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살 돈 훔쳐 카메라, 사진계 산 역사 되다

곽윤섭 2014. 06. 24
조회수 24936 추천수 1

이명동 개인전 ‘먼 역사의 또렷한 기억’

한국전 종군사진 군무원 거쳐 사진기자로 잇단 특종 

김구 선생 최후모습 담기도...일흔에 사진잡지 창간

 

21-A-2.jpg » 이명동선생, 1950년대 동아일보 편집국에서

 

 

 여러 의미로 한국사진계의 대원로인 이명동(1920~ ) 씨의 생애 첫 개인전 <이명동 사진전-먼 역사의 또렷한 기억>이 7월 5일부터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31일까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있는 월간 <사진예술>사에서 이명동씨와 인터뷰를 했는데 사진가이자 사진예술의 발행인인 김녕만씨가 자리를 같이했다. 이명동씨는 살아있는 한국사진의 역사다. 경북 성주에서 태어난 선생은 성주공립보통학교(지금의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14살 때 아버지가 황소를 사려고 마련해놓은 돈 12원을 훔쳐 등하굣길에 늘 침을 흘리고 보던 학교 근처의 일본인가게에서 “절대 물러주지 않는” 조건으로 카메라를 구입했고 발각이 되자 이틀 동안 산에서 숨어산 끝에 “손자 죽이겠다”는 할머니의 도움으로 간신히 용서를 받아서 사진인생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나오는 사진잡지 <아사히카메라>독자사진 응모난에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1942년에 일본 법정대학교 부속상업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하여 본격 사진가의 길을 걷는다. 한국전이 나자 군무원의 신분으로 종군해 육군 보병 제7사단에서 종군사진을 담당했고 이 공로로 세 개의 무공훈장을 받았으며 1953년 종전 직후 군생활을 마무리했다.(훈장과 관련해 먼 훗날에 이명동과 김녕만의 인연이 등장하는데 따로 소개한다.) 1953년 중앙일보(현재의 중앙일보와는 다른 신문)에서 사진부장을 맡았다가 1955년에 동아일보 사진부로 옮겼다. 이때의 사연도 재미있다. 이해 2월 18일 동아일보를 설립한 인촌 김성수가 세상을 떴는데 당시 이승만대통령이 정권에 늘 비판적인 야당지 동아의 사주빈소에 문상을 온 사진을 기관지격인 중앙일보의 이명동만 찍고 막상 동아일보 기자는 물을 먹었다. 크게 화가 난 김상만이 단독보도를 한 이명동을 불러 간단하게 면접을 보고 스카우트하였다는 것이다. 이후 1979년까지 동아일보에 근무하면서 이명동은 4 19혁명 당시 경무대앞에서 학생  시민들이 경찰의 총탄에 쓰러지는 모습 등 역사적 장면을 특종취재했다. 이미 그 전인 1949년 백범 김구선생이 서거하기 3일전에 김구의 최후모습을 찍었던 이명동은 1956년 5월 5일엔 호남선 열차에서 사망한 신익희 선생의 마지막 모습을 3시간 전에 찍기도 했고 1959년에는 조병옥 박사의 최후의 사진도 기록했다. 이는 마치 마하트마 간디를 인터뷰하고 돌아서 나온 바로 몇 시간 뒤에 간디가 암살당하는 바람에 간디의 최후 사진을 찍게 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자신의 입으로 “나는 운이 좋았는지 세계 곳곳을 방문할 때마다 세계적인 사건의 현장과 마주칠 수 있었다”라고 말한 대목이 연상되는 장면이다.

 

사진기자로서 역사의 현장을 기록한 것뿐만 아니라 한국사진계의 토대구축에도 공을 들였다. 1963년에 동아사진콘테스트를 만들고 1964년에는 대한민국 국전에 사진분야를 포함시키는데도 앞장섰다. 1968년에는 한국 최초의 개인사진집에 해당하는 최민식의 <인간>이 동아일보사에서 나오는 과정도 주선했다. 이명동은 동아일보와 다른 매체의 지면을 통해 한국사진계의 발전, 각성을 촉구하는 기사를 수차례 썼고 사진전시와 사진작가 소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임석제 제5회 사진전을 보고>는 1955년 중앙일보에 썼고 <제6회 사협전평>을 통해선 “내용없는 작품을 형태만 크게 한다고 효과적이 될 수 없다”고 일갈했고 1957년엔 당시 경기고 2년생이던 김희중(에드워드 김)의 개인전을 소개하면서 “사진계의 비상한 관심”을 전했으며  1969년 <신동아>지면을 통해 “젊은 사진작가 주명덕”의 사진집을 소개했다. 동아일보를 떠난 뒤 여러 대학에서 보도사진 강사로 활약하며 후학들을 길러냈다. 이명동 선생은 70살의 나이에 사진잡지를 창간한다. 이 선생은 “설날에 세배온 후배 사진가들이 230만원을 모아서 주더라. 거기에 할머니(이 선생의 부인을 가리키는 표현)가 마련한 곗돈 500만원을 보태서 사무실을 얻고 창간호를 만들었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명동선생은 2001년에 <사진예술>을 아끼는 제자이자 후배인 김녕만(1949~ )에게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고” 물려주었고 잡지는 올해로 창간 25년이 되었다. 김녕만은 “이 선생이 어렵게 창간한 잡지라서 물려받은 것에 대한 책임이 막중하다. 질적으로는 나아졌으나 경영적으로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명동 선생에게 창간때와 25년 된 지금의 사진예술을 비교하면 어떤지 물었다. 이 선생은 “하늘과 땅 차이다. 좋아졌지”라고 했다. 김녕만에게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동의하기가 어렵지 않느냐”고 말을 흐리자 이명동선생이 “어떻게 자신이 스스로 칭찬하겠느냐?”라고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01.jpg » 이명동이 찍은 <보병 제7사단의 중동부전선, 1952>

