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대문사진 보면 그 신문이 보인다

곽윤섭 2013. 01. 03
조회수 20576 추천수 1

  [사진 뒤집어보기]2013년 신년호 1면

 단골도 있고 연출도 있고 기획도 있고...

  차별성은 있으나 날짜 빼먹거나 재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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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월 1일치 각 신문의 1면사진을 분석했다. 2012년의 신년호 1면과 비교하면 가장 큰 변화는 각 신문이 모두 다른 형식 혹은 내용의 사진을 실었다는 점이다. 아주 고무적이다.  신문의 위기, 더 크게 보자면 저널리즘의 위기는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인데 그중 가장 큰 원인은 각 언론이 비슷비슷하여 차별성이 없다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ㄱ’ 신문과 ‘ㄴ’ 신문은 사주도 다르고 이념도 다르다. 그런데 두 신문의 1면 사진이 같다고 한다면 곤란하지 않은가. 대형 스트레이트 사건이 났다고 한다면 내용에선 같을 수도 있다. 그럴 때에도 사진의 앵글이나 구도는 다르게 가져가줘야 한다. 아침 가판대에서 신문이 주욱 펼쳐져있을 때 ‘ㄱ’, ‘ㄴ’, ‘ㄷ’, ‘ㄹ’ 신문의 1면이 모두 같다고 한다면 무슨 논리로 독자에게 “우리 신문이 최고다”라고 권유할 수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2012년의 신년호에서 각 신문이 비슷비슷한 사진을 많이 실었던 것에 비해 2013년은 서로 달라서 좋다고 한 것이다. 2012년 당시 서울신문과 세계일보의 사진은 거의 같았고 조선일보와 한국일보의 사진도 거의 같았다. 내용에선 4군데의 신문이 모두 같았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와 F 15 편대가 한반도 상공에서 정찰임무를 수행하는 장면이었다. 한 명의 풀(Pool) 사진기자가 비행기를 타서 찍었고 풀했으니 대동소이할 수밖에 없다. 다른 신문에서 1면 사진으로 뭘 쓸지 알 수 없으니 어쩌라고? 앞서 말했지만 경천동지할 대형 사건이 아니라면 신년호에는 각 신문사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사진을 실으면 된다. 아이디어에서 나온 기획사진이 다른 신문사와 같을 확률은 0에 가깝다.
 
 각 신문별로 1면사진을 보면서 이야기를 이어가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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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스아이’와 F 15 편대의 비행사진이다. 기시감이 든다. 아니 기시감 정도가 아니라 2012년의 신년호에서 무려 네 군데의 신문이 사용했던 사진과 같은 내용이다. 2012년과 달리 공군참모총장이 탑승했다는 차이가 있겠으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사진은 눈으로 보는 매체다. 그나마 개선된 점이 있으니 그것은 사진설명에서 ‘12월 27일’이라는 촬영날짜를 정확히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의 서울, 세계, 조선, 한국은 “1월 1일 비행하고 있다”고 거짓 설명을 사용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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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간절곶 해안의 일출을 보여주고 있다. 배 한 척 떠있고 갈매기 날아가는 그런 달력사진이 아니고 바위를 때린 파도가 물거품을 만들어내는 순간의 일출이라 힘이 있다. 그런데 언제 찍은 사진인지 말이 없다. 합성한 그래픽 아트의 산물이 아니라면, 현장에서 찍은 것이 분명하다면 때와 장소를 밝혀야 한다. 물론 몇 주 전이나 몇 일 전에 찍은 사진일 수도 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신문이 살아남으려면 언제나 정확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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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성 사진이다. 지난 한 해 조선일보가 주력했던 캠페인 ‘작은 결혼식’과 ‘주폭 극복’의 주인공 9명 인물사진을 한자리에 모았다. 인물사진이고 자료성이므로 굳이 날짜를 밝힐 필요가 없는 사진이다. 이렇게 기획하면 다른 신문과 차별성이 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조선일보가 연일 1면에 올리면서 주장했던 사안들이니 자랑스럽게 2013년 첫날에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해가 뜨는 사진보다는 더 신선해 보인다.

 

 
 
