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9개의 눈에 비친 낯익은 풍경

곽윤섭 2015. 0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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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넘 포토스’의 사진전 ‘매그넘 사진의 비밀전-브릴리언트 코리아’

매그넘 작가 9명 2년 동안 한국 누벼

전통, 분단, 한류, 영웅 등 테마 2개씩


magnum05.jpg » David Alan Harvey_부산 대평동 조선소 2013

 

  세계 최고의 사진가 집단 중의 하나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매그넘 포토스’의 사진전 ‘매그넘 사진의 비밀전-브릴리언트 코리아(Brilliant Korea)’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리고 있다. 10월 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은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1번 출구로 나와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보인다. 이순신장군이나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광화문에서 접근하면 한참 둘러가는 것이니 착오가 없길 바란다. 이렇게 해도 꼭 광화문광장에서 왔다면서 길을 찾기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걷는 게 몸에 좋으니 그럴 수도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 2년간, 9명의 매그넘 사진가들이 한국에 와서 찍은 사진들로 구성되어있다. 총 4개의 구획으로 나눠져 있는데 필라소피, 코리아, 시크릿, 라이브 브릴리언트의 순서다. 9명의 작가는 알렉스 웹, 비케 디푸터, 브루노 바르베, 크리스 스틸-퍼킨스, 데이비드 알란 하비, 엘라이 리드, 게오르기 핀카소프, 패트릭 자크만, 코마스 드보르작(영문 알파벳 순서). 비케 디푸터(1986년생, 벨기에), 패트릭 자크만(1955, 프랑스), 토마스 드보르작(1972, 독일)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2008년 한국을 흔들었던 ‘매그넘 코리아’ 사진전에 참가했던 작가들이다.
 
  지하 2층부터 동선이 시작된다. 세종문화회관 뒤편 매표소를 지나 계단으로 지하 2층까지 내려가야 한다. 화살표가 있으니 그것만 따라가면 놓칠 일이 없다. 지하 2층에서 지하 1층으로 올라가서 전시가 이어진다. 역시 따라가면 되니 이것 때문에 불편하진 않다. 지하 2층으로 바로 가는 큼직한 엘리베이터도 있다. 
 
  어두운 복도로 들어서면서 전시가 시작되는데 거기가 필라소피(철학)다. 이 구획엔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예전 작품이 슬라이드쇼로 상영되니 보고 가면 예습이 된다. 9명 작가의 사진철학을 보고 들으면서 워밍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매그넘” 사진가라고 하지만 아직 생소할 수도 있으니 가볍게 교육을 하는 셈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두 번째 구획이다. 1000년, 경계(Boundary), 열정(Passion), 영웅(Hero)편이 차례대로 펼쳐진다. ‘1000년’이면 바로 감이 오겠지만 한국의 전통을 보여주려는 시도다. 경주, 안동,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여러 가지를 찍었다. 물론 한복이 나오고 기와집이 나오면서 도식적이란 느낌도 들지만 그걸 피하면서 1000년 전통을 말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그 부근에서 데이비드 알란 하비의 사진 2장이 테이블에 놓여있는데 하나는 ‘인천 2013년’이며 다른 하나는 ‘부산 대평동 2013년’이다. 꼭 놓치지 말고 그 2장을 찾아봐야 한다. 매그넘 사진가는 외국 사람들이고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한 이도 있지만 어떻게든 외국인이 본 한국사람, 다시 말해 사진에 찍힌 한국사람들은 카메라를 든 데이비드 알란 하비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만나본 데이비드는 유쾌한 사람이며 그의 카메라 앞에 있는 한국인들을 매양 불편하게 했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묘하게 어색한 저 한국사람들의 표정이 재미있다. 불쾌해하는 표정은 아니고 약간 (카메라를) 의식한 표정이다. 이것이 매그넘사진가의 한계이며 동시에 이번 전시의 관전포인트 주 하나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방인의 한계다. 매그넘 뿐만 아니라 한국 사진가라고 하더라도 낯선 한국의 시골에 가면 동네 주민의 표정이 그리 편치는 않다. 하지만 한국 사람이니 완전히 경계하진 않는다.
 
