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진잡지 <보스토크> 창간

사진마을 2016. 12.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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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토크 편집장 박지수 인터뷰

 

특집이 3분의 2 이상

카메라 장비 안다루고

생산자 아닌 독자 중심

 

 

한국사회에선 전례를 찾아볼 수 없던 혁신적인 격월간 사진잡지가 11월 25일 창간됐다. <보스토크>. 1961년 구 소련이 우주로 쏘아 올린 인류 최초의 유인 우주선 이름을 딴 이 잡지엔 유료광고가 하나밖에 없다. 광고를 거부하지 않겠지만, 광고에 목을 걸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기존의 사진잡지라면 으레 따라오는 카메라나 악세사리에 관한 정보도 없다. 흔한 잡지 형식인 연재물도 없다. 대신 전체 글 대부분은 깊이있는 특집으로 구성했다. 14꼭지 중에서 무려 10꼭지가 특집이다. 생산자인 사진가를 중심으로 하는 콘텐츠를 없애고, 독자들이 원하는 정보로 채운 특별한 사진잡지를 지향한 것이다. 막 창간호를 펴낸 편집장 박지수(36)씨를 5일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사진을 중심으로 현대미술과 디자인, 출판 등의 경계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지식과 감각을 다룬다.” 이 잡지는 창간에 즈음하여 이렇게 선언했다. 그리고 전혀 다른 잡지를 만들기 위해 박씨를 비롯해 김신식, 김인정, 김현호, 서정임 등 5명이 편집동인으로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또 커뮤니티 기반의 온라인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을 통해 후원금을 모았다. 최소한의 인력을 투입하고 비용을 아끼면 500명의 독자로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펀딩의 목표는 창간호를 내는데 필요한 700만 원이었는데, 뜻밖에 모금을 종료한 11월24일까지 3200만원이 모였다. 박 편집장은 “이 정도면 두세 번은 더 낼 수 있을 것 같다. 판매수익이 생기면 더 갈 수도 있겠다. 당분간 펀딩은 없다. 1년에 한두 번 정도 생각한다. 보스토크는 정기구독을 하더라도 사은품은 없고 할인 혜택도 없다. 사실상 정기구독보다 매호 특집 주제를 잡고 그 주제를 판매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편집장 박씨는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가 사진동아리 활동을 했고 뜻한 바 있어 28살의 나이에 수능시험을 새로 보고 사진과에 입학했다. 4학년 2학기에 <월간사진>에 입사해 사진잡지를 만드는 일을 처음 시작했다. 또 다른 사진잡지 <본> 편집장 2년을 거쳐 지난해 11월 <포토닷> 편집장을 맡았고 개편을 주문받았기에 다양한 실험을 했다. 그게 지나쳤던 것일까? 7월까지 일곱 권의 잡지를 만들고 그만 두게 되었다. 7개월만에 경질당했다고 생각한 그는 “사진이 아닌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도 했다. 그때 한국 북 디자이너 1세대인 정병규 선생이 박씨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괜찮다. 해봐라. (잡지 하다가 망한다고) 죽지 않는다.” 정병규 선생은 기pjs01.jpg » 박지수 편집장꺼이 <보스토크>의 편집인을 맡았다. “정병규 선생은 멘pjs001.jpg토 역할도 하지만 잡지 디자인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조언도 하셨다. 예를 들자면 ‘사진잡지이니 사진을 죽이는 디자인을 하지 마라. 본문 속에 사진을 넣지 말고 사진과 글을 분리하라’ 등이다.”

<보스토크>의 특징에 대해 박씨는 “생산자 중심의 잡지가 아닌 독자 중심의 잡지란 점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는 온라인에 없는 것만 잡지에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대와 30대는 시각이미지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작품과 상품의 중간형태인 ‘굿즈’를 찾고 독립서점과 신생공간을 찾아다닌다. 이들에게 기존의 잡지 체계는 맞지 않다. 카메라 장비 소개나 전시회 소개 같은 정보의 나열은 않을 것이다. 그런 것은 온라인에서 검색하면 다 나온다”고 덧붙였다. 또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기존 잡지들이 선호하던 연재물을 배제하려고 한다는 원칙도 밝혔다. “길지 않은 경험상 연재는 한두 번이 넘어가면 금방 힘이 빠지는 것을 봐왔다”는 이유다.

 

창간호의 특집 주제는 ‘페미니즘-반격하는 여성들’이다. 박씨는 “전통적으로 사진은 남성의 매체이며 여성들은 사진의 피사체나 모델이라는 통념이 있는데 이번 특집은 그런 통념에 도전하는 여성사진가들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특집 ‘페미니즘-반격하는 여성들’은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포토에세이 ‘키스, 눈을 감고 혹은 눈을 뜨고’로 시작해 모두 10꼭지에 달한다. 전체 잡지 분량의 3분의 2가 넘는 분량이다.

특집 중 미술평론가 오경미가 쓴 ‘한국적 정신성이라는 낡은 용광로’는 사진작가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이 한국적 정신을 담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분석하는 비평이다. 젠더학 연구자 어경희가 쓴 ‘셀피 페미니즘: 소녀취향, 그 핑크빛 코쿤에 관하여’는 설리 사진, 로타 사진으로 대표되는 ‘로리타 논쟁’을 살펴보며 작품 속 여성에 대한 남성적 시각에 대해서 고찰하고 있다.

 

박지수 편집장은 “보스토크는 앞으로도 여성사진가와 여성 필자를 비중있게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매번 풀스윙을 할 것이다. 행여 번트를 댄다는 판단이 들면 독자들께서 우리로 하여금 매너리즘에 들지 않게 맹렬히 비판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보스토크> 창간호는 2천 권을 찍었는데, 현재 1천 권이 소화되었다고 한다.

 

글·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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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사진잡지 <보스토크>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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