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에, 살아 숨쉬는 사진

곽윤섭 2015. 07. 31
조회수 13116 추천수 0

결정적이지 않은 '결정적 순간'

월드프레스포토 2015, 부산에서

 

 

wpp201501.jpg » 올해의 사진 겸 동시대 이슈 단사진 부문 1등상, 마드 니센(덴마크)/스캔픽스 픽쳐스

 

 올해 60주년을 맞은 세계적 권위의 ‘월드프레스포토 2015’ 사진전이 내달 1일부터 30일까지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세계 100여개 도시에서 열리는 순회전의 연장선상에 있다. 네덜란드 왕실이 후원하는 월드프레스포토재단은 1955년 설립되었으며 “재단의 목표는 수준 높은 포토저널리즘을 통해 (세상의) 소통을 증진시키는데 있다. 또한 우리 재단은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달하고 세상의 미래를 형성해나가는데 있어서 시각적 스토리텔링이 강력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믿고 있다”고 천명한다. 월드프레스포토는 퓰리처상과 다르게 미국 위주의 사진가나 미국 위주의 이슈에 더 주안점을 두지 않는다. 또 발생하는 사건 사고의 보도사진도 다루지만 일상생활 속의 사람들 이야기도 포함하고 자연환경, 스포츠 등 총 8개의 부문에 걸쳐 수상작을 뽑는다.


  이번에 전시되는 사진들은 2014년 수상작들로 전세계 132개 나라에서 5천6백여명이 출품한 십만장의 사진에서 선정되었다.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해마다 다른 심사위원으로 구성되는 심사위원단이 선정한 올해의 사진에는 덴마크의 마드 니센이 찍은 러시아의 동성애 커플 ‘존과 알렉스’로 심사위원장 미쉘 맥날리는 주변의 핍박, 위협, 편견 때문에 갈수록 힘든 삶을 살아가는 성소수자에 대해 고찰한 이 사진에 대해  대해 미적이면서 강렬하며 휴머니티가 있는 사진이라고 평가했다.


 흔히 보도사진이라면 로버트 카파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떠올리며 한 장의 결정적 순간으로 포착한 역사적 현장을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보도사진에서도 미적인 가치가 더 중요해진 지가 오래되었다. 물론 아직도 긴박한 현장에서 순식간에 벌어지는 상황으로 상을 받기도 하지만 수상작의 대부분은 심미적이고 조형미가 강조된 것이다. 이런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보도사진가들의 현장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전쟁의 시대엔 전쟁터로 달려갈 용기와 총을 맞지 않을 행운이 있으면 훌륭한 사진가였다. 소총으로 싸우는 전쟁이 끝나버리자 사진가들은 전쟁만큼 잔혹한 장면을 찾기 위해 에이즈환자나 정신병자들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가들의 취재대상이 변해온 유형을 보면 그대로 세계적 상황들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상을 노리고 찍는 보도사진가들은 많지 않지만 상을 주는 심사위원들이 개인적 취향만으로 상을 주지 않고 시대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월드프레스포토 역대수상작들의 변천사는 “눈으로 보는 세계사의 변화추이”와 다를 바가 없다. 

 

wpp201503.jpg » ‘생일 초콜렛’ 일상생활 단사진 부문 2등상, 오사 셰스트룀 (스웨덴)/인스티튜트 포 소시오노멘, 유니세프

wpp201506.jpg » ‘크리스마스 공장’, 동시대 이슈 단사진 부문 2등상, 천룽후이(중국)/시티 익스프레스

  wpp201507.jpg » 스포츠 단사진 부문 2등상, 앨 벨로(미국)/게티이미지
 이번 수상작들도 사진만 봐서는 왜 상을 받았는지, 상은 고사하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는 사진들이 유난히 많다. 올해의 사진 ‘존과 알렉스’에 대한 심사평의 첫 마디가 의미심장하다. 미쉘 맥날리 심사위원장은 “지금 이 시대는 이미지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아주 중요한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라고 운을 뗐다. 상황 그 자체의 긴박함에 강조점을 두던 과거와 달라진 기준을 시사하는 것이다. 나머지 수상작에서도 같은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일상생활 단사진 부문에서 2등상을 받은 ‘생일 초콜렛’ 사진을 보면 어린 두 소년이 생일 축하 인사를 주고 받고 있다. 이 곳은 유럽 최빈국의 하나인 몰도바이며 노동인구의 삼분의 일 이상이 외국으로 돈을 벌러 떠났으며 이고르(사진 속 오른쪽)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러시아로 돈을 벌러 떠났는데 벌써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이고르는 아직 모르고 있다는 내용을 읽기 전까지는 이 사진의 가치에 대해 짐작하기 힘들다. 평범해보이는 아이들이 찍혀있지만 세계화, 노동인구의 전지구적 이동, 그리고 그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남겨진 아이들의 문제가 이 사진에 들어있다. 더 비참한 상황에 놓인 가정도 있겠지만 (순탄해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속 사정은 복잡하다는) 역설의 미학이 작동했다.