  2008년 매그넘코리아 전시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을 때 한국의 사진계에선 볼멘소리가 나왔던 것을 기억한다. 몇 가지가 있었는데 그 중엔 “한국을 굉장히 낯설게 바라봤다”란 게 있었다. 당연하다. 찍히는 사람이나 찍는 사람이 서로 낯이 선 관계이니 낯선 시선이 나오는 거다. “한국 사람이 한국을 가장 잘 아는데 한국사진가들 쓰지 않고 비싼 돈 주고 외국 작가를 데리고 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 지적 안에 이유가 들어있다. 한국인이 모르는 한국이 있고 그게 필요하니 외국 사진가들이 온 것이다. 임재천의 ‘한국의 재발견’과 ‘매그넘이 본 한국’은 같은 접근이 아니니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 어쨌든 의기투합하여 데이비드와 막걸리를 같이 마신 조선소 노동자들의 얼굴에서 보이는 “데이비드 알란 하비는 이방인”이라는 저 표정이 그냥 묘하다.
 
  ‘경계’ 편에선 전쟁기념관, 비무장지대, 현충원 등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분단은 사진가들에겐 각별한 테마이니 찍고 싶었을 것이다. ‘열정’ 편도 좋았다. 아니나 다를까 한류는 당연히 들어 있지만 노량진 학원가는 뜻밖의 아이디어였다. ‘영웅’ 편에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크게 찍힌 두 켤레의 구두가 생경했다. 설명을 보면 아는 사람은 안다. 그게 누구의 구두이며 그러므로 구두는 그냥 구두가 아님을. 알고 나니 더 이상 생경하지 않았다. 

magnum01.jpg » Dabid Alan Harvay_부산 대평동 바다이야기.2013

magnum02.JPG » Alex Webb 나주 한우농가 - 2013

magnum03.jpg » Bieke Depoorter_ 서울 인왕산 선바위 2014

magnum04.jpg » Bieke Depoorter_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2014  

magnum06.JPG » Eli Reed_서울 송파 올림픽공원 K아트홀 2014

magnum07.jpg » Patrick Zachmann_안동 하회 양진당 2013

magnum08.jpg » Thomas Dworzak_국립 현충원 위패 봉안관 2013

magnum09.jpg » Thomas Dworzak_연천 DMZ 2013  

 

 
 화살표를 따라가면 지하 1층으로 올라가게 된다. 좁고 긴 통로를 따라 시크릿(비밀)편을 지나가게 되는데 “안을 들여다 보라(Look Inside)”라고 크게 적혀있으니 시키는 데로 했다. 사진의 여러 속성 중의 하나가 피핑 탐(Peeping Tom), 즉 훔쳐보기의 본능이다. 이중적으로 이 속성을 전달하려는 장치여서 뻔하지만 재미있었다. 틈 속에 또 틈이 있다는 뜻인데 현장에서 직접 봐야 제 맛이 난다.
 
  마지막 구획 ‘라이브 브릴리언트’는 앞서 이름을 거론했던 9명이 아닌 매그넘 사진가 4명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사진으로 표현했다. 피터 말로우는 런던, 스티브 매커리는 뉴욕, 아리 그뤼에르는 파리, 요나스 벤딕스는 서울에서 각각 어린시절, 청춘, 로맨스, 미래를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구획은 한국에만 국한된 작업이 아니어서 다소 의아했지만 사진으로 ‘스토리텔링’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배우고 싶은 사진가가 있다면 대단히 도움이 될 거라는 점은 확실하다.
 
  전시장을 모두 둘러보고 전체적인 느낌을 정리해봤다. 역시 본질적인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것은 그 어떤 사진가도 제대로 정답을 제시할 수 없는 문제점이다. 로버트 프랭크가 2년동안 미국을 둘러봤다고 하더라도 미국을 다 본 것은 아니다. 임재천이 1년 동안 제주도를 찍었다고 하더라도 제주도를 샅샅이 다 봤다고 할 순 없다. 특히 거리에서 찍는 사진가들이라면 전체에서 일부만 떼서 볼 수밖에 없다. 그걸 다른 말로 옮긴 것이 ‘테마’다. 이번 전시의 주최 쪽에 물어보니 9명의 매그넘 사진가들은 각각 2개씩의 테마를 잡았다. 예를 들어 알렉스 웹은 ‘한국의 5일장’을 맡아서 나주, 모란, 정선에 선 장터를 기록했다. 알렉스의 다른 테마 하나는 ‘골목을 걷는 히치하이커’로 북촌, 대구의 골목 등을 찍었다.
 
