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다르게 표현하는 것

사진마을 2016. 0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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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다르게 찍기 이벤트 발표

다르게 찍는 몇가지 방법 제시

6월 테마는 '문-다르게 찍기

 

event01.jpg » 투표 1위 김성훈 event02.jpg » 투표 2위 김만평 event03.jpg » 투표 3위 이동준 event04.jpg » 촌장 선정 1위 이다경 event05.jpg » 촌장 선정 2위 김남기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단순히 셔터를 누르는 행위에 만족하지 않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올리는 사진 숫자가 하루에 3억 장에 이른다. 이들이 모두 작품활동을 한다고 볼 순 없다.
 
 사진 월간지 ‘포토닷’ 5월호에 소개된 국내 사진전시 일정을 세어보니 40개가 넘었다. 단체전도 있으니 대략 100명이 넘는 사진가들이 작품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을 찍는다”라는 표현은 “다르게 찍을 수 있다”는 표현으로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든지 사진을 찍는다면 남과 다르게, 어제의 나와 ‘다르게’ 찍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진을 찍을 자격이 없다. 남이 찍었던 것을, 어제 내가 찍었던 것을 왜 오늘 내가 다시 찍는단 말인가? 자존심의 문제다. 이렇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세상에서 아무도 사진을 찍을 수 없을 것 같다. 한 걸음 양보해 작가도 아니고 작품을 발표할 것도 아니라면 어제 찍은 사진을 오늘 또 찍어도 문제될게 없다. 그런데 그걸 발표한다면? 찍는 것은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남들이 볼 수 있게, 혹은 남들이 보라고 사진을 올리는 것은 어떤 의미든 발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감히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다. 지금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또는 열릴 예정인 사진전시중에 새로운 사진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될까?
 
  5월 2일에 웹진 사진마을을 통해 ‘나무-다르게 찍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어떤 종류든 나무를 찍으면 되는데 실제와 다르게 표현하자고 요청했다. 모두 41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마을 투표 결과 1위는 김성훈씨, 2위는 김만평씨, 3위는 이동준씨가 차지했다. 이와 별도로 사진마을 촌장 곽윤섭 기자가 두 장을 선정했다. 1위 이다경씨 작품, 2위 김남기씨 작품이다.
 
  ‘다르게 찍기’는 ‘다르게 표현하기’다. 대상을 재해석하는 것이다. 1839년 사진술이 발명·공표된 직후엔 복사기처럼 대상을 있는 그대로 옮겨오는 것 자체가 경천동지할 일이었고, 그 나름의 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사진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려는 차원에선 그대로 옮기는 것만으로는 미흡하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 이 두 가지 사건 사이엔 시간적 간격이 거의 없었다. 탄생 직후부터 사진은 “보는 그대로”를 넘어서고 싶어했다.
 
  다르게 찍는 방법을 말하기에 앞서 강조할 것이 있다. ‘다르게 찍기’와 ‘다르게 만들기’는 완전히 서로 다른 이야기다. ‘만드는 사진’이 있다. 합성하거나 조작하거나 덧붙이거나 하는 방법으로 사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것은 사진이 아니다. 사진은 찍는 것이지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르게 표현하기 위해서 사진이 아닌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논외로 친다. 이번 주제였던 ‘나무-다르게 표현하기’를 위해 사진을 찍지 않고 만드는 것은 현대 미술이지 사진이 아니다. 나무를 다르게 그리는 것은 나무를 다르게 찍는 것보다 훨씬 쉽다. 나는 그래서 사진을 더 존중한다.
 
  다르게 찍는 방법의 핵심 첫 번째는 다르게 보이게 하는 것이다. 나무가 나무처럼 보이면 안 된다. 다르게 찍는 방법의 마지막은 “나무가 있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한다고 나무가 아닌 것을 찍어선 안 된다.
 
  가장 흔히 (흔하다고 해서 가치가 떨어지진 않는다) 쓰는 방법은 제유적인 접근이다. 전체에서 부분만 따내서 전체를 표현하는 것이다. 나무의 일부분만 보여주면서 나무를 표현하는데 그 일부를 어디서 따오는지에 따라 나무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많은 참가자들이 이 방법을 썼다. 촌장이 선정한 2위 김남기씨의 작품은 나무의 옹이를 찍어 얼굴처럼 보이게 했고, 김민수씨는 나무의 수피를 찍어 지도의 등고선처럼 표현했다. 가지의 일부를 찍어 사슴의 뿔처럼, 밑둥을 찍어 의자처럼 표현하기도 했고 돌과 엉킨 뿌리를 흑백으로 처리해 나무뿌리를 돌처럼 보여주기도 했다. 투표에서 1위를 한 김성훈씨와 2위를 한 김만평씨 뿐만 아니라 절반 이상의 참가자들이 나무의 특정 부분만 찍었다. 전체를 다 찍는 것은 너무 흔해서 시시할 뿐만 아니라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땅 속의 뿌리는 눈에 보이지 않고, 큰 나무는 하나의 프레임에 통째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눈여겨볼 것은 많은 참가자들이 제유법 한 가지만 사용한 게 아니란 점이다. 제유법과 다른 방법을 같이 사용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제유법은 “전체에서 부분을 따오는” 사진의 속성과도 같다.
 
  반영 혹은 투영의 방법도 있다. 물에 비친 나무는 물결의 흐름이나 투명도에 따라 나무처럼 보이지 않게 된다. 투표에서 3위를 한 이동준씨가 비닐우산을 통해서 본 나무를 찍어 큰 호응을 끌어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반사체 혹은 투사체의 재질에 따라 재미있는 재해석이 가능하다. 반영을 통해 실루엣 처리도 가능하고 색깔이나 좌우를 바꿀 수도 있다.
 
