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 감전된 밀양, 사람이 있어 희망이다

곽윤섭 2014. 0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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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진향 사진전 ‘그곳에 사람이 산다’

슬픔조차 나눠 ‘오래된 미래’ 지켜내는 힘으로 부활

‘별 일 없어 안녕할 것 같은‘ 일상이 되레 현실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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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엄마로,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살아온 빈진향 작가가 2013년 여름부터 12월까지 밀양과 서울의 현장을 오가며 기록한 사진전 ‘그곳에 사람이 산다’가 1월 29일까지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 ‘하자 허브 갤러리’에서 열린다. 1월 29일까지 열린다. 하자허브는 서울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 1번출구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하자센터의 신관 2층에 갤러리가 있다.  (일,월요일 휴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의는 070-4269-9970 (하자허브) 전시장엔 A4 크기에서 10X15(인치) 크기의 사진 50장이 걸려있다.

 빈진향씨는 대학시절 약대를 다녔는데 입학한 뒤 학교 공부보다는 사진집단 ‘선언’이라는 동아리활동을 더 열심히 했다. 94년 가을에 서울 봉천5동 재개발현장에서 삶의 터전을 뺏기고 주변부로 밀려나는 사람들을 찍었고 96년엔 이주노동자를 따라 네팔로 가서 이주노동자의 귀향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한다. 9일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대학동아리활동을 아주 세게 했다. 이유라도?
 “실제 전공보다 더 열심히 했다. 범생이로 자라났고 성적에 맞춰 대학에 입학했는데 사회적 고민이 많았던 시절이라서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생각했다. 그 무렵 한참 사진이냐 운동이냐 토론도 했었다. 사진이 재미있었다. 봉천동도 그렇고 마석도 그랬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힘들면서도 좋았다. 사진 찍는게 쉬웠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어려웠다.
 
 -본인은 지금 애 둘의 엄마이자 직업도 있는데 사진도 열심히 한다. 본인의 정체성은 뭘까?
 “그렇지 않아도 2013년 밀양에 다니면서 나는 뭘 하는 사람인가 생각해봤다. 지금 나는 사진가인가? 라는 한가지 정의는 무의미한 것 같다. 밀양의 상황이 급박하니 내려갔는데 현실적으로 이제 애가 여섯 살, 여덟 살이다. 그래서 자주 내려갈 수가 없었다. 엄마와 사진가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개인이 조화롭게 꾸려나가야한다. 어쨌든 밀양을 통해 그동안 뜸했던 사진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사진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사진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보는가?
 “세상을 바꾼다……. 글쎄 요즘 들어서 확실한 생각은 연대만이 희망이란 점이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실천을 통해 연대의 폭을 넓혀나가야 한다. 하루아침에 세상을 바꿀 순 없다. 나 스스로, 또 모두 다함께 대안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아이들이 살 세상을 위해 숨통을 터 주는 매개체로 사진을 선택한 것이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그래서 집에서도 아이들의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다 사진은 남들과 나눌 수 있는 작업이다.
 
 -(현장의 사람들, 그리고 현장 자체에 대해) 어떻게 다가서는가?
 “사진을 보는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받아야한다. 너무 시각적 면에 빠져선 안 된다고 경계한다. 어떻게 보면 내가 찍은 사진들이 객관성이 부족해보일 수도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나는 밀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에 대해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지지한다. 사람들은 다면적이다. 100% 선한 사람은 없는 것이다. 밀양의 마을에서 공동체적인 모습, 나눔의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 이것저것 다양하게 접근했다. 그래서 오래된 마을의 벽, 마을 모습 등도 담으려고 했고 이번 전시 사진에 다수 포함되어있다.
 
 -전시비용은 어떻게 마련했나? 전업사진가도 아니다.
 “하자센터에서 일부 지원했고 지난해 밀양 관련해 오마이뉴스에 글과 사진을 기고해 받은 원고료를 보태어 전시비용을 조달했다. 앞서 말했듯 아이들이 있어 그리 자주 가진 못했다.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과 함께 밀양도 가고 싶다. 서울 대한문 앞 집회때는 자주 데리고 갔다. 
 
