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명단, 믿고 응모했더니

사진마을 2015. 10. 08
조회수 15061 추천수 3

 

'최민식 사진상' 최종까지 갔던 사진가 안성용

낙선한 심경 밝혀, 최근 작업도 활발하게 하는데...

최광호가 다큐?, 육상선수가 수영선수와 겨룬 격

 

asy01.jpg » 안성용

asy02.jpg » 안성용

 

 

  
  지난 6월 발표된 ‘최민식사진상’에서 본상을 수상한 최광호씨와 더불어 최종 2인까지 올라갔다가 낙선한 안성용씨와 8일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안씨가 출품한 사진 전체를 공개하는데 동의했으므로 포트폴리오를 몽땅 볼 수 있었다.

 -최민식사진상에 출품한 사진은 몇 년도부터 몇 년도까지 작업인가?
 “인터넷으로 처음에 출품한 것은 100여 장이 넘었다. 오래된 것은 1990년 5월이며 최근작품은 2011년 12월에 찍은 것까지 포함되어있다. 그 100여 장 중에 60장을 프린트 상태로 들고 최종 인터뷰에 들고 갔다. 그러니까 20년 조금 넘게 찍은 사진들이다.
 
 -언제부터 사진을 했나? 지금 사진을 전업으로 하는가?
 “경일대 사진과를 나왔고 대구대학교 사진영상학과에서 석박사과정까지 밟았으며 박사과정 수료 상태다. 졸업하고 1990년 1월에 포항공대의 학교 전체 사진담당 일자리가 생겨 포항으로 왔다. 11년간 근무했는데 2001년에 ‘사진에 전념하기 위해’ 관뒀다. 현재는 사진만 찍는다.”
 
 -사진만 찍어서 생활이 되는가?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나는 한 가지밖에 못하겠더라. 한 가지도 사실 힘들다. 알지 않는가?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최근 작업이 없다는 소리를 직간접적으로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셨나?
 “아…. 들었다. 그런 이야기. 그런데 들어보시라. 2008년에 ‘자리밭 마을의 신화’라는 사진집을 냈다. 경주에 있는 자리밭 마을은 (당시) 휴대폰도 안 터지는 곳이었다. 거기에 12채의 집이 있었는데 9가구가 살았다. 그 동네 어르신들의 삶을 3년 정도 담아서 만든 사진집이다. 2012년~2013년 사이엔 경북매일신문에 70회 이상의 포토에세이를 연재했고 이 또한 책으로 나왔으며 2013년엔 유종준 작가의 글과 내 사진을 엮어 양남의 바닷길과 계곡 길을 담은 ‘경주양남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러한 작업이 있는데 최근에 작업을 안 했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지면과 책을 통해 작업을 발표해오고 있다. 작업이 없는 게 아니란 말이다.”
 
 -본상 최종 인터뷰에서 심사위원들과 어떤 이야기를 했는가? 거기서 최근 작업에 대한 설명을 할 기회가 없었나?
 “1시간가량 이야길 나눴다. 심사위원 중 어떤 분은 ‘진지한 작업이라 놀랐다. 우리가 이런 작업을 모르고 있었다니……. 몰랐던 우리의 잘못이다’라고 이야길 하더라. 아. 최근작업? 나는 포항예술문화연구소장이며 포항아트페스티벌 운영위원이다. 올해 16회째인데 포항시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경상북도, 포스코 등이 후원하는 전통 깊은 축제행사다. 해마다 참여해왔다. 이런 자료들을 가방 하나 가득 들고 최종인터뷰장소에 갔었다. 그런데 ‘요즘은 뭘 하는지?’ 묻지도 않았다. 출품한 사진포트폴리오 이야기를 하기도 바쁜데 내가 먼저 꺼낼 수는 없지 않은가? 활동 상황에 대해 질문이 나올까 싶어서 잔뜩 준비해갔는데 묻지도 않고서…….”
 
