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을 받으면 최민식 선생에 대한 배신”

사진마을 2015. 07.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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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사진상 특별상 부문 장려상 수상 거부한 양철수씨

“사진판이 조금이라도 정화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choi03.jpg » 최민식선생

 사진가 최민식의 이름을 내건 ‘최민식사진상’ 제 2회 수상작이 발표되었고 7일 시상식이 열렸다. 최민식사진상은 전업사진가를 대상으로 하는 본상과 아마추어 사진가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상으로 나뉜다. 특별상 수상자 6명 중 한 명인 양철수(64)씨는 상금 1백만 원과 수상의 영예를 거부했다. 누군가에겐 대단치 않은 액수겠지만 또 누군가에겐 큰 돈일 수 있다. 그 사연이 궁금해 페이스북 메시지와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양철수씨는 1999년에 필리핀으로 건너가 빈민촌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이번 최민식사진상에 출품한 포트폴리오 ‘아, 필리핀’도 그곳에서 만난 수술이 시급한 아이들의 아픔과 꿈을 보여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필리핀이란 점이 다르고 비교적 최근이란 점이 다를 뿐 최민식의 사진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최민식에게 바치는 오마주라는 느낌이 매우 강렬하다.
 
 -왜 수상을 거부했는가?
 “사진전에 응모해 본 것이 난생 처음이다. 아마추어부문 대상에 선정이 되면 상금이 오백만 원인데 그 돈으로 심장병을 앓고 있는 메리조이(12) 수술비에 보태고 싶어서 응모했던 것이다. 대상이 아니라 장려상이라 1백만 원을 받게 되었는데 이것도 큰 돈이다. 난 지금 기초생활수급자다. 지난달 22일에 수상소식을 접했고 28일께 내 사진과 다른 수상작들이 실린 사진잡지가 집으로 배달되었길래 정말 흥분된 마음으로 사진을 살폈다. 그런데 무언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었다. 본상도 그렇고 특별상의 일부도 그랬다. 내가 사진평론가도 아니니 일일이 ‘사진이 어떻다’라고 할 일은 아니다. 과거에 최민식 선생을 직접 만난 적도 있다. 최 선생은 특히 ‘몸으로 체험하지 않은 사진은 인정할 수 없다’는 지론을 갖고 계셨다. 자기 체험, 경험, 직접적인 상황을 승화하는 사진이어야 하는데 이번 수상작들은 최민식 선생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주최 쪽인 협성재단에 수상을 거부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평소 최 선생을 흠모했고 몸으로 체험하며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며 15년 동안 틈틈이 찍어온 사진이다. 사진 속 사람들의 고통을 나의 가슴에 묻어 표현한 사진들이었기 때문에 특별상 대상에 선정되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그냥 모른 척 하고 상금 1백만 원이라도 좋은 일에 쓰시는 게 낫지 않았을까?
 “수상 거부 메시지를 보내고 난 다음날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최민식사진상 선정에 대한 비리들이 들려왔다. 나는 사진계를 잘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되었다. 주변의 지인들도 한국 사진판이 원래 그러니 그냥 상금을 받으라고 했으나 이 상을 받는다면 내가 평소 존경해온 최민식 선생에 대한 배신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보잘 것 없지만 나 하나라도 이 상을 거부하는 것이 사진판이 조금이라도 맑아지고 정화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양철수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구멍가게를 해 돈을 좀 벌었다고 했다. 그 돈으로 목사인 부인과 처남과 함께 마을 아이들을 보살피고 교회도 짓고 아이들 수술을 위해 열심히 헌신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신발, 옷, 가방 등을 모아 현지로 보내고 있다.
 ycs01.jpg » 한센병을 앓고 있는 19살 난 여아와 함께한 양철수씨/양철수씨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수술을 기다리는 아이들은 어떤 상태인가?
 “메리조이는 심장에 구멍이 3개 난 상태다. 수술비로 2천만 원이 필요한데 밀알선교센터에서 1천5백만 원을 내기로 했고 내가 5백만 원을 만들기로 했다. 알비나는 2차 수술을 해야 하고 제리코는 한센병 환자인데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8월 6일에 다시 바콜로도섬으로 가는데 우선 100명 분의 한센병약을 들고 간다. 현지에 수천 명의 한센병 환자가 있다고 하는데 아직 현황파악도 제대로 안 되어 있다. 한국정부나 창원시 차원에서 필리핀과 연결이 되면 좋겠는데…….”
 
 양씨는 어릴 때부터 사진을 좋아하긴 했으나 돈이 없어 미루던 중, 1971년 군에 입대해서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면서 수중사진을 했다. 제대 후 1988년부터 잠수업체에서 일했고 수상 인명구조, 시신 인양 등의 일을 줄곧 했다. 1998년에 부산 영도에서 바다에 빠진 택시를 건져내고 부산시장상을 받았는데, 그 무렵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됐다. 인명을 구조하고 시신을 인양하는 일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닌 데다가 가정을 소홀히 하게 되어 불행한 개인사가 닥치기도 했다. 그러다 1999년에 필리핀으로 건너가 남을 위한 삶을 살았다. 2011년에 임파선암이 발병하여 한국에 수술하러 들어왔고 현재는 가족이 모두 한국으로 귀국한 상태에서 형편 닿는대로 필리핀으로 가서 활동한다. 
 
 -이번 최민식상 선정과정을 보면서 한국사진에 대해 환멸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 어떤가?
 “이렇게 말하면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사진가도 아니고 사진가가 될 생각도 없다. 오직 아이들을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사진을 찍을 뿐이다.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모금활동이 더 잘되면 좋다고 생각할 뿐이다. 최민식 선생의 정신처럼 사진을 찍을 뿐이다.”

  곽윤섭 선임기자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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