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 사진으로 통일 기원

사진마을 2019. 02. 17
조회수 2680 추천수 1

두루미 사진작가 초대전

'사랑 자유 평화의 땅'

천년 사랑 두루미 사진으로

DMZ광장에서 "통일기원"

 

crane01.jpg » 임병훈, 두루미

사단법인 한국두루미보호협회가 주최하는 ‘사랑 자유 평화의 땅’ 두루미 사진작가 초대전이 강원도 철원군 DMZ 평화문화광장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2019년 12월 30일까지.
 교과서에 실려 세대를 초월하여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소설 <소나기>를 쓴 황순원의 또 다른 단편 소설 <학>엔 이런 구절이 있다.
 “저쪽 벌 한가운데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허리를 굽히고 섰는 것 같은 것은 틀림없는 학떼였다. 소위 삼팔선 완충지대가 되었던 이곳.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그동안에도 이들 학들만은 전대로 살고 있는 것이었다.“
 이 역시 교과서에 실렸다.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이 장면이 눈 앞에 선하게 그려진다. 들판에 흰옷을 입은 농부들이 허리를 굽히고 일하는 것 같은 장면이다.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특별히 친근하게 여겨지는 이유를 절로 알 것만 같다.
   주최쪽은 이번 전시의 목적을 “살아있는 자연생태의 보고 철원군과 연천군에 ‘천년 사랑’ 두루미가 매년 월동하므로 그 사진을 널리 알려 자연생태의 우수함을 홍보하고 동시에 분단국가 한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기원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참가작들을 하나씩 살펴봤다. 소재가 두루미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 저마다 다 각별한 작품들이다.

 김경희의 <수묵화>는 아침 먹이활동을 담았다. 오른쪽에 한 녀석이 망을 보고 있고 나머지는 분주히 아침식사를 한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 그런 생존의 현장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평화롭게 찍었다.
 나순이의 <기원> 역시 그림같다. “뜨르르르” 같기도 하고 “뚜루루루” 같기도 한 두루미의 울음소리가 사진에서 울려퍼지는 느낌이다. 공감각을 불러온다.
 이석통이 찍은 <자유로운 비상>은 비행기의 편대비행을 연상시킨다. 차이가 있다면 전쟁을 위한 전투기가 아니라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실어나르는 메신저란 점이다.
 이종건의 <2019 Happy New Year>는 자고 일어나는 무렵의 두루미들이다. 아직 고개를 처박고 자는 녀석도 있지만 일찍 기침하여 “밤새 뭔 일 없었수?”라고 두리번거리면서 인사를 나누는 녀석들도 있다. 하루가 시작되는, 삶의 순간이지만 더 없이 아름답다.
 천정기의 <귀소>는 제목을 보니 저녁시간인 모양이다. 아침에 이어 저녁을 보니 한층 더 사람의 삶과 오버랩된다. 삶이 고단한 것은 사람이나 두루미나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그 삶이 돌아보면 문득 아름다운 것임을 우리는 곧잘 잊어버린다. 
 최기환의 <미래를 향해>를 보다가 사람의 삶과 겹친다는 생각이 확실해졌다. 이번 전시는 단체전이라 서로 방향이 삐걱거릴만도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 전체를 아우르는 맥락이 꼼꼼하게 이어지고 있다.
 임병훈의 <두루미>는 영락없는 백의민족, 농부다. 굳이 소설가 황순원 아니더라도 들판에서 두루미를 본 우리 조상들은 그런 연상을 하면서 친근감을 느꼈음직하다.
 정상규 작품 <천상의 학>은 전체 출품작 중에서 두루미의 고유한 라인을 가장 잘 드러내면서 다른 작품들과의 차별성을 굳혔다.
 김경선의 <정적>은 그야말로 한밤중에 찍은 두루미의 한밤중이다. 두루미는 무슨 꿈을 꿀까? 그보다는 이 사진들에서 두루미를 본 관객들이 집으로 돌아가서 두루미가 나오는 꿈을 꾼다면 대박이다. 무릇 두루미 꿈은 몽땅 길몽이다.
 이번 전시에는 한일교류 차원에서 일본 작가의 작품도 같이 걸린다. 오사코의 <오리엔탈>은 생각에 잠긴 듯한 두루미다. 그렇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인들은 한국 민족만 두루미를 아끼고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우리는 계절이 바뀌면 시베리아도 가고 몽골이나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우리를 좋아해.”
 바로 그런 의미에서 한일교류를 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고보니 공통점이 하나 더 있었다. 예로부터 연하장에 빠짐없이 등장했기 때문에 너무나도 눈에 익어서 두루미 사진이 쉽게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두루미를 찍어보려고 한 적이 있다면 모두들 알 것이다. 여기 있는 모든 작품들은 정말 찍기 힘들다.

 

crane04.jpg » 김경희, 수묵화

crane05.jpg » 나순이, 기원

 crane07.jpg » 이석통, 자유로운 비상

 crane08.jpg » 이종건, 2019 Happy New Year

 crane09.jpg » 천정기, 귀소

 crane10.jpg » 최기환, 미래를 향해

 crane02.jpg » 정상규, 천상의 학

crane03.jpg » 김경선, 정적

crane06.jpg » 오사코, 오리엔탈     

 

곽윤섭 선임기자, 사진/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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