 -요즘 하는 작업은 무엇인가?
 “최민식상에 출품한 것이 ‘송도’다. 이 작업은 최근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보여줄 단계가 아닌 것은 제외하였다. 그래서 2011년 작업까지만 포함한 것이다. 아.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 ‘안성용은 아마추어들 데리고 사진수업하고 다닌다’ 이게 무슨 문제가 되는가? 그럼 프로들을 데리고 사진수업하고 다녀야 하는가?”
 
  최민식사진상의 심사위원이자 운영위원장이었던 이상일관장이 몸담고 있는 고은사진미술관은 올해 하반기에도 <고은사진아카데미 포트폴리오반>을 모집했다. 자칭 작가 또는 사진애호가를 대상으로 한다. 강사는 이상일, 광모, 강용석으로 구성되어있다. 그건 뭐고 안성용씨가 하는 것은 뭐가 다른가? 안성용씨는 포항예술문화연구소장이니 사진강의도 하는 모양이다.
 
 -최민식사진상은 어떻게 응모하게 되었는가? 1회 때는?
 “1회 때는 사실 이런 상이 있는지도 몰랐다. 2회 때 인터넷에서 이런 소식을 접하고 심사위원 명단을 보니 너무 반가웠고 응모할 생각을 했다”
 
 -반갑다는 것은 아는 사람이 있어서 반가웠다는 뜻인가?
 “그런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이상일관장은 86년에 그의 작업실에서 1년 정도 내가 사진수업을 들었던 인연이 있다. 정주하교수, 이갑철작가도 내가 (이름을) 아는 분들이다. 내 말은 이런 분들이라면 심사를 엄격하게 할 것이라고 믿었다는 뜻이다. 왜 사진판에 돌아다니는 이야기 있지 않은가? ‘끼리끼리 주고받고 그런 다는……’. 그런데 나는 최민식사진상 2회의 심사위원 명단을 보고선 ‘이런 분들이라면 믿고 출품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뜻이다.”
 
 -심사위원 5인 공동 이름으로 된 최민식사진상 수상작 발표 심사평을 읽었다. 본 적이 있는가? 어떻게 생각하는가?
 “글쎄다. 같은 말이더라.
 ‘안성용 작가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긴 시간 동안 같은 장소... 애정 어린 시각으로 열심히 작업한 작가..., 최광호 작가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긴 세월 사진작업...몰두해온 끈기 있는...’ (심사평 중에서 인용)
 기본적으로 진지하게 사진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같은 말 아닌가?”
 
 -결과적으로 상을 못 받았다. 아쉬운가?
 “아니다. 아쉬운 것은 없다. 이런 의문은 있다. 다큐멘터리상을 뽑았는데 순수사진과 달리 다큐멘터리의 형식이나 틀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육상대회에서 100미터 달리기를 해도 달리는 선이 있고 규칙이 있다. 이번 상은 마치 수영대회인데 달리기 선수가 땅에서 달려 1등을 한 격이다. 곽기자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봤다. 최광호작가의 사진세계가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는지…. 아무도 없더라.”


604.jpg » 2015년 9월 부산 604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최광호씨. 설치작업도 같이 선보였다. 사진/곽명우 사진바다 누리집 갈무리  
 최민식사진상 본상을 받은 최광호씨는 9월 5일부터 10월 2일까지 부산에 있는 갤러리 604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거기엔 사진도 있지만 설치작품도 있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충격적이다. 최민식 선생이 봤으면 뭐라고 했을까……. 라는 생각은 둘째로 치고 최광호씨가 다큐멘터리사진가인지 아닌지에 대해선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 최민식상을 받은 후 처음으로 연 개인전의 색깔이 이렇다는 것은 최광호씨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강력한 메시지다.
 
