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를 노는 아이들과 사진이 놀다

사진마을 2016. 05. 10
조회수 7969 추천수 3

  편해문 사진전 ‘아이, 놀이를 발명하다’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라도 재미를 창조하는 발명가 

 지구촌 만국공통어…조금씩 깊이 들어가 동심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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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천시 '기적의 놀이터' 1호 개장 베이비트리 기사 바로가기

 

 편해문의 사진전 ‘아이, 놀이를 발명하다’가 서울 ‘코너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5월 31일까지 열리며 월, 화, 공휴일은 휴관이다. ‘코너아트스페이스’는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5번 출구 바로 앞에 있다.

 전시를 소개하는 보도자료와 사진을 받아서 꼼꼼히 보았다. 작가가 직접 쓴 ‘작가의 글’에서 강력한 메시지가 있어 일부를 그대로 전한다. 심하게 공감이 가는 대목이 있다.
 “압도적인 유사놀이와 유사놀이터의 해일이 아이들을 향해 범람한다. 타인이 노래하는 것을 보고, 운동하는 것을 보고, 춤추는 것을 오로지 ‘봄’으로 논다. ‘하지 않고 봄’ 이것이 놀이가 되었다. 논다는 것은 내가 노는 것인데 남이 노는 걸 논다고 여긴다”
 
 특히 텔레비전의 예능프로그램에서 종류를 가리지 않는 유명인들이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경쟁을 하고 놀이를 하고 군사훈련까지 하며 논다.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우리는 그들이 노는 것을 보며 깔깔거린다. 그들이 노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논다고 생각한다. (나는 텔레비전을 안 보기 시작한 지 꽤 되었다.)
 
 편해문이 10여 년 동안 세계 여러 나라에서 노는 아이들을 찍어서 준비한 이번 전시의 사진을 보면서 우리의 어린 시절,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내가 골목에서 뛰어 놀았던 60년대 후반과 70년대 중반까지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텔레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골목에는 아이들이 있었고 해질 무렵이면 “아무개야 밥 먹으러 와라”라고 부르는 어머니들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대부분 흙바닥이 있는 동네 이곳저곳의 공터에서 놀았다. 놀이터라고 따로 없었다. 바닥에 줄을 긋고 비석치기를 하거나 조그만 구멍을 파고 구슬치기를 했다. 지역마다 놀이의 명칭은 서로 달랐다. 여학생의 고무줄을 끊는 남자아이들도 제법 있었고 명절 때면 폭음탄을 사서 남의 집 대문에 던지기도 했지만 큰 사건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대형 놀이공원에 갈 기회가 거의 없었던 덕분에 몸으로 놀았고 남이 노는 것을 보는 게 아니라 직접 놀았다. 편해문의 사진전에 등장하는 세계의 아이들은 모두 직접 놀이를 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놀이를 찍는 사진가가 있었나 싶다. 김기찬 선생의 ‘골목 안 풍경 30년’에 아이들이 제법 많이 등장하는데 그건 골목 전체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고 최민식 선생의 마지막 사진전이었던 <소년시대>는 온통 아이들이 등장하지만 최선생이 아이만 찍었던 것은 아니었다. 편해문의 ‘아이, 놀이를 발명하다’는 과문한 나로서는 처음 접하는, 아이와 놀이를 테마로 한 사진작업이다.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편해문 작가는 놀이운동가이며 놀이터 디자이너이자 사진가다. 그는 최근 순천시에 개장된 ‘기적의 놀이터 1호 엉뚱발뚱’의 총괄디자이너를 맡기도 했다.
 
 -언제부터 아이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돌아가시기 전 안동에 사셨던 권정생 선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돌아가시기 전에 중동, 아프리카, 티베트, 북한 아이들을 걱정하시면서 모든 인세와 재산을 아이들을 위해 쓰라는 유언을 남겼다. 선생이 남긴 유언을 보면서 세상의 아이들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했다. 10여 개국 되는 것 같다. 중동과 아시아, 일본과 유럽 등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사진을 보면 곳곳의 길거리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어떻게 찾았고 어떻게 찍었나?
 “자연스러운 놀이란 것은 아이들이 노는 시간과 노는 장소를 결정하여 노는 것을 말한다. 우리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식구들이 다 같이 여행을 했다. 이란, 파키스탄, 시리아…. 등지였는데 관광지는 첨부터 배제했고 천천히 다가가는 여행이었으니 가능했다. 그 지역의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카메라는 천천히 꺼냈다”
 
 -가족들이 함께 여행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놀이터를 만나기 위해선 많이 걷고 오래 머물러야한다. 조금씩 깊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 동네에서, 더구나 내가 가족과 함께 있으니 교류하기가 좋았다. 우리 집 아이가 그 집 아이와 함께 놀았으니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예 그 집에서 머물기도 했다.”
 
