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작가 사진으로 전시를 열다

사진마을 2017. 0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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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c01.jpg » 권태균

 

사진가 이규철이 소장한 사진으로 사진전

20년동안 1년에 한 작품씩 20작가 사모아

현장에서 작가의 동일한 작품 구입 가능

 

 

사진가 이규철의 컬렉션 사진전 ‘아 지 아 (我 之 我)’가 서울 종로구 청운동으로 이전한 류가헌에서 열린다. 3월 28일부터 4월 2일까지.
컬렉션이라는 낱말이 얼른 눈에 들어오질 않았기 때문에 류가헌에서 보내온 보도자료를 열어서 “이번엔 어떤 전시를 할까?”라고 생각했는데 난데없이 권태균, 박종우, 서헌강…. 이런 이름들이 나오길래 보도자료를 잘못 보낸 줄 알았다. 류가헌이 이사를 하긴 했는데 아직 짐을 다 못 풀어서 정신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싶었다. 그제야 컬렉션이란 말이 보였다.
  이 전시는 사진가 이규철이 찍은 사진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고 이규철이 소장하고 있던 다른 작가들의 사진을 전시하는 것이다. 개인으로선 세계 최대 규모로 사진을 모으고 있다는 엘튼 존의 컬렉션이 언제쯤에나 전시로 열릴 것인가를 기대하곤 있었지만 한국에서 개인 소장 사진으로만 전시를 한다는 것이 대단히 신선하다. 이규철은 20년 전부터 대략 1년에 한 작품씩 사진을 구입해왔다.
 
  전시 개막을 목전에 두고 열심히 사진을 걸고 있는 이규철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전시에 대해 몇 가지 물어봤다.
 
 -제목이 ‘아 지 아’인데 무슨 뜻인가?
 “내 속에 있는 나다. 내가 사진가인데 내가 소장하고 있는 다른 작가의 사진은 나의 정체성과 일맥상통하니….”
 
 -얼마 주고 샀나? 가장 비싼 것은 무엇인가?
 “대부분 1백만 원 정도를 주고 샀다. 50만 원짜리도 있다. 구체적으로 누구의 어느 작품은 얼마에 샀는지를 밝히는 것은 그 작가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서…….”
 
 -작가가 다른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 않은가. 괜찮으니 이야길 좀 풀어보시라.
 “대부분 내가 돈을 주고 샀지만 간혹 몸으로 때운 것도 있다. 뭐냐 하면 그 분들의 사진촬영 작업을 거들어주고 품삯으로 받았다고 해야 할까? 또 어떤 분은 할인해서 싸게 주기도 했다. 또 어떤 작가는 하나를 샀더니 하나를 덤으로 주기도 했다. 누군지는 절대로 말 할 수 없다.”
 
 -좋다. 말하지 않겠다면 넘어가자. 이 전시를 하는 취지가 무엇인가?
 “작가와 관객의 연결이 이 전시의 목표다. 20년 전에 처음 강재훈 작가의 분교 작업을 구입하면서 언젠가 이번 전시 같은 행사를 열어야지하고 꿈 꾸고 있었다. 전시장에 오시면 알겠지만 내가 컬렉션하고 있는 20명 작가의 작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것을 파는게 아니라 내가 소장하고 있는 같은 작품의 다른 에디션을 구입할 수 있도록 연결하려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표라는 소리다. 사진작품이 판매되는 문화가 숙성되길 희망한다. 내가 소장한 것은 안 판다”
 
 -에디션은 다 있는가?
 “20년 전에 처음 구입하기 시작했을 때는 에디션의 개념이 아직 정확치 않아서 없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에디션이 있다. 믿을 수 있다는 뜻이다”

 

lgc02.jpg » 박종우

lgc03.jpg » 서헌강

lgc04.jpg » 석재현

lgc05.jpg » 신동필

lgc06.jpg » 이성은
 
 -20명의 작품들 중에서 특히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이번 전시를 위해서 사실 20명의 인터뷰를 모두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싶었는데 6명 밖에 못했다. 권태균 선생의 사진을 놓고 직접 권선생의 설명을 들었는데 맨날 바라보던 사진 이미지랑 다른 것이 느껴지더라. 훨씬 사진 내용이 깊어지더라. 그리고.... 아 어떤 작품은 10년 넘게 기다렸다가 입수한 것도 있다. 처음에 그 작품에 눈독을 들이고 갖고 싶었는데 가격이 많이 비쌌다. 그러다 그 작가와 술을 한 잔 하게 되었는데 술김인지 모르지만 준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 다음에 맨 정신에 만났더니 ‘내가 언제?’라고 하시더라. 하하 그런 식으로 10년 넘게 끌다가 지난해에 스페이스 22에서 전시할 때 기어이 손에 넣었다. 이희상 선생이다. 하하”
 