  비교를 통한 재해석, 혹은 의미 확장도 유력한 방법이다. 이는 몇가지로 나눈다. 은유적 방법의 예를 먼저 들겠다. 나무와 빈 의자를 같이 찍었다고 하면 휴식을 뜻하는 빈 의자의 상징성에 의존해 ‘나무=휴식’이라는 의미를 강조할 수 있다. 만약 ‘나무=휴식’이 아니라 ‘나무=세월’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고 싶다면 빈 의자 대신에 다른 것을 곁들여 찍을 수도 있겠다. (어떤 식이든 나무 자체만 덜렁 찍어놓고 자의적으로 휴식이니 세월이니 여름이니 인생 같은 것을 떠올리도록 강요하는 것은 불친절할 뿐만 아니라 폭압적이다.) 촌장이 1위로 선정한 이다경씨는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흑백으로 표현했다. 본인은 “그루터기에 기대어 생각의 뿌리를 내리네”라고 짧은 작가노트를 썼다. 나무는 잘려나갔지만 사람이 나무를 대신하고 있다고 봐도 좋겠다. 어떤 해석이든 우선 나무와 사람이 같이 찍혀있다는데서 출발한다. 오래된 아파트와 나무, 떨어진 꽃잎과 나무, 바위 틈에서 싹을 틔운 나무, 나무 벽화와 나무, 우산과 나무는 각각 다른 해석을 불러올 수 있다.
 
   확장하여 예를 들자면 나무에 묶어놓은 전깃줄, 나무에 달려있는 개를 찾는 전단, 나무에 새겨놓은 ‘철수 ♡ 영희’라는 문자 등도 비교에 의한 나무의 재해석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럴 때 나무가 아니라 나무와 곁들여진 그 무엇이 더 강조가 되거나 주요소가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진가가 사진을 찍는 목적이 나무의 재해석이라는 것이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 목적이 달라서 나무를 이용한 다른 테마라면 그럴 수도 있다. 
 
  나무를 다르게 표현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나무와 비슷하게 생긴 ‘닮은꼴 배우’를 등장시켜 나무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둘이 서로 비슷할수록 혼동을 불러오게 된다. 누가 진짜 엘비스 프레슬리인지 헷갈리게 하여 진짜 엘비스 프레슬리를 더 강조한다. 숫자가 많다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전우치가 분신술로 수없이 많은 전우치를 만들어내 진짜 전우치를 못 알아보게 한다면 성공적이다. 이로써 다르게 표현하기가 활력을 얻는다.
 
  ‘숨바꼭질’의 방법도 좋다. 예를 들어 ‘나무-다르게 표현하기’라면 주요소인 나무를 숨겨 독자가 찾아보게 하는 것이다. 특정하지 않은 여러 요소들을 많이 등장시키고 나무는 그 중의 일부로만 존재하게 한다. 비교가 될만한 강력한 대항마가 아니라 수많은 보조출연자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비교와는 다른 방법이다. 여기서도 주의할 것은 자칫 나무가 주피사체로 보이지 않게 될 가능성의 문제다. 나무가 작게 찍히더라도 주목받게 하는 몇가지 요령이 있다. 가운데 배치한다거나 밝은 곳에 둔다거나 보조출연자들과 색을 다르게 한다거나 개성이 없는 보조출연자들을 등장시켜서 해결할 수 있다. 숨바꼭질의 방법에서 또 하나 주의해야 할 것은 너무 깊숙이 숨겨두어서 끝내 찾을 수 없는 경우다. 숨바꼭질의 묘미는 꼭꼭 숨어서 술래가 찾기 힘들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숨바꼭질의 규칙은 숨는 사람들이 경기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 숨는 사람들이 술래를 남겨두고 집으로 가서 밥을 먹고 있다면 술래는 숨은 사람들을 찾아낼 수 없다. 숨겨두되 사진 안에 있어야 한다. 숨바꼭질은 가장 어려운 방법으로 생각된다.
 
  이런 방법 중에서 하나를 쓰든, 모두를 쓰든 상관 없이 그 결과물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아름다워야 한다. 그러니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지금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시 중에서 과연 새로운 작업이 몇이나 있을까? 5월 22일까지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는 리자 링크레이터의 ‘쿠바의 컬러’는 쿠바에 가면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사진으로 보인다. 특별한 사진이 별로 없다. 6월 10일부터 28일까지 인천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열리는 김수수사진전 ‘숨바꼭질’은 다르게 보긴 했는데 너무 깊이 숨어서 아무것도 찾을 수 없는 상태다. 뭘 찍었는지 찾을 수 없다. 5월 24일부터 6월 7일까지 인천 한중문화관에서 열리는 최용백 사진전 ‘대청도, 모래사막’은 사막을 다르게 보려고 애썼고 외형적으로 아름다운 사진들이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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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다르게 보기’의 테마는 ‘문’이다. 대문, 현관문, 숭례문 등 어떤 형태의 문이든 상관없다. 기존에 찍은 사진도, 새로 찍어도 되는데 반드시 본인의 사진이어야 한다. 6월 12일까지 웹진 사진마을 참여마당에 ‘문-다르게 보기’라는 제목으로 사진을 올리면 된다. 1인당 2장까지. 독자의 투표와 촌장의 심사를 통해 모두 5장을 선정하고 6월치 웹진 사진마을과 지면을 통해 촌장의 촌평을 곁들여서 발표할 예정이다. 도서출판 ‘휴’에서 제공하는 신간 <괜찮아, 인생의 비를 일찍 맞았을 뿐이야>를 보내드린다. 이 책은 김인숙수녀님의 글과 남민영수녀님의 시로 구성되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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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다르게 표현하는 것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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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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