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편한 진실

곽윤섭 2012. 08. 06
조회수 24051 추천수 0

 

  ‘2011년 올해의 세계보도사진전’ 

 124개국 5천247명의 10만여 점 중 고른 160점

 충격적이고 직설적인 현장에 ‘긍정적인 눈’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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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Samuel Aranda, Spain, for The New York Times

파티마  -콰즈(Fatima al-Qaws) 1015 예멘의 사나에서 가두시위에 참여한 최루탄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아들 자예드(Zayed, 18) 돌보고 있다.  


  올해에도 ‘세계보도사진전’이 한국을 찾아왔다.  세계보도사진전(World Press Photo)은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세계보도사진재단이 주최하는 연례행사로 재단은 1955년에 설립됐다.  재단은 사진대회, 사진전뿐만 아니라 전문서적 발간, 국제 세미나 및 워크숍 등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으며 사실상 전세계의 포토저널리즘을 주도하는 단체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규모의 포토저널리즘 시상으로는 퓰리처상의 보도사진 분야 혹은 POY 같은 것이 있으나 이 둘은 모두 미국 중심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금 전시되는 작품은 ‘2011년 올해의 사진’이다. 124개국 5,247명의 사진기자 및 사진가들이  2011년 한 해 동안 전세계의  뉴스현장에서 찍은 사진 10만 1천여 점이 출품됐다. 2012년 2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9개 분야로 나눠 심사를 했고 거기서 선정된 수상작을 중심으로 약 160여 점이 세계 45개국 100여 개 도시를 돌면서 순회전시되는 것이며 그 전시가 서울에 온 것이다. 이번 전시는 8월26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것도 눈 부릅뜨고 봐야하는 숙명

 

  지난해와 다른 점도 있고 비슷한 점도 있다. 우선 보기에 편한 사진이 많아졌다는 점이 지난해와 가장 다르다. 보기에 편하다는 말은 사진이 찍힌  현장이나 상황이 편하다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 2011년에도 지구촌은 전쟁과 재난으로 얼룩졌다. 뉴스사진은 절대로 현장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뉴스사진을 다루는 이들은 아무리 참혹한 현장이라도 접근할  수만 있다면 달려가고 싶어한다. 피를 흘리며 사람이 쓰러져가고 그야말로 눈뜨고 보기 힘든 상황이 눈앞에 벌어져도 눈 부릅뜨고 사진을 찍어야만 하는 것이 뉴스사진가의 숙명이다. “너무 끔찍해서 못 찍겠다”는 사람은 뉴스사진가가 될 수 없다.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독수리 앞에 쭈그리고 앉은 소녀를 찍었던 케빈 카터의 사례가 바로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2011년 한 해를 담은 사진들, 그 중에서도 상을 받은 사진들이 보기에 편해졌다는 것은 무슨 이야기인가? 2011년 3월 리히터 규모 9에 육박하는 역사적인 지진이 일본에서 발생했다. 전세계가 충격을 받았다. 이집트를 비롯해 중동지역에서 유혈 혁명이 일어났다. 노르웨이에선 자칭 기독교 근본주의자라는 살인자가 나타나 6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011년에도 어느 해 못지않게 사건 사고들이 이어졌으며 세계 곳곳의 사진기자와 사진가들이 저마다 현장을 지켰는데 그전 해(2010년)의 사진보다 편해졌다는 것은 뉴스사진에도 추세(트렌드)가 있음을 시사한다. 큰 틀에서 보자면 뉴스사진에 예술성이 가미되기 시작한 것도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뉴스사진과 예술사진을 구분하는 것이 자의적인 일임을 생각하면 사실상 사진의 탄생 때부터 아무 구분도 없었을 것이다. 다만 사진의 용처에 따라 나누고 싶었던 모양이다. 

 

 스타이켄이 ‘인간가족’전  이전에 실패한 두 번의 전시에서 얻은 교훈

 

 이야기가 번져나가는 것 같다. ‘2010년 올해의 사진(사진마을 기사 http://photovil.hani.co.kr/74774)에 비해 보기에 편하다는 것은 심사위원들의 관점 변화가 아닐까 싶다. 일찍이 1955년에 에드워드 스타이켄이  MOMA(뉴욕현대미술관)에서 ‘인간가족’ 전을 개최해 사진역사상 가장 큰 전환점을 만든 적이 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런데 스타이켄이 어떤 전시에 실패하고 ‘인간가족’ 전을 기획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다음해인 1951년 2월 스타이켄은 25명의 사진가들이 기록한 한국전쟁의 사진 1백 여장을 MOMA에서 전시했다. 여기엔 데이비드 덩컨, 칼 마이던스, 막스 데스퍼 등 당시 한국전을 기록했던 쟁쟁한 사진가들이 총망라 되어 있었고 사진들은 충격적이었다. 전시의 제목이 ‘한국-사진으로 보는 전쟁의 충격’이었다. 그런데 전시에 대한 반응은 시들했다. 스타이켄은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술회했다. 