 -협성재단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상을 없애선 곤란하다. 사진가들을 위한 상 아닌가? 상은 어떤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협성재단에서 상을 제정한 것을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 이런 상이 거의 없었는데 큰 맘을 썼으니 크게 보길 원한다. 상은 정직해야 한다. 만약 3회가 열리고 그 땐 심사를 누구 누구 누구 친구…. 이런 소리 없이 한다면 다시 응모할 용의도 있다.”
 
 -심사위원들에게 할 말이 있는가?
 “마음엔 갖고 있지만……. 할 말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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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y11.jpg » 안성용 포트폴리오 '송도'


  안성용의 ‘송도’연작 100여 장을 두세 번째 보고 있다. 할 말이 많다. 20년 넘게 어느 한 지역을 천착했다는 것 자체로 대단하다. 포항, 포스코, 송도, 해수욕장, 주민들, 이런 20년의 변화……. 안성용의 송도에 대해선 따로 지면을 열어 소개하기로 한다.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연구할 가치가 있다.
 
 

"심사위원들은 말장난 같은 심사평에 책임져야"


 심사평(최민식상의 심사를 마치고)에는 이렇게 나와있다.
 “안성용 작가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아직 사진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지만, 긴 시간 동안 같은 장소에서 애정 어린 시각으로 열심히 작업한 작가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최광호 작가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긴 세월 사진작업 안에 몰두해온 끈기 있는 작가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심사평 원문 그대로 인용했음)
 
 긴 시간, 같은 장소, 애정어린 시각, 열심히 작업-안성용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견해
 긴 세월, 몰두해온, 끈기있는 작가-최광호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견해
 
 말장난도 이런 말장난이 없다. <긴 시간=긴 세월, 애정어린, 열심히=몰두해온 끈기있는>
 뭐가 다른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에게 물어보고 싶다. 딱 하나의 차이는 안성용에겐 ‘같은 장소’라는 표현을 썼고 최광호에겐 다른 표현이 없다. 그렇다면 안성용에게 ‘같은 장소’라는 것이 주홍글씨인가? 아마 포항 송도라는 지역에 관한 지적인 모양이다. 같은 송도에서 찍었다는 뜻인데 이건 칭찬이다. 어떤 작업이든 한군데를 길게 천착했다면 굉장히 잘했다는 칭찬이다. 그럼 뭐가 문제가 되었을까? 심사평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2015 최민식 사진상 심사위원 일동-이상일(고은사진미술관 관장), 이갑철(1회 최민식 사진상 수상자), 정주하(백제예대 교수/사진가), 송수정(사진기획자), 박상우(중부대 교수/사진이론가)-의 명의로 된 심사평을 보면 제목까지 1,366자로 구성되어있다. 이 중에서 최광호를 최종 수상 작가로 결정한 ‘선정이유’는 19자밖에 되지 않는다. 19자 중에서도 “긴 세월, 몰두, 끈기”라는 낱말 외에는 의미 없는 어조사나 어미밖에 없다. 최민식선생의 이름을 건 사진상의 본상을 선정한 이유치곤 아주 성의가 없다. 상에 출품을 한 사람이나 그냥 지켜본 사람이나 누구의 어떤 작품이 어떤 이유로 선정되는지 관심 있게 주목한 사안인 것을 생각하면 딱 일곱 글자 “긴 세월, 몰두, 끈기”는 성의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사진계의 모든 사람들을 무시한 처사다.
 
   할 말이 없는 것인지, 글을 쓰는 재주가 없는 것인지, 말이 필요가 없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5명의 심사위원 중에 이 정도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소위 교수도 있고 평론가도 기획자도 있는데…. 이들 다섯 명은 사진상 발표가 난 뒤, 이광수교수, 박진호사진가 등이 의견을 내놓은 데에 대해 아직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중 자신은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고 간접적으로 들었다. 억울하면 이름을 걸고 본인의 의견을 공표해야 한다. 그러지도 못하면서 이름 석 자를 달고 사진계에서 활동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곽윤섭선임기자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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