 -놀이운동가라는 이름이 생소하다. 놀이란 무엇인가?
 “그런 동네에서 만나는 놀이는 깊이가 있고 놀이의 완결도가 높다. 예를 들어볼까? 비석 치기를 제대로 하려면 서너 시간이 걸린다. 소꿉놀이도 제대로 살림을 차리려면 반나절이 걸린다. 한국에선 그게 안된다. 냄비 놓고 솥단지 정도 걸치려고 하면 선생님이 ‘정리하자’라고 말씀하신다. 그럼 놀 수가 없다. 그 다음날이면 첨부터 새로, 또 그 담날도 첨부터 새로 하게 된다. 놀이는 단막극이 아니라 이어지는 연속극이다.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날마다 1막 1장만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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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각국의 놀이들 중에 공통점이 있던가?
 “공통점이 있는 게 아니라 같다. 비석치기, 굴렁쇠 같은 것은 내가 가본 어디나 다 있었다. 이것은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생기는 것이다. 아이들은 누구나 뭘 굴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다 보니 놀이를 만들게 된다. 이것이 중요하다. 땅이 있으면 누군가 금을 긋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이게 사방치기가 된다. 돌이 있으면 뭔가 맞추고 싶은 생각이 날 것이니 이게 비석치기가 되는 것이다. 원시적인 욕구와 욕망이 놀이로 발전한다. 그래서 나의 여행은 ‘어느 문화권이든 놀이의 보편성이 동일하게 있다’는 나의 주장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그런 긴 놀이가 가능할까?
 “이번 전시의 제목이 ‘아이, 놀이를 발명하다’다. 발견이 아니라 발명이다. 놀이는 창조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 사회에선 돈을 주고 놀이를 사고 있다. 나의 주장은 우리 고유의 전래놀이를 찾아가자, 우리 옛 문화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놀이를 스스로 창조해내도록 하자는 것이다. 놀이는 돈이 안 드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돈이 없으면 놀 수가 없다. 놀이는 아이들의 삶 자체가 되어야 한다. ‘놀고 싶은데, 하고 싶은데’라는 동기가 있어야 한다. 주변에서 간섭하거나 제지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아이들에겐 진정한 놀이가 없다. 놀이가 없으니 다른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놀이가 된다. 놀이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밀도가 높은 양계장을 생각해보라. 닭들이 힘들면 옆에 있는 다른 닭을 쫀다.”
 
 이 대목에서 편해문 작가는 놀이터 디자이너의 본성을 드러내면서 역설했다.
 
 “자연스러운 놀이터는 아이들이 뛰고 내리고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한국이 학교에 있는 놀이시설과 공간은 장소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보자면 공간 설계가 엉터리로 되어 있다. 오르고 내리고 매달리고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그게 없으니 약한 아이가 보이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사진전을 준비하면서 다시 한번 깨우치게 되었다. 소비가 놀이가 되어버린 세상이다. 어른들은 돈으로 아이들에게 놀이를 사주고 만족해한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행복은 소비라고 생각하게끔 길들여지고 있다. 이번 전시장은 압구정이다. 가까운 곳이 대형 백화점이 있다. 그래서 이번 전시장의 위치에도 의미가 있다. 과연 그 백화점 소비자들이 우리 전시장에 얼마나 올지…….”
 
 -그런 세계 각국의 놀이와 우리 놀이에 차이점이 있던가?
 “차이가 별로 없다. 있다면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가 다르다는 것. 예를 들어 거의 모든 나라에 공기놀이가 있다. 어떤 곳에선 뼈를 가지고 놀고 부산 같은 곳에선 살구씨로 놀다. 그런데 다섯 개라는 것은 모두 일치했다. 우리나라는 놀이 강국이다. 하하. 집짓기 놀이를 보자 비를 피하기 위해선 위를 막아야 된다. 이게 외국에선 아지트가 되고 우리나라에선 소굴이 된다. 놀이는 일이 아니다. 재미라는 것은 끊어질 수 없이 이어진다.
 
 -앞으로 생각하고 있는 작업은?
 “이제 외국으로 나가는 것은 그만 하려고 한다. 충분히 나의 주장을 확인하고 왔다. 이제 우리나라 아이들의 놀이를 더 찍어볼 것이다. 노는 아이들도 찍지만 놀지 못하는 아이들도 찍어야 한다. 왜 그들은 놀 수가 없는가. 사진작가 중에서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아이들의 일상으로 들어가서 놀이가 배제된 아이들을 어린이들의 입장에서 보려고 한다. 우리나라엔 현재 아이들 문화가 허술하다. 아동문학 외엔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책은 아이들의 장르가 아니다. 지난해에 찍은 사진 한 장이 기억난다. 국기게양대 근처에 용달차가 하나 서있었는데 갑자기 아이들이 책을 들고 쏟아져나와 용달차에 책을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날이 책 버리는 날이었다. 아이들의 얼굴 표정에서 지긋지긋함이 보이더라.”
 
 전화를 끊고 다시 한번 사진들을 쭉 봤다. 최근에 이렇게 신나는 사진을 본 적이 있었나 싶다. 윤정 작가의 네팔 아이들 사진이 있었다. 인터뷰 중심이니 놀이와는 다르다.
  
 2013년 조던 매터의 사진전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도 신선했다. 어른들은 이렇게 노는구나 싶었다.

 
 사진전은 아니지만 2013년에 소개했던 노베르트 로징의 사진집 ‘북극곰’이 강력했다. 지금도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역시 야생에서 동물들이 노는 사진들과 필적할 만한 것은 편해문의 사진전 ‘아이, 놀이를 발명하다’에서 보이는 것처럼 아이들밖에 없다. 타이어를 가지고 노는 북극곰과 타이어 위로 펄쩍 뛰어오르는 아이의 모습에 차이가 없다.
 최근에 이상한 사진들만 쭉 보다가 모처럼 즐거웠다. 전시장에 한번 가보실 것을 권한다. 아이들은 어디서 놀까? 아이들은 나무 위에 주렁주렁 열려있고 흙을 모아 살림살이를 만들고 슬리퍼로 덤프트럭을 만든다. 맨 손으로 트럭(나무로 만든)을 끄는 꼬마 차력사의 표정이 압권이다. 모든 사진에 공통점이 있으니 그것은 아이들과 사진가의 소통이다. 라포 형성 없이 사진 없다. 사진실력은 아이들 눈높이, 아이 같은 마음, 아이스러움, 요약하면 장난끼에 숨어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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