 여탕을 찍을 기회가 된다면 찍겠는가?”라고 물었다. 손대광 작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998년에 사진가 박화야의 목욕탕 사진전이 있었다. 박화야씨는 여자이며 사진의 내용도 여탕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표정 때문이다. 남자 사진가가 여탕에서, 여자 사진가가 남탕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남자 사진가가 남탕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 같은데 말이다. 차렷하고 찍는 재미없는 유형학 사진도 아닌 일상의 다큐멘터리사진에서 카메라 앞에 노출된 사람들의 표정이 무심하게 되려면 도대체 어떤 내공이 필요했을까? 사진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내가 목욕탕에 앉아서 때를 밀고 있는데 누가 카메라를 들고 나를 쳐다본다면? 음….
 우선 체력단련을 통해 몸을 만들고 난 다음에 찍자고 부탁할 것 같다.
 
 손대광 작가의 광민탕은 소중한 작업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사진이 뭔지 깨닫게 한다. 우리가 찍어야 할 것이 뭔지 알려준다. 사진은 “저기 달나라에 가서, 외계인을 찍어오는 것”이 아니다. 가까이에 있고 내가 알고 있으며 내가 아닌 그들을 위한 사진이어야 한다는, 평범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계율을 보여주는 전시다. 사진이 아니라 사람의 자세가 중요하다. 노숙자를 찍기 위해서 술을 사주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자칫 사진 찍기를 위한 사진으로 변질된 가능성이 크다. 목욕탕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선 뭐가 필요했을까? 여탕을 찍은 박화야 작가는 거의 날마다 목욕하러 갔다고 했다. 손대광 작가도 부지런히 목욕을 하러 갔다고 했다. 목욕탕 가기 싫어하는 나로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전시 개막에 즈음하여 손대광 작가는 “사람마다 꾸준히 정진하다 보면 때가 있는 것 같다. 어느 구름에서 언제 비가 내릴지 모르는 일이다. 살아가는 것은 견디는 것과 같다. 우리 국민들도 지금 열심히 견디고 있다. 좋은 때가 올 것이고 새로운 때가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말 누군가가 꼭 들어야할 소리다. “다 때가 있다” 전시 개막에 맞춰 사진집 ‘광민탕-다 때가 있다’가 눈빛사진가선 34번째로 출간됐다.

sdg02.jpg

sdg01.jpg

sdg03.jpg



sdg04.jpg
 


작가노트가 길지 않게 따라왔다. 전문 소개한다. 



 - 오늘 존재의 기쁨과 슬픔을 듣다.     손대광
 
 낡고 오래된 대중목욕탕 ‘광민탕’이 있었다. 광민탕을 중심으로 미용실, 달걀 도매상, 꽃집, 전파사, 가정집들이 고만고만한 높이로 늘어섰다. 매주 목요일을 제외한 새벽 다섯 시면 환갑을 훌쩍 넘긴 여주인이 셔터를 올리며 골목의 하루를 열었다. sdg001.jpg광민탕은 43년간 주민들의 애환을 지켜보며 사랑방 역할을 했다. 목욕탕에서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정담을 나눴다.
 나는 광민탕을 찾은 동네 사람들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목욕탕 안으로 들고 가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단골손님들에게는 카메라 든 괴짜로 인식되었다. 탈의실에서 조심스레 울리던 카메라 셔터 소리는 습기 가득한 희뿌연 탕 안에서도 조금씩 울려 퍼졌다. 광민탕을 촬영하며 느낀 감정은 고물상 마당에서 쓸 만한 물건을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과 비슷했다.
 사람들은 언제나 정겨웠다. 탈의하고 장에 옷을 넣은 후 수건 한 장 들고 입욕실로 입장한다. 입구 왼편에 포개진 플라스틱 의자와 바가지를 하나씩 챙겨 든 다음에는 ‘내 자리’ 찾기를 시작한다. 사람 사이의 공간을 찾아 공간을 확보한다. 미리 선점한 상대방 영역을 침범했다간 자칫 말다툼과 몸싸움이 벌어진다. 대부분 일 분 내 합의하지만 상해 버린 기분은 냉탕 온탕을 번갈아 오가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배불뚝이 중년 사내들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시시비비를 가릴 때면 탕 구석에 몸 담근 나는 카메라 든 손을 어깨에 걸친 채 웃음 참으며 그 광경을 바라본다.
 흐린 날 아침, 간밤의 한기가 스민 내복을 벗고 김이 나는 탕 안에서 몸을 녹였다. “오면 가는 게 생이다.” 환갑을 넘긴 잿빛 머리의 남자가 탕 문을 나서며 한마디 던져 놓았다. 나는 선승 같은 사내의 말을 되새김질하며, 사람들 몸을 감싸다가 배수구로 빠져나가는 물의 마음을 생각했다.
 오면 가는 게 생이듯 광민탕도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 스페이스22 제공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전시회

눈오는 대밭 표정 [1]

  • 사진마을
  • | 2018.10.31

원춘호 작가의 사진전 죽림설화(竹林雪花)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10길 22에 있는 갤러리 그림손에서 열리고 있다. 11월 5일까지. 02-733-1045 꽤 많...

전시회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사진

  • 사진마을
  • | 2017.12.14

손이숙 '어게인스트 디 아이즈' 개인전 인천 배다리에서... 신작 절반 이상 포함 손이숙의 사진전 ‘어게인스트 디 아이즈’가 15일부터 27일까지...

전시회

거울 속의 우리는 어디에?