 -보도자료에 <작가의 말>이 첨부되어있는데 읽었다. 그런데 꽤 긴 편이다.
 “사진이 부족하다 보니 그리 된 것 같다. 밀양의 이야길 전달해주곤 싶은데 사진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마음이 급하다 보니 글의 양이 늘어난 모양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은?
 “이 한 장이 대표적이다라고 말 할 수가 없다. 역시 사진의 완성도가 부족해서 그렇다. 밀양의 현장, 현실, 그 느낌을 한 장으로 보여줄 만한 컷이 없다. 사진만 가지고 이야길 끌어내고 싶었으나 부족하다. 전시 포스터로 쓰인 세로사진을 놓고 사람들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말을 하더라. 하지만 나는 그것도 불만스럽다. 사진 속 할머니가 구부정하게 걸어가는데 실제 밀양의 분위기는 훨씬 활기차다. 이 한 장이 모든 것을 말해줄 순 없다.”
 
 빈씨의 사진은 특이한 점이 있다. 우선 밀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송전탑 반대 집회와 그 집회에 참가한 주민들의 표정이 포함된 것이야 기본이다. 대학 때 선배들이 “사람사진이 다 웃고 있다”라는 핀잔을 받았다고 빈씨가 말했는데 지금은 그게 자랑인 것 같다. 사진가에게 친화력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고 밀양에서 만난 땡땡이무늬, 꽃무늬, 체크무늬 옷을 입은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은 빈씨의 카메라 앞에서 그지없이 편하다. 

 물론 ‘765Kv OUT‘라는 문구가 새겨진 조끼와 체크무늬 모자, 추위에 맞선 목도리를 맞춰 입은 주민들의 모습은 굳어있지만 그 사진의 주인공들이 다른 컷에선 그냥 밀양의 얼굴로 다시 등장하므로 어색하지 않다. 군데군데 고통스러운 모습도 있다. 그 사이 사이에 또 밀양의 민낯이 있다. 시커먼 호박이 주렁주렁 달린 집의 대문, 마루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 특히 밑반찬 네 가지로 구성된 4인분의 소반 같은 사진들이 빈씨의 특기다. 

 이런 “별일 없이 안녕한 것 같은” 사진들이 밀양의 급박한 상황을 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간혹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로서는 이 평온하고 차분한 시각이 2013년 대한민국 밀양의 현상황을 웅변하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전공하지 않은 사진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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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진향씨는 대학 동아리 사진집단 ’선언‘에서 사진을 찍었다. 노동자, 농민, 빈민 집회 현장의 모습을 담았고 봉천동 재개발 지역에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더 주변부로 밀려나는 과정을, 경기도 마석, 부평 등지에서 고된 노동을 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기록했다. 이주 노동자를 따라 네팔을 가서 이주노동자의 ’귀향‘과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가족을 취재하여 전시회를 하기도 했다.
 결혼 후 남편과 세계일주를 하고 여행중 찍은 사진을 홍대 앞 프리마켓에서 팔았다. 여행 사진을 모아 사진집 ’좌린과 비니의 사진가게‘(랜덤하우스 중앙, 2004)를 냈다.
 2011년, 2012년에는 서울대 미술관 ’어린이 미술학교‘에서 사진 수업을 했고 마을의 카페에서 사진 수업을 하며 사람들과 사진으로 만나고 있다.
 2013년 탈핵 운동의 일환인 ‘미래 세대의 관점에서 세상을 아끼는 사람들의 연대’에서 ‘백만 어머니 사진 운동’을 함께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밀양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밀양 사람들이 지키고 지속하고 싶은 가치와 생활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가까이에서 긴 호흡으로 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국가의 폭력으로 개인과 공동체가 갈라지는 과정을 앞으로도 틈틈이 기록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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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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