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산다는 것은

사진마을 2018. 0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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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w01.jpg » 송주원


 사진가 송주원의 세 번째 개인전 ‘타원 온 더 타워’(Town on the Tower)가 서울 종로구 내수동 갤러리 정(광화문점)에서 열린다. 10월 1일부터 10월 10일까지.
  이 사진전시 제목에 등장하는 타워란 남산타워란 이름이 더 귀에 익숙한 N서울타워를 가리킨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은 어딜까? 북한산 백운대가 해발 837미터로 가장 높다. 산을 빼고 인간이 만든 구조물 중에서 가장 높은 곳의 명성은 N서울타워가 차지하고 있었다. 479미터. 이제 500미터를 훌쩍 뛰어 넘은 롯데월드타워가 생겨 N서울타워는 더 이상 가장 높은 곳은 아니지만 남산 위에 있다는 상징성 덕분에 여전히 서울의 랜드마크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이다. 어느덧 서울살이가 36년째가 되었다. 볼일을 보러 지역에 갔다가 고속버스든 승용차든 혹은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저 멀리 N서울타워가 보이기 시작하면 “아 서울로 돌아가는구나”라고 느낀 적이 몇 번 있었다. 예전에 노순택 작가의 ‘얄읏한 공’ 연작에서 그의 작가노트를 본 적이 있었다. 평택 대추리의 한 어르신의 이야기를 노순택 작가가 인용했다.
 “우리가 뭔 줄 아남? 그냥 둥그런 걸 높은데다 세워 놓으니께 물탱크나 되는갑다 생각했제. 낭중에는 사람들이 기름탱크라고도 하고, 뭔 안테나라고도 하더만. 우리가 그런 걸 알아서 뭣한데. 그냥 큰 공이다 생각하믄 맴 편한 것 아녀? 멀리서도 이 공만 보면 저그가 우리 동넨갑다 생각하고 반가운 맴이 들기도 하더라니께.”
  미군기지의 레이돔을 보고 어르신이 한 말이다. 앞뒤 맥락이 별로 맞지 않지만 서울 사람들이 N서울타워를 보고 느꼈음직한 단상과 비슷할 것이다.
 
  이번 송주원 작가의 전시는 그가 2010년부터 9년 동안 이곳저곳에서 바라본 타워를 담은 사진들로 채워져 있다. 받아본 사진의 대부분은 광각렌즈로 찍었기 때문에 타워는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어떤 사진에선 봄의 흐릿한 대기 탓에 거의 가물거리는 수준으로 타워가 보이기도 한다. 어떤 사진에선 타워가 한가운데 있지 않고 구석에 처박혀있기도 하다. 어떤 마음으로 이 사진들을 찍었는지는 송 작가의 작가노트를 읽으면서 이해를 하도록 하자. 다만 나는 타워 사진을 보면서 이것은 타워를 찍은 사진이 아니라 타워가 보이는 곳에 사는 사람들을 기록한 것으로 이해를 한다. 그런데 막상 사람들도 크게 나온 사진이 별로 없다. 어떤 사진에선 사람은 성냥개비 크기로 배경에 숨겨져 있기도 하다. 정정해서 말하자면 ‘타운 온 더 타워’ 사진전은 저마다 익숙한 자신의 공간에서 “지지고 볶고” 삶을 영위하는 이 도시에 관한 보고서라고 하겠다. 추석 명절이 지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사람들에게 저 타워는 늘 그 자리에 서있는 그 무엇이다. 이게 서울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부산과 광주와 대구와 그리고 또 다른 대한민국의 어느 지역에도 그 지역의 ‘타워’가 있을 것이다. 타워는 특정한 곳을 지칭하지 않는다. 또한 그 타워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과 별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 그냥 거기 있다. 알게 모르게 거기 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달이 뜬 밤에도 문득 고개 들어보면 그 자리에 타워가 있다. 그리곤 다시 사람의 눈높이로 일상을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그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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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송주원


 2010년 2월 명동에서 사진을 담고 있을 때 저 멀리 타워가 갑자기 내 눈에 들어왔다. 언제나 제자리에서 담담하게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타워가 중년이 된 나 자신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때부터 타워를 나로 의인화하여 내 블로그의 ‘타워 아래’란 카테고리에 나의 단상을 더한 타워사진의 포스팅을 계속했다. 더 이상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지 않게 되면서 이런 단상이 계속 정리되진 않았지만 ‘타워 아래’는 계속되는 내 사진의 주제였다. 덕분에 타워가 보이는 서울시내의 대부분을 가볼 수 있었다. 타워가 중심이지 않다는 생각에 전시제목을 ‘타워 아래’가 아니라 ‘Town on the Tower’로 바꾸게 되었다. 물리적으로는 타워가 저 위에 있지만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는 타워가 도시 속에 덤덤히 존재하는 것 같아 이 제목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누구나 타워가 보이면 사진을 담지만 ‘타워가 보이는 도시의 일상 사진’이란 주제로 사진을 담지는 않는 것 같다. 나의 희로애락이나 일상적 단상이 타워를 통해 표출될 수 있어 그 작업 과정이 좋았다. 이제 내 나이도 한 바퀴 돌아가는 마당에 9년여에 걸친 이 작업을 일차로 정리하고자 한다. 새로 건물이 생기고 스카이라인도 계속 변하여 타워가 보이는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에 따라 타워의 시야도 계속 좁아지고, 나이가 듦에 따라 내 눈도 점점 나빠지겠지만 나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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