 -돈을 주지 않고 받은 사진도 있다고 들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서로 교환한 적이 있다. 인사동에서 서로 같은 시기에 전시를 하게 되었다. 둘이서 마음에 드는 것을 주고 받기로 합의했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사람이다”
 
 -그럼 20명의 작가들 중에서 이규철 당신의 사진을 사간 사람도 있는가?
 “없는 것 같다. 전혀 서운하지 않다. 나는 내가 구입한 작가가 잘 되길 희망한다. 내가 그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니 그 작가가 이름이 나야 작품의 가치도 높아질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내가 소장하는 작품의 작가를 만나면 밥을 내가 사려고 하는 편이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구입한 작가들은 다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으니 흐뭇하다”
 
 -얼마나 더 사려고 하는가?
 “돈이 없으니 1년에 한 장이다. 돈으로만 따진다면 내가 2천만원 내고 20장을 한꺼번에 사면 좋겠지.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지금 바로 이름을 댈 수 있는 5명의 작가의 사진들이 나의 희망목록에 들어있다. 갖고 싶은 순서가 정해져있다”
 
 -20명의 목록에서 빠진 사람 중에서 서운해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왜 자기 것은 안 사가느냐고..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나는 흑백만 구입하려고 하고 사람이 들어있는 것만 구입하려고 하니 조금 제한적인 기준이다.”
 
 -전시 목록을 보니 컬러도 있던데? 박종우, 신동필...
 “어... 그게 박종우 작가의 작품인데 술을 먹고 그 집에 갔다가 그 사진을 봤다. 눈빛이 너무 좋아서 그냥 컬러인데도 사고 말았다. 신동필 작가의 경우... 하나를 구입했는데 하나는 선물로 받은 것이다”
 
 -원 플러스 원이란 뜻인가?
 “그렇게 말하면 작가들이 기분 나쁠 수 있지 않을까?”
 
 -됐고(웃음) 또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나?
 “사진을 받았는데 아직 돈을 못주고 있는 경우도 있다. 계좌번호를 달라고 했는데 연락이 잘 안되고. 또 한 번은 이사하다가 잃어버린 작품도 있다. 그 작가를 만나서 자초지정을 이야기하고 다시 인화해달라고 했더니 주더라. 반면에 작품값을 줬는데 아직 작품을 못 받은 경우도 있다. 물론 충분히 서로 이해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으니 그것이 불편하다는 뜻이 아니다. 다들 서로 아는 사이고 바쁘고 연락이 잘 안되다보니 그렇다는 뜻이다. 실명 자꾸 묻지 말았으면 좋겠다”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되팔 생각은 없는가?
 “전혀 없다. 그러려고 작품을 사는 것이 아니다. 20년전 강재훈 작가의 작품을 사면서 든 생각이 있다. 사고 나니 ‘(작품을 사는 행위가) 이거 별거 아니네?’ 하는 생각이다. 작품을 사는 것이 어떤 행위인지 알게 되었다. 내가 구입한 작품을 향유하는 시간이 너무 좋다. 내가 사진 찍는 일을 하고 있으니 사진가의 관점에서 보면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기도 한 것이다. 부디 작가들의 작품 가치가 더 올라가길 기대하고 사진을 팔고 사는 문화가 정착되길 희망한다”
 
 전화인터뷰를 마쳤다. 이규철 작가가 20년 동안 썩 형편이 좋지 않았던 해를 제외하곤 꼬박꼬박 1백만원씩 내고 사진을 사왔다는 이야기는 예전에 듣고 있었지만 이렇게 전시를 하게 된 것을 보니 새삼 그의 정성과 취지가 돋보였다. 그러면서도 실명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 행여 그 작가들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싶어 두 번 세 번 ‘이름을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럴 작가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다 싶어서 이규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몇 옮긴 것은 기자의 독단적인 결정이다.
 
 봄이다. 사진 작품 사러 류가헌 나들이 한번 해보는 것이 어떨지?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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