02.jpg » 이명동이 찍은 <호국의 꽃, 1953>

03.jpg » 이명동이 찍은 <보병 제7사단의 전투지역 중동부전선, 1951>

04.jpg » 이명동이 찍은 <연평도, 1961>    

05.jpg » 이명동이 찍은 <경교장의 백범 김구선생, 1949.6.23(백범선생 돌아가시기 3일전 촬영)>

25-2.jpg » 백범선생을 추종하는 성균관대학생들, 맨 왼쪽이 이명동. 1949. 6. 23

 

  

  2대 발행인 김녕만과 이명동의 인연은 그야말로 각별하다.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김녕만은  스물두 살에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했고 대학 사진과에 입학하기 전에 이미 고창군청 공보실에서 사진담당으로 일했다. 1974년 동아사진콘테스트에서 <강제등교>로 입상하였고 대학생 시절에는 각종 공모전에서 받은 상금으로 등록금을 조달했는데 그해 사진학과 2학년이었던 김녕만은 당시 동아일보 부국장인 이명동선생의 보도사진강의를 듣게 되었고 이것이 최초의 인연이었다. 1978년 “꿈속에서도 그리던” 동아일보에 입사해 사진기자 선후배의 관계가 되었다. 김녕만은 판문점과 청와대 출입을 했고 <80년 광주>를 기록했다. 김녕만은 이명동과 달리 기자 시절부터 수많은 사진전에 참가했고 개인전도 열었으며 사진집 등 저서도 여럿 펴냈다. 가장 최근의 사진집은 지난해 나온 <시대의 기억>이며 가장 최근의 개인전은 6월 13일에 끝난 <김녕만, 해학을 공유하다>였다. <사진예술> 윤세영 편집장이 곁에서 인터뷰를 듣다가 “김녕만 현 발행인은 사진인생 내내 이명동선생님의 발자취를 따라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 선생님이 김 발행인의 뒤를 따른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두 발행인도 따라 웃었다. 이명동은 평생 사진을 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보도사진을 찍었고 사진계를 위해 일했지만 자신의 것을 돌보지 않았으나 이번에 한미사진미술관의 호의로 첫 전시를 열게 되었다. 전시 개막일엔 사진계 안팎의 관심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감-메인.JPG » 김녕만 2대 발행인과 이명동 1대 발행인(왼쪽부터) 2014. 6. 16
 
 

 

이명동선생은 연말이라 중동부 전선에 취재를 갔다가 마친 후 육군회관 건립식 파티장에 취재를 갔다. “그날 그 취재현장에 누가 있었냐면 AP의 사진기자 김천길이 있었다.” 변변하게 양복도 한 벌 없었던 이명동은 군에서 받은 훈장 약장을 가슴에 단 군복을 입고 있었다. 취재를 마치고 기념식 자리이니 칵테일을 한 잔 들고 서성거렸는데 백선엽 육군참모총장이 가까이 와서 약장을medal.JPG 보더니 “형씨 그거 떼시오. 기자가 군을 모독해선 안돼”라고 요구했다. 이명동은 “진짜다. 최전방에서 목숨 걸고 받은 훈장이오”라고 해명했으나 거듭 떼라는 것이 아닌가. 독이 오른 이명동은 마침 주머니에 들어있던 훈장수여증을 꺼내 증에 적힌 백선엽 이름을 보여주며 흔들었다. 훈장을 준 당사자가 바로 백선엽이었던 것이다. “이 백선엽이는 가짜 백선엽이란 말이요? 가짜라면 당신 별도 가짜이니 떼시오”라면서 백선엽 계급장의 별4개를 잡아서 비틀고 소동이 일었다. 백선엽이 당황해서 쩔쩔매는 사이에 부관이 와서 말렸고 그 자리를 떠났다. 나오면서 약장을 떼서 버리고 훈장수여증도 찢어버렸다. 이 일화를 들려주면서 이명동 선생은 “그날 AP 김천길이 행사장에 있었다고 했지?” 순간 인터뷰를 하던 내가 본능적으로 반응을 보였다. “못 찍었구나!” 이명동 선생은 “소동이 생겼을 때 불렀으나 파티장이 넓어서였는지 그 현장을 못찍었다. 김천길이 찍었어야 하는데…. 결정적 순간을 놓쳤어…….”라고 했다. 사진기자 출신인 이명동과 김녕만 그리고 나는 동시에 그 현장을 떠올리면서 박장대소했다. 판문점을 오래 출입했고 청와대를 출입하던 김녕만은 1995년에 이명동선생의 훈장이 떠올라 국방부 관계자에게 요청을 했고 6개월 정도 지나 육군본부에서 연락이 왔는데 3개 중에 2개를 찾았다는 것이다. 이명동은 그 덕분에 전쟁이 끝난지 40여 년 만에, 제자이자 후배의 도움을 받아 훈장을 되찾게 되었다.  
 


 곽윤섭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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