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에 사람 있고, 사람 안에 그 있다

곽윤섭 2014. 07. 03
조회수 16420 추천수 1

 임종진 첫 사진집 <캄보디아: 흙 물 바람 그리고 삶>

10년 동안 더불어 함께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멋지게 찍으려 하지 않았는데 멋져서 서글픈


A 017.jpg » 17쪽-<캄보디아>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다. 여러 가지 변신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갑작스런 변화는 경계해야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임종진도 변하는 것을 보니 나이가 들긴 들었나싶다. 사진이 조금 변했다. 조금 변했는데도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전의 임종진은 요지부동이었으므로 평생 변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임종진의 첫 사진집 <캄보디아: 흙 물 바람 그리고 삶>을 보면서 전의 사진과  아주 약간 달라졌는데도 변화가 한 눈에 보였다.
사진은 인생을 닮아가는 것이니 그의 삶도 변화가 있는 것이 명백하다. 이를 입증하듯 평생 혼자 살 것 같던 그가 최근에 공개석상에서 프러포즈를 하여 만인의 축하를 받았다. 물론 (당사자들은 알고 있었겠지만) 사전 예고없이 출판기념회장에서 감행한 프러포즈였으므로 몇몇 참석자들은 “이용당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뒷이야기도 있다. ㅋ
 
A 023.jpg » 23쪽-<캄보디아>

A 033-034.jpg » 33~34쪽-<캄보디아>

A 075-1.jpg » 75쪽-<캄보디아>

A 083.jpg » 83쪽-<캄보디아>

A 100.jpg » 100쪽-<캄보디아>

A 121.jpg » 121쪽-<캄보디아>      

B 034-035.jpg » 192~193쪽-<캄보디아>

 이번 사진집은 2004년 이후 해마다 캄보디아를 찾은 임종진이 10년간 캄보디아에서 찍은 사진 160여점으로 만들어졌다. 캄보디아에서 뭘 하는지 물어보면 정색을 하면서 “절대로 봉사활동이 아니다”라고 수차례 강조하였던 그는 엔지오 자원활동가로 캄보디아에서 머물면서 지뢰피해 장애인 기술센터와 여러 도시의 빈민촌에서 살다가 왔다. 달팽이사진관이란 이름으로 무료 사진관활동도 했고 그 과정에서 틈틈이 사진을 찍었다. 

 왜 이렇게 표현하느냐면 사진을 찍으러 캄보디아에 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이 아닌 활동을 하면서 현지인들이 원하는 사진을 찍어주었고 친해진 사람들만 찍는다는 것은 이 사진집에 들어있는 사진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한두 번 방문하여 쓱 찍어오는 사진과 임종진의 사진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세바스치앙 살가두처럼 임종진도 사진은 목적이 아니라 활동가의 수단일 뿐이다.
 
 사진집을 꼼꼼히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사람이 없는 사진이 없다. 말갛게 웃고 있는 아이들이 있고 머리에 짚단을 이고 가는 아낙네가 있고 돈을 벌기 위해 쓰레기장을 뒤지는 어른들이 있다. 치열한 현장이나 목가적인 전원 풍경이나 모두 캄보디아 사람들이 사는 공간이다. 멋지게 찍으려고 들지 않았는데 멋지게 보여서 서글프지만 어쩔 것인가. 사람 사는 것이 다 이렇다. 

  서두에서 임종진의 사진이 달라졌다 했는데 무슨 관점이냐면 이렇다. 예전에 나오거나 전시했던 <천만 개의 사람꽃>이나 <어머니에 관한 4개의 기억>을 보면 사진기자표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사진기자표 사진이란 다름 아닌 목적 지향적인 사진을 말한다. 어떤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그 이유가 사진 안에서 바로 드러나는 것이다. 직설적이란 뜻이기도 하고 거칠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임종진의 그 목적은 숭고한 것이었으니 토를 달 생각이 없다. 다만 겉모습이 그렇다는 소리일 뿐인데 어떻게든 사진은 시각에 의존하는 매체이니 짚고 넘어가는 것이다. 그랬던 사진이 이번 <캄보디아> 사진집에서는 서정적인 사진이 상당 부분 추가되었다. 사람이 사는 현장이란 점은 전혀 바뀌지 않았으나 사람이 사는 공간을 보는 안목에서 여유가 생겼다. 아주 쉽게 예를 들면 이렇다. 예전 사진에선 사람이 모두 크게 나왔으나 이제 아주 작게, 점처럼, 실루엣으로 등장하는 사진이 많아졌다. 그러고도 내용 전달에선 문제가 없고 더 효과적으로 가슴에 와닿는다. 아름다운 사람이 찍으니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원래 사람들은 아름다운 법. 아름답지 못한 사람이 한국에선 점점 늘어가고 있는데 캄보디아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 기준으로 볼 때) 가난해 보이는 살림살이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 마음마저 가난하진 않는 것이다.
 
 조금 변했다고는 하나 임종진표 사진은 여전하다. 친한 사람이 아니라면 도저히 찍을 수 없는 사진들이 많다. 보통 가정의 안방까지 들어간 임종진의 카메라 앞에서 순박하게 웃는 저 얼굴들은 임종진이니까 가능한 표정들이다. 예전에 임종진은 “나는 사진가가CAM00001.jpg » 책 표지 아니다”라고 역시 정색을 하면서 말한 적이 있다. 

  이번에 사진집이 나오고 나서 만났더니 그 특유의 쑥스러워하는 표정을 짓길래 “이제 사진가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려다가 말았다. 이제는 사진가가 맞다. 이제가 아니라 예전부터 임종진은 사진찍는 사람이었고 이번 사진집에서 사진가 냄새가 강하게 나는 사진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참! 이 사진집은 캄보디아의 미래가 될 아이들을 위한 학교 건립 프로젝트 <캄보디아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의 후원기금을 모으는 일에 의미있게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그럼 그렇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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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섭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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