 “내가 세 번의 전시들에서 전쟁을 그것의 모든 추악함이 드러나도록 제시하였지만, 정작 나의 임무를 성취하는 데는 실패했다. (중략)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필요한 것은 부정적인 접근이 아닌 긍정적인 언급이라고 나는 결론 내리게 되었다. 얼마나 삶이 놀라운지, 얼마나 사람들이 경탄스러운지, 게다가 세계의 모든 곳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서로 닮아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Edward Steichen, A Life in Photography, 1963)(<김나정 석사논문, ‘인간가족전의 이면’, 2008>에서 재인용)

 즉, 스타이켄이 ‘인간가족’ 전에 앞서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의 사진을 중심으로 세 번의 전시를 MOMA에서 열었는데 특히 한국전쟁을 다룬 사진전에서 지나치게 참혹한 사진을 내세웠다가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나서 긍정적인 내용의 사진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던 것이다. 

 

 현실에 대한 외면이나 도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2011년 올해의 사진’은 지난해에 비해 희망적인 사진이 많다. 희망적이라는 것은 일본대지진이나 중동지역의 혁명 등의 사건을 다룬 사진이 없다는 뜻이 아니고 그런 현장을 다루면서도 “부정적인 언급이 아닌 긍정적인 언급”으로 접근했다는 이야기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올해 1월 28일부터 2월 9일까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2011년 올해의 사진’을 심사한 포토저널리즘과 다큐멘터리 사진분야의 국제적 전문가 19명이 긍정적인 언급을 더 선호했다는 뜻이다. 

 대상을 받은 사진만 해도 지난해의 것과는 다르다. 올해의 대상은 예멘의 소요사태에서 부상당한 아들을 돌보는 어머니의 사진이다. 이 한 장으로 지난해 중동지역을 휩쓸었던 재스민 혁명의 물결을 모두 묘사하거나 설명할 순 없다. 이보다 더 끔찍하고 충격적이며 직설적인 사진이 왜 없었을까? 그런데 이 사진이 대상이다. 간접적이며 긍정적인 접근이다. 외형적으로 봐서 이 사진이 시각적으로 호소하는 방식은 그리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다. 포인트는 두 가지다. 성모 마리아, 혹은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며 여인이 쓴 베일의 작은 구멍이 끌고나가는 이색적인 연상장치가 강력하다. 

 일본 대지진도 마찬가지다. 뉴스스토리 부문에서 1등을 받은 사진을 보라. 쓰나미로 인해 쓰레기더미로 변한 자기 집터에서 어떤 어머니가 딸의 졸업장을 찾아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커다란 현실에 대한 외면일 수도 있으며 회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진가(혹은 사진기자)가 이 사진을 찍은 이유를 알겠고 심사위원들이 이 사진을 고른 이유도 알겠다. 그 외에도 눈 찌푸리지 않고 볼 수 있는 수상작이 꽤 있다. 아닌 사진도 있다는 소리다. 여전히 지구촌에는 독재가 있고 편견이 있고 성적, 인종적, 종교적 차별이 있으며 빈부격차, 지구온난화, 밀렵, 질병 등 불편한 진실이 넘쳐난다. 힘들다 싶을 땐 스포츠와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자연부문의 수상작을 보면 기분전환이 된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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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에서 온 김도원군이 어머니와 함께 보도사진전을 감상하고 있다.

 


 방학을 맞아 부모와 함께 전시장을 찾은 학생들이 눈에 보였다. 거제에서 온 김도원(초 6)군은 “스와트 특공대가 건물 외벽을 줄 타면서 오르내리는 훈련 장면”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도원군과 함께 온 어머니는 “방학 때가 아니더라도 평소에 아이를 데리고 문화 공간을 자주 찾는 편”이라고 했다. 사진을 감상하는 어머니와 아들은 꽤 (문화적 소양이) 있어 보였고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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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토리 속 인물 부문 1위: Yasuyoshi Chiba, Japan, Agence France-Presse

치이코 마쓰가와가 히가시마쓰시마에 있는 부서진 집에서 건진 딸의 졸업장을 들고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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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단사진 1위: Damir Sagolj, Bosnia and Herzegovina, Reuters

김일성의 초상화가 북한 평양의 건물벽을 장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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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단사진 부문 1위: Yuri Kozyrev, Russia, Noor Images for Time

311 반군이 리비아 연안 원유정제산업 도시 라스 라누프에서 공격한다. 2 중순 리비아의 동부 도시 벵가지에서 정부군과 충돌이 있은후, 무아마르 가다피 대령의 통치에 대한 반대 운동이 확대 되었다. 가다피 정서는 동부지역에서 강하게 나타나며 벵가지는 반군의 근거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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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엔터테인먼트 단사진 2위:Vincent Boisot, France, Riva Press for Le Figaro Magazine

세네갈 타카르(Dakar)  아홉 번째 다카르 패션주간 행사중 모델이 중심지 가판 양장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녀는 미국에서 활동중인 세네갈 패션디자이너 욜란데 만시니의 옷을 입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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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사진 스토리부문 2위: Ton Koene, The Netherlands, for de Volkskrant

아프가니스탄 쿤드즈 지역내 독일이 운영중인 경찰훈련소에 입소한 신병. 아프간 경찰에 지원하는 젊은이들은 보통 교육환경이 열악하고 대부분이 문맹인 농촌지역 출신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경찰에 지원하고(1 130유로 월급) 정부에 대한 충성도는 매우 약하다. 가혹한 근무조건과 탈레반에 의한 살해 위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계약기간 종료전에 경찰을 떠난다.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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