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글을 쓰다

사진마을 2016. 01. 05
조회수 7296 추천수 1

창작문예수필에 사진을 결합

"문장의 이미지화" 새로운 시도

 

 

 김남기씨가 당신이 쓴 ‘창작문예수필’ 한 편 <그녀>를 보내왔다. 이 글은 창작문예수필작가회작품집(2015) ‘무장한 도시’에 들어있다. 또한 <그녀>는 창작문예수필 제 12회 신인추천작으로 당선된 글이기도 하다. 사진마을에 이 수필을 소개하는 이유는 글 속에 사진이 한 장 들어있는데 이게 신통방통하기 때문이다. 심사평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_MG_2670c.jpg
 “<그녀>는 전혀 새로운 창작양식을 개척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수필’이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사용하여왔다. 많은 사진작품이 일간지나 잡지면을 한 줄 문장과 함께 장식된 일도 있었다. 지금도 수필가들이 작품집을 엮을 때 사진을 곁들여 편집하는 일도 있다……. 이 작품에서 사진은 문장의 이미지화인 것이다... (이하 생략)”
 
 요약하면 이런 이야기다. ‘사진수필’, 그러니까 영어로 포토에세이라고 부르는 형식을 말하는 것 같은데 포토에세이는 문학작품이 아니라 사진작품이다. 사진수필에 들어있는 사진과 김남기씨의 <그녀>에 든 사진은 종류가 다르다고 한다. 수필집에 들어있는 삽화 같은 사진과도 다르다. 삽화가 없더라도 수필의 흐름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남기씨의 <그녀>에 든 사진은 “문장의 다른 표현”이라고 한 것이다.
 
 진정 그렇다면 특이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마침 얼마 전에 필립 퍼키스의 새 사진집 ‘바다로 떠나는 상자 속에서’를 소개하면서 비슷한 해석을 한 적이 있다. 아무런 제목도 설명도 장소도 없는 퍼키스의 사진을 보면 떠오르는 무엇인가가 있는데 그게 책 중간 중간에 들어있는 글을 보면서 떠오르는 무엇인가와 이어진다. 사진을 보면 글이 떠오르고 글을 보면 사진(이미지)이 떠오른다. 퍼키스의 사진집에 있는 글은 사진을 수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가 문장화된 것이다.
 
 지나친 해석은 원작과 원작자의 작품감상에 방해가 된다. 각자 아래의 창작문예수필 <그녀>를 읽고 이 글에서 사진과 글은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 연구해보자. 김남기씨가 아주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했다. 적극 환영한다. 

 

 

                       그녀
                                                                김 남 기
 
   석가탑을 돌아 본 것은 초급장교시절이었다. 그리고 45년 후, 사진동호회 월례행사로 다시 경주를 찾아 대능원에 입장했다. 솔숲을 지나면서 이승에 없는 그녀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설렘이 일었다.


 
   거대한 능은 아직도 숨을 멈추지 않았다.
 그 시대에 행한 능역(陵役)이 엄청났을 거라는 짐작은 순간에 사라졌다. 3층 높이의 위엄보다는 기대어도 될 언덕으로, 지친 몸을 받아줄 넉넉한 품으로 다가왔다. 우람하지만 소박하고 아름답게 부드러운 곡선에서 풍만한 여인이 보였다. 그는 나서 죽고 죽어서 다시 태어났다. 부장(副葬)된 권력이나 영화의 상징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 그런 것은 결국 부질없는 것이라며, 그냥 맨몸으로 봄볕을 쬐고 있었다. 긴긴 세월 끝에 다시 여인으로 태어나게 해주어서 기쁘다는 듯, 금세 새로 꾸며 분단장한 얼굴을 보여준다. 마음을 열었다는 미소를 지으며 손끝으로 은밀하게 관능을 건드린다. 그리고 촉촉한 입술이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와 거칠게 호흡한다.

 

y.jpg
 
 천년이 만든 간격은 허벅다리 안쪽에 있었다.
이곳은 일벌이 들락거리는 전용 길목이다. 거기서 더 깊숙한 곳에 신(神)의 창조물인 생명의 시원(始原)이 있다. 꽃샘이다. 그 위 불두덩 밑에서, 큰 가리개를 제치고 드러낸 돌기의 얼굴을 습한 손바람이 스치며 지나간다. 앙가슴 양옆에 봉곳이 오른 꼭지는 혀끝이냐, 검지냐를 놓고 선택을 고민하는 중이다. 일벌이 하는 꿀 뜸질은 시간이 지날수록 속도가 붙는다. 그러나 거칠고 강한 것은 싫다면서 밀어내고, 포근하고 달콤한 조화 속으로 파고들며 신음했다. 이것이 절정에 이를 때, 꽃봉오리는 몸부림쳐 하얗게 피어오르고, 꽃샘 바닥에 암반이 뒤집혀 터지면서 꿀물을 용출한다. 태풍이 남긴 ‘멀티올가’(multi orgasm)의 희열은 마른 바닥을 안개처럼 적시면서 허벅지의 하얀 공간으로 한참 동안 서서히 번져갔다.


 
   경주는 오랫동안 마음에 둔 연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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