  • 사진마을
  • | 2017.08.07

연희동 B.CUT갤러리 기획전 <화양연화> 중, 손이숙 <거울 여자>  손이숙 작가의 사진전 ‘화양연화’-거울 여자가 8월 2일부터 9월 5일까지 서울 ...

취재

사진의 90%는 아이디어, 작가는 뭣으로 기획하나

  • 사진마을
  • | 2017.04.26

[사진가들이 밝히는 노하우]  유명 사진교육가 필립 퍼키스  “거의 모든 것은 사전 계획  10%만이 물끄러미 바라본 결과물”     인터넷으...

전시회

사진 찍는다면 사진보다 사람

  • 사진마을
  • | 2016.12.02

손대광 사진전 '광민탕-다 때가 있다' 스페이스22 개관 3주년 기념전시 손대광의 사진전 ‘광민탕-다 때가 있다’가 2일 서울 강남역 1번 출구 ...

취재

문 닫은 그때 그 목욕탕에 그때 그 사진들을 걸다 [4]

  • 사진마을
  • | 2016.08.16

손대광 사진전 ‘광민탕: 다 때가 있다’   발가벗은 목욕탕에서 느닷없이 사진기를 들이대면 뺨 맞아도 싸다    근데 이 남자 앞에서는 가림...

취재

노래·춤·마술 곁들여 얘기 술술…동심에 사랑 쏙쏙

  • 사진마을
  • | 2015.12.01

[내 나이가 어때서] <1> 동화구연 동호회 ‘아름다운 실버’    손 많이 움직여야 하니 좋고 아이들 기 받아서 좋고  애인 만나러 가는 날...

사진책

손대광 작가 추천 음악과 함께-‘어제의 오늘’ 속으로 시간의 귀환 [3]

  • 곽윤섭
  • | 2015.05.01

한영수 사진집 2탄 ‘꿈결 같은 시절’ 세월의 강 건넌 그 때 그 아이들 손대광 작가께 감사드립니다. 적절한 선곡입니다. 직접 본...

취재

재일한국인 30년 땀이 도쿄 한복판에 보석이 되다 [2]

  • 곽윤섭
  • | 2014.11.25

손대광 사진전 '일본 in 아리랑별곡'  2013년 ‘터미널블루스’로 최민식 사진상 특별상 부문에서 장려상을 받았던 사진가 손대광(42)씨가 오...

취재

매그넘작가도 때론 노출을 못 맞출 때가 있다 [4]

  • 곽윤섭
  • | 2014.11.18

40년 사진 내공 스티브 매커리 한국 1박2일 동행기 난생 처음 방문 JSA에서 긴장...시간도 쫓겨 왼손잡이용으로 개조한 세계 유일한 사진기 세...

사진책

사진기자표 인물사진의 정석 [1]

  • 곽윤섭
  • | 2014.05.01

정동헌 사진집 <100인첩> “작업멘트 날려 어색함 깨고 그 순간 뺏아내” 직업 따라 100인 100색…인물 후기도 ‘짭짤’  현직 사진기자인 정동...

전시회

사진값을 관객이 정하는 전시 [1]

  • 곽윤섭
  • | 2014.03.12

김미옥, 유승광, 봉혜영 사진전 ‘프리(FREE)전-내가 만난 아름다운 순간’ 수익금 전액 유니세프 기부...아름다운 마음도 전시  사진전 <프리...

전시회

총알이 피해 간 그, 총알보다 빨리 찍다

  • 곽윤섭
  • | 2013.07.26

전쟁을 혐오했던 전설적인 전쟁사진가 로버트 카파 탄생 100주년 기념 사진전 1937년 세고비아전선 스페인/게르다 타로 ⓒ국제사진센터/매그넘포토스...

사진책

작가와 시대 넘나들며 ‘순간’들의 맥락 짚어 [1]

  • 곽윤섭
  • | 2013.03.12

제프 다이어의 사진비평서 <지속의 순간들>  1800년대부터 현재까지 활동한 42명 사진작가들 다뤄  맹인 누드 모자 등 테마별로 어떻게 왜 찍었...

취재

새해 첫날 대문사진 보면 그 신문이 보인다 [2]

  • 곽윤섭
  • | 2013.01.03

[사진 뒤집어보기]2013년 신년호 1면  단골도 있고 연출도 있고 기획도 있고... 차별성은 있으나 날짜 빼먹거나 재탕도  2013년 1월 1일치 ...

사진책

200일 동안 8명이 훑은 다른 시선 같은 시선 [1]

  • 곽윤섭
  • | 2012.12.24

2012 인천 아카이브 프로젝트 <인천을 보다> 현지 작가 2명도 동참…공간기록 사진공부에 알맞춤 2012 ‘동네방네 인천 사진아카이브 프로...

전시회

가슴에 곰삭은 어머니, 삶 일군 몸 속울음 켜켜이 [1]

  • 곽윤섭
  • | 2012.09.11

신미식 특별초대전 <삶의 도구> ‘아프리카 작가’ 딱지 떼고 ‘이제야 말할 수 있다’ 주름진 손발이 논밭, 고랑과 이랑마다 세월 녹아 ...

취재

‘코리아’ 영화와 당시, 21년 만의 취재기 [10]

  • 곽윤섭
  • | 2012.05.11

마지막 자막에 흐르는 사진 4장, 감동의 재구성 ‘만리장성’ 넘은 아리랑, 둘보다 나은 하나 확인 영화 ‘코리아’가 지난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