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것도 짜임새 있게

곽윤섭 2014. 10.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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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테마평 공유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라>

 

테마평 공유합니다. 주말을 이용해 강의를 하고 있는 사진강좌 <곽윤섭기자의 사진클리닉>의 졸업생들이 진행하고 있는 테마에 관한 짧은 평입니다. 2014년의 테마는 ‘여행’입니다. 1월-역, 혹은 정류장, 2월-길, 어디로, 3월-누구랑 가니? 4월-거기서 만난 사람들, 5월-좀 쉬어가기, 6월-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라까지 진행했고 7월은 <날씨 왜 이래?>를 진행했습니다. 테마평 업데이트가 늦었습니다. 담주에 바로 7월편도 올리겠습니다.


 

13.JPG » 13번: 정공법인데다가 전체 사진들 중에서 가장 활기찬 장면을 담고 있다. 컬러사진의 장점은 컬러이므로 그 또한 가산점을 받아 마땅하다. 한 표.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라>는 여행의 전체 테마중에서 가장 편한 소테마로 짐작했다. 먹으면서 동시에 마시면서 또 동시에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을 찍는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어려운 테마겠지만 설마 그런 주문은 아닐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번 테마는 ‘즐겨라’이다. 여행하는 중에 즐긴다는 원론적인 해석부터 인생을 즐긴다는 폭넓은 해석까지 가능하다. 그러므로 까르페 디엠(Carpe diem), 즉 오늘 이 순간을 붙잡아라, 이 순간을 즐기라는 뜻으로도 읽혔다. 취향에 따라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는 것 중에 어느 하나를 좋아할 수도 있고 (복수 선택 가능) 이 항목에 없는 것을 즐길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동작을 크게 하면서 즐기는 방식도 있을 것이고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 독서를 하면서 즐길 수도 있는 것이다. 춤처럼 동작이 큰 쪽이 더 유리함은 상식인데 역설적으로 독서, 명상, 바둑과 같은 정적인 순간에서 그림을 끌어낸다면 더 훌륭하다고 할 것이다. 전체 22장 중에서 음주가 4장, 가무가 8장(고양이 춤을 포함하여)을 차지했다. 역시 배달민족의 후예라 할 만하지 않는가? 전반적으로 봐서 함량미달이 꽤 있었다.

 

1.JPG

1번: 춤을 추는 사람들은 매력적이지만 사진 자체는 썩 매력적이지 못하다. 이 정도면 무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최소한 세 명이다. 사진을 낸 사람, 사진에 투표를 하는 사람, 사진을 보고 지금 평을 하는 나까지.

 

2.JPG

2번: 과도하게 즐겼던 것인가? 차분한 사진이라서 좋았는데 오른쪽 사람이 너무 엉켜서 불만스럽다. 정리 정돈은 모든 사진의 기본이다. 단순하게 찍으라는 소리가 아니고 의도를 명백하게 하라는 뜻이다.

 

3.jpg

3번: 히메마스가 뭔지 몰라서 한참 들여다봤을 뿐 사진으로서의 매력은 별로 없고 아이의 표정도 썩 뭘 즐기는 것 같진 않다.

 

4.JPG

4번: 즐거웠다. 재미있게 사시는 분이라서 좋았다. 사진은 허술하다. 일부러 셔터를 느리게 했는지 하다 보니 셔터가 느리게 된 것인지에 따라 판단할 일인데 엑시프 정보를 보다가 어찌하다 보니 셔터가 떨어졌음을 짐작하게 되었다.

5.jpg

5번: 한 표 쾌척. 세상과 맞서면서 인생을 즐기고 있다. 작으면서 주목받는 것이 더 완성도가 높다는 지론에 근거했다.

 

6.jpg

6번: 역시 한 표. 생활 속에서 찾아낸 동그라미와 직선을 재미있게 배치했다. 또는 그러한 순간을 찍었다. 무슨 안주를 집으려고 하는지 궁금하게 만든 것도 좋다. 막걸리 안주로는 OOO다.
 