  눈에 보이는 테마와 보이지 않는 테마가 있다. 크리스 스틸 퍼킨스에게 주어진 ‘순천만 사람들’은 실체가 있다. 일라이 리드가 잡은 ‘위대한 삶의 열정’은 구체적이지 않다. 어느 쪽이 더 가치가 있다거나 쉽다거나 하는 문제는 아니다. 일라이 리드는 2008년 ‘매그넘 코리아’ 전시 때도 한국의 영화 촬영현장, 한류, 아이돌 등을 찍었으니 그걸 아는 사람들은 이번에 일라이 리드가 ‘위대한 삶의 열정’을 위해 뭘 찍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패트릭 자크만이 ‘천년 왕조의 도시’가 아니라 ‘위대한 삶의 열정’을 담당했다면 어떤 방식으로 소화해냈을지 생각해보라. 이런 것이 사진공부다.
 
    이런 전시의 두 번째 느낌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인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애초에 9명이 테마를 나눠 가졌기 때문에 그대로 전시를 했다면 시원했을 텐데 실제 전시장에선 구획마다 섞여있다. 무슨 말이냐면 본 구획인 두 번째 구획 ‘코리아’를 구성하는 4편 ‘1000년’, ‘경계’, ‘열정’, ‘영웅’ 안에 9명의 사진이 두루 섞여 있어서 각각의 사진가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특성이란 사진가 고유의 스타일, 관점, 접근방식, 표현방식, 시선, 철학 등을 모두 포함한다. 간단히 말해 게오르그 핀카소프와 데이비드 알란 하비는 다른 방식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둘은 완전히 다른 사진가다. 작가별로 구획을 정했다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비케 디푸터의 팬들은 토마스 드보르작의 팬과 다르다. 그런데 섞어버렸다. 9명이 잡은 18개의 테마를 ‘헤쳐 모여’시켜 4편으로 새로 구성했으니 어지러웠고 개별 사진가의 개성이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나는 두세 번씩 “왔다 갔다”를 반복하면서 브루노 바르베의 사진을 찾아다녀야 했다. 게오르그 핀카소프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확인하기 위해서 지하 1층과 2층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했다. 사진가들, 그것도 있는 그대로를 찍는 사진가들은 개성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매그넘 사진가들이 세계에서 손꼽는 실력자들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지명자를 포함한 70여 명의 회원들이 저마다 개성 있는 사진세계를 구축해냈기 때문이다. 그런 고수들의 사진을 모아서 비빔밥을 만든 것이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왜 이렇게 했는지 이해하기 때문에 탓할 수만은 없다. 9명의 테마를 작가별로 배치하기엔 전시공간이 적합하지 않았다.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의 규모로는 9명이 두 개가 아니라 한 개씩의 테마만 했다 하더라도 9개의 구획으로 나눌 수 없다. 억지로 나눴다 하더라도 하나의 구획 당 10장씩을 걸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글쎄 이게 자발적 선택인지 부득이한 결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은 현재 전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대단히 드문 기회다. 안셀 아담스는 한 명이지만 이곳 예술동에서 열리는 ‘매그넘 사진의 비밀전-브릴리언트 코리아(Brilliant Korea)’에는 9명에다 4명이 더해져서 모두 13인의 매그넘 사진가들 사진을 볼 수 있다. 사진마다 사진가 이름이 붙어 있으니 조금 불편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각 사진가의 특성에 대해 연구하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서점에서 ‘멋진 구도…….’ 같은 책을 사서 보는 것보다 100배 더 공부가 된다. 자신이 있다면 9명의 매그넘 사진가들에게 원래 주어진 테마가 뭔지 유추해보라. 18개 중에 5개는 기사에서 언급했다. 나머지 13개 중에 5개만 맞춘다면 사진가로서, 혹은 전시기획자로서 자질이 충분하다. 최소한 사진 보는 수준이 남들보다 탁월하다고 인정한다. 어디 가서 자랑해도 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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