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말을 건다

사진마을 2018. 03. 19
조회수 4831 추천수 0

life06.jpg » 쇼윈도에 설치된 TV를 보고 있는 꼬마 신사_랄프 모스_1949_ⓒThe Picture Collection Inc. All Rights Reserved


<라이프>사진전 4월 8일까지 부산문화회관에서

역사를 바꾼, 역사를 기록한, 역사와 함께한 순간


 ‘라이프 사진전-(빛나는 시작, 눈부신 기억)’이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1월에 시작된 이 전시는 4월 8일에 막을 내린다. 아직 못 본 사람들은 서둘러야할 것이다. 별도의 휴관일 없이 주 7일 모두 문을 열고 화요일과 목요일엔 밤 8시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10명 이상의 단체가 신청하면 특별 도슨트가 제공되며 20명 이상의 단체는 할인혜택이 있다.
 <라이프>는 1936년에 미국에서 창간된 화보 중심 주간지의 제호다. 인쇄매체와 포토저널리즘의 전성기를 주도했으며 최전성기때는 주간 부수가 1,300만에 이르렀다. 텔레비전이 미국 대부분의 가정에 보급되면서 급속히 인기를 잃어 주간지로서의 생명은 1972년에 끝이 났다. 라이프 잡지에는 당대 최고의 사진가들이 찍은 지구촌 곳곳의 최전선 현장 보도사진이 총망라되었다. 그 라이프 사진들에서 엄선된 130여 점이 지금 부산에서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라이프’전은 1959년, 1977년, 2013년에 각각 한국에서 열렸으며 이번이 네 번째가 되겠다. (지난 기사 참고)
  이번 전시에 대해 주최 쪽은 “2013년 서울에 이어 2014년 부산에서 열렸던 ‘라이프전’이 20세기의 굵직한 인물과 사건에 대한 모노드라마였다면 올해 다시 부산을 찾는 ‘라이프전’은 20세기의 삶과 세상에 대한 소소한 즐거움이 담긴 옴니버스라고 할 수 있다. 그간 소개되지 않았던 사진이 대거 등장한다”라고 밝혔다. 전시는 네 가지 테마로 나눠져 있다. ‘This is Life’는 20세기를 바라보는 20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Icon’엔 하나의 스타일이 되어버린 상징적인 인물과 사건을 나란히 배치했으며 ‘20th Century’ 코너엔 20세기에 지구촌에 출현한 물건과 현상에 대한 오마주를 담았다. 마지막으로 ‘Hope’에선 라이프의 창간호부터 마지막까지 관통하고 있는 하나의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life01.jpg » 괴테탄생 200주년 행사에 참석중인 오르가니스트 겸 의사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_유진스미스_1949_ⓒThe Picture Collection Inc. All Rights Reserved

life02.jpg » 사진전 포스터, <승리의 날, 수병의 키스> 알프레드 에이젠슈타트

life03.jpg » 링컨 기념관에서 개최된 _자유를 위한 기도_에서 연설 중인 마틴 루터 킹 목사_폴 슈쳐_1957_ⓒThe Picture Collection Inc. All Rights Reserved_

life04.jpg » 메디슨 스퀘어 가든의 락커룸에서 경기를 기다리고 있는 무하마드 알리_조지 실크_1963_ⓒThe Picture Collection Inc. All Rights Reserved

life05.jpg »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고등연구소에 홀로 앉아 있는 알버트 아인슈타인_알프레드 에이젠슈타트_1947_ⓒThe Picture Collection Inc. All Rights Reserved

life07.jpg » 유니폼을 입고 교실에 앉아 시합을 기다리고 있는 소년야구단의 어린 선수들_예일 조엘_1954_ⓒThe Picture Collection Inc. All Rights Reserved

life09.jpg »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소식에 충격을 받은 뉴요커_스탠 와이먼_1967_ⓒThe Picture Collection Inc. All Rights Reserved

life10.jpg » 편안한 복장으로 집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마를린 먼로_알프레드 에이젠슈타트_1953_ⓒThe Picture Collection Inc. All Rights Reserved

life11.jpg » 흥남부두에서 메레디스 빅토리 호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피난민들_데이비드 더글라스 덩컨_1950_ⓒThe Picture Collection Inc. All Rights Reserved


  사진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미 역사를 넘어 신화가 되어버린 유명 인물들도 있지만 주최 쪽의 말대로 보통 사람들의 관점에서 20세기를 읽어내는 사진들이 특히 시선을 끈다. 전시장의 초입부에 걸려있는 랄프 모스의 1949년 작품 <쇼윈도에 설치된 TV를 보고 있는 꼬마 신사>를 보면 아이러니와 페이소스가 동시에 느껴지면서 여러 생각이 떠오른다. 1946년 전 미국에 걸쳐 TV는 8천 대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1949년을 시작으로  1950년 초반까지 폭발적으로 보급률이 높아진다. 이 꼬마 신사는 아직 TV가 그렇게 흔하지 않았던 시절, 거리의 진열장에 놓인 TV를 보면서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10살 정도로 보이는 이 꼬마는 몰랐을 것이다. 그 당시까지 최고의 볼거리였던 라이프 잡지가 20년 후에 폐간될 것을. 그것도 바로 자신이 보고 있는 TV에 밀려서. 또한 이 사진을 찍은 랄프 모스도 당시 사진가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렸던 <라이프>지가 20년 후에 없어지리란 것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바로 자신의 사진에 등장하는 유리에 비친 TV 때문에.
  유명인이 등장하든 일반인이 등장하든 한 장, 한 장이 역사교과서 역할을 한다. 조지 실크가 찍은 1963년 작 <메디슨 스퀘어 가든의 라커룸에서 경기를 기다리고 있는 무하마드 알리>를 보라. 그의 이름은 얼마 전까지 캐시어스 클레이였다. 그가 왜 이름을 바꾸게 되는지, 그가 왜 올림픽 헤비급 권투 종목에서 목에 걸었던 금메달을 강물에 버리고 말았는지.... 따라가다 보면 미국의 악명 높은 인종차별의 역사를 알게 될 것이다.
  1950년 데이비드 던컨이 한국전쟁에서 찍은 <흥남부두에서 메레디스 빅토리 호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피난민들>도 한 장의 사진이 아주 긴 이야기를 하는 사례다. 영화 <국제시장>의 도입부에 등장했던 그 배다. 한국전쟁은 어떤 전쟁이었는지, 거의 북쪽 끝까지 진격했던 유엔군이 왜 다시 쫓기듯 후퇴했으며 장진호 전투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이 따랐고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주최 쪽에서는 “타임에서 선정한 <세상에 가장 큰 영향력을 주었던 사진 100장> 중에 포함된 4장의 사진도 전시되고 있다”라고 알려왔다. 필립 할스만이 찍은 <달리 아토미쿠스>, 로버트 카파가 찍은 <오마하해변 상륙작전>이 포함되어 있다.
 모든 사진들이 말을 걸어온다.
  학생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사진전이다. 부산 시내 초·중·고 학생들에겐 3월 말까지 특별할인이 적용되어 6,500원에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문의: 070-7542-8531 www.seelife.co.kr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주)디커뮤니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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