 

  ‘동시대 이슈’ 단사진 부문에서 2등상을 받은 ‘크리스마스 공장’도 그렇다. 중국 이우시의 한 공장에서 산타모자를 쓴 젊은이가 온통 붉은 빛 속에 서있다. 이 젊은이는 시골에서 올라온 노동자이며 지금 크리스마스 장식물을 만들고 있다. 붉은 빛은 크리스마스 장식물에 코팅할 폴리스티렌 수지때문이며 산타모자를 쓴 이유는 폴리스티렌을 피하기 위함인데 정작 이 남자는 크리스마스가 뭔지 잘 모르고 있다. 이우시엔 이런 공장이 600여개 있는데 이곳에서 전세계 크리스마스 장식물의 60%이상을 만들고 있다. ‘생일 초콜렛’이 이주노동문제의 파생적 문제에 대한 접근이라면 ‘크리스마스 공장’은 이주노동의 조건에 대한 직접적인 문제다. 역시 더 열악한 환경에서 날마다 쓰러져가는 노동자들이 세계 도처에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뜻 보면 뭔지 모를 사진이지만 역설적으로 강렬하다.

 

  전부는 아니지만 이런 사진이 훨씬 많다. '순간포착'에 해당하는 사진을 찾아봤더니 미식축구 경기 도중 뒤로 넘어지면서 한 손, 그것도 세 손가락으로 터치다운 패스를 잡아내는 스포츠 단사진 부문 2등상을 받은 ‘베컴 캐치’정도가 눈에 들어올 뿐이다. 보도사진에서 순간포착의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순간포착이 아니라고 해서 심금을 울리는 사진이 없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자연생태 단사진 부문 1등상을 받은 ‘서커스훈련을 받는 원숭이’사진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강렬한 분노가 치밀어오르게 만든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조련사가 채찍을 들고 다가오자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진 원숭이가 망연자실한 상태로 조련사를 바라본다. 그 다음 장면은 제공되지 않는다. 그러나 절절한 사진이다.

wpp201519.jpg » 자연 환경 단사진 부문 1등상 추융즈(중국)

wpp201502.jpg » 인물사진 단사진 부문 1등상, 라파엘라 로셀라(호주)/오컬리

wpp201505.jpg » 일반 뉴스 단사진 부문 1등상, 세르게이 일니츠키(러시아)/유러피언 프레스포토 에이전시

wpp201508.jpg » 장기 프로젝트 부문 2등상, 카츠페르 코발스키(폴란드)/파노스 픽쳐스

wpp201509.jpg » 자연환경 스토리부문 1등상 아난드 바르마(미국)/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wpp201510.jpg » 동시대 이슈 스토리부문 3등상 토마스 반후트리브(벨기에)/세븐 포 하퍼스 매거진

wpp201511.jpg » 자연환경 단사진 부문 2등상 에이미 바이탈리(미국)

wpp201512.jpg » 장기 프로젝트 부문 1등상 다시 파디야(미국) 에이전스 뷰

wpp201513.jpg » 일반 뉴스 스토리부문 1등상 피터 뮬러(미국)/프라임 포 내셔널지오그래픽, 워싱턴포스트   

wpp201514.jpg » 일반 뉴스 단사진부문 2등상 마시모 세스티니(이태리)

wpp201515.jpg » 스폿뉴스 스토리부문 2등상 제롬 세시니(프랑스)/매그넘 포토스 포 드 스탠다드

wpp201516.jpg » 스포츠 단사진 부문 1등상 바오 타이량(차이나)/쳉두 이코노믹 데일리

wpp201517.jpg » 일반 뉴스 스토리 부문 2등상 글레나 고든(미국)/타임, 월스트리트저널

wpp201518.jpg » 스폿뉴스 단사진 부문 1등상 뷜렌트 클르츠(터키)/에이에프피

 

   

  보도사진의 조류가 변할 뿐이지 보도사진은 사라지지 않는다. 8개 부문에 걸쳐 140여점이 전시된다.
 
 

곽윤섭선임기자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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