 

7.JPG

7번: 5번과 이 사진은 다르다. 숫자가 많고 순광이고 앞모습이다. 따라서 표정이 보이도록 더 크게 갔어야 한다. 왼쪽 세 명을 제하고 나머지를 당겨서 찍었다면 훌륭한 사진이 될 수 있었다.
 

 

8.jpg

8번: 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는데 이제 기억이 났고 따라서 누가 찍었는지도 안다. 그걸 떠나서 테마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먹거나 마시는데 집중했다.

 

9.JPG

9번: 여러 장을 찍으라고 늘 권하는데 이 장면도 몇 컷 누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맨 왼쪽의 팔 말고 그 오른쪽의 아이가 없었어야 한다. 아니면 앵글을 틀면 공간이 열리고 찬스가 오는데 그 자리를 고수해버렸다. 무대의 아이들이 다 보였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10.JPG

10번: 어이쿠! 음주 후에 한숨을 주무신다. 휴가라는 게 다 이렇지 않은가……. 그러나 한 표를 던지지 못한다. 명상은 의지적으로 즐기는 것이지만 잠은 일시적 죽음 상태에 빠지는 것이므로 차이가 크다. 물론 이 자세로 명상에 들었다고 주장한다면 할 말이 없다.

 

 

11.jpg

11번: 아주 좋은 소재였는데 역시 접근이 멀다. 멀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없다. 가까이 가라는 것은 클로즈업하라는 말이 아니고 벌어진 상황 전체를 주도하고 지배하라는 뜻이다. 지금으로선 왼쪽 아래 뒤통수가 망치고 있다.

 

12.jpg

12번: 역시 바쁜 분이 찍은 모양이다. 이렇게 좋은 소재를 이렇게 허술하게 처리할 순 없다. 조금만 더 지켜봤다면 아이들이 광분했을 것이다. 역으로 차분한 물놀이를 찍었다고 주장하겠다면? 더 질서가 있어야하는데 지금은 어수선하다.

 

14.jpg

14번: 밋밋한데다가 엉켰다. 이럴 땐 더 클로즈업해서 뒤를 처리하는 것이 좋다. 제출한 분이 마름모꼴을 원했던 모양인데 글쎄 이런 형식 정도는 보편적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15.JPG

15번: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다. 연주자를 뒷모습으로 하고 관객의 표정을 택했는데 멀어서 보이지 않는다. 결국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결과물이 되어버렸다.

 

16.JPG

16번: 사람 대신 고양이의 춤을 보여주고 있다. What‘s Michael이란 만화에서 고양이는 민망해지면 춤을 춘다고 했는데 이건 민망한 상황은 아니지만 좋다. 한 표.

 

17.jpg

17번: 다른 사진들과의 차이가 있다. 이분들의 춤은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려는 춤이다. 이분들이 춤을 즐긴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진을 찍는 관점이 “보이도록” 잡혔다. 무슨 말이냐면 만약 이분들 입장에서 스스로 즐긴다는 식으로 보여주려했으면 14번 같이 정면에서 앵글을 잡아야 한다.
 

 

18.JPG

18번: 잘 안보여서 아쉽다.

 

19.JPG

19번: 왼쪽 아저씨가 분위기를 흩뜨려놓고 있다. 차분하게 보일 뿐이다. 전체가 차분하게 즐길 수도 있다고 서문에서 썼지만 여기선 분위기상 충돌이 일어났다.

 

20.JPG

20번: 흠. 흥이 났다.

 

21.jpg

21번: 식탁이 어수선해서 싫다. 건배는 좋다. 차분하지 못한 앵글, 조명, 구성이 곤란하다.

 

22.jpg

22번: 좋은 소재인데 처리가 미숙하다. 분위기, 표정, 구성의 어느 면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일어나지 못했다.
 

 곽윤섭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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