 경향신문

2013-1-1-kh1.jpg  
 역시 기획성 사진인데 조선과 달리 관련기사가 있다. 신년호에는 으레 희망을 주는 뉴스를 보여주고 싶어하는데 이 사진의 내용도 희망적이다. 개교 당시 ‘문제아’가 꽤 많았다는 용인 흥덕고 1기 생들이 이번에 대부분 대학생 새내기가 된다는 내용이다. 역시 다른 신문사와 같을 수가 없는 참신한 방식이다. 꼭 대학생이 되어야만 희망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뭔가를 극복하고 새 발을 내딛는 풋풋한 학생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즐겁다. 31일에 찍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강윤중 사진기자님은 심도를 더 깊게 가져갔어야 했는데 어쩐 일인지 왼쪽 두 친구는 초점이 살짝 나갔다. 초상권 때문이라면 아예 얼굴을 가렸을터이니 그런 이유는 아닌 모양이다. 신문사진을 보면서 사진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모범적이지 못하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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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에 찍은 동부전선 최전방소초의 경계근무하는 병사 사진이다. 눈 쌓인 북녘산이 해를 받아 반짝거리면서 돋보인다. 평화의 메시지로 좋은 사진이다. 그러나 별로 신선한 사진은 아니다. 신년호나 송년호에서 DMZ 사진은 자주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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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극대륙 장보고 기지에서 선박들이 장비를 하역하고 있다는 사진이다. 12월 28일에 찍었다고 한다. 신년호엔 이렇게 극지방의 사진을 쓰는 경우가 왕왕 있다. 왜 그럴까 궁금하기도 한데 아마 새해를 시작하는 첫 지면이므로 독자들에게 지구의 한쪽 끝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모양이다. 비슷한 사례로는 북극, 아마존, 아프리카 등의 오지 취재를 들 수 있다. 여전히 잘 이해되지 않지만 다른 신문과 차별성은 확보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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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경포대 앞바다의 일출이라고 한다. 주변이 온통 검붉다. 역시 힘이 있어 보이지만 일출은 일출일 뿐이다. 언제 찍었다는 말이 없다. 신문에 나는 사진인데 왜 날짜를 적지 않을까? 이미지컷이란 국적 불명의 용어가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사진이 아닌 것도 아니다. 사진이길 포기했다면 사진기자가 굳이 찍을 필요가 없이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작업을 의뢰하면 될 일이다. 갈수록 사진기자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데 사진기자 자신에게 가장 큰 귀책사유가 있다.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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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63빌딩에서 바라본 일출사진이라고 한다. 7시 40분부터 2시간 40분 동안 30초 간격으로 찍어서 합성했다고 한다. 여러장을 디지털로 붙였다는 이야기다. 합성을 하고 나서 합성이라고 밝히면 명쾌하다. 그런데 뭐가 어색한 점이 있다. 7시 40분에 해가 지평선에서 나타났다면 2시간 40분 후엔 10시 20분에 마지막 컷을 찍었다는 소리다. 10시 30분이면 사진에서 보다시피 해가 꽤 높이 올라왔고 온 사방이 환해야 한다. 아래쪽은 야경인데 하늘은 파랗다. 아침과 밤이 동시에 표현되는 것은 어색하다. 게다가 언제 찍었다는 날짜는 여전히 없다. 신문은 하루 늦게 소식을 전하는 매체이며 신년호도 마찬가지다. 설령 12월 31일에 찍지 않았으면 어떠랴. 그냥 사실을 있는데로 보여주는 것이 더 생명력이 길다. 날짜를 표시하지 않으면 신문에 나는 사진이라고 하기 힘들다. 도준석기자님 추운날 바람 맞으며 고생했을 것인데 이렇게 지면에 쓰는 과정에서 허술하게 처리하면 고생의 의미가 반감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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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들여다 봤다. 아이디어가 넘쳐나서 무리수를 둔 사진이다. 셔터속도를 빨리 했고 반영을 이용해 물방울 속에 태극기 문양이 보이게 했다는 것이다. 어디에 존재해 있던 것을 찍은 것이 아니라 사진을 위해 만들어낸 이미지다. 이 아이디어를 살리고 싶었다면 실제 거리에 있는 태극기를 찾아서 그 앞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포착했어야 한다. 거리의 태극기는 높이 걸려있어서 이런 반영이 여의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걸 찾아내는 것이 사진기자의 일이다. 실내에서 태극기를 적당한 위치에 놓고 물방울을 수도 없이 떨어뜨렸을 것이다. 수조의 바닥에도 깔아야했을 것이다. 가끔 작품사진을 하는 작가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물방울의 반영을 찍기 위해 스튜디오처럼 환경을 꾸미고 바닥에 그림을 깔고 조명 쳐서 찍는 경우를 봤다. 그것을 연출이라고 부른다. 풀잎이나 거미줄에 이슬이 맺혀있는데 마침 그 근처에 해바라기 같은 것이 있어서 이슬방울 안에 해바라기가 들어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그건 연출이 아니라 제대로 찾아낸 실제의 이미지다. 이렇게 만들어 내버리면 사진기자 정말 아무나 한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 아이디어를 거리에서 찾아냈다면,  그래서 저 물방울 속에 거리에 있는 태극기의 문양이 (거꾸로라도) 맺혀있다면 얼마나 멋진 사진이 되었을까. 아깝다. 이런 오류를 피하기 위해 예술가들을 동원하는 방법이 있다. 설치미술가, 행위 예술가들에게 이런 작업을 하라고 시키고 그 결과물이나 과정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술인 아무개씨의 설치작업이라면 괜찮다는 뜻이다. 사진기자는 현장을 만드는 사람, 그러니까 창조하는 사람이 아니다. 있는 이미지를 옮기는 사람이다.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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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기사에 물리는 사진이다. 손수레에 폐지를 가득 싣고 고물상으로 향하는 어느 할아버지의 사연을 글 기사로 옮겼고 그 내용에 해당하는 사진이 실렸다. 12월 27일 오전에 찍었다고 솔직히 밝히고 있다. 31일에 찍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되지 않는다. 요컨대 이런 사진은 스트레이트 현장이 아닌 기획기사다. 어차피 속보경쟁에선 웹을 따라가지 못하는 세상에서 신문은 기획기사로 승부를 걸어야하는 것이고 몇 일 전에 찍었다고 해서 부끄러울 일이 하나도 없다. 독자들을 속이는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

 

 

 사진을 찍는 사진기자로서 한때 이런 사진, 즉 관련기사에 물리는 사진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다. 지금은 명쾌하게 정리가 되었다. 관련기사에 물리는 관련 사진이 아니라 관련 사진에 물리는 관련 글기사라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나중에 이 지면을 기억할 때 누가 저 제목과 저 글의 내용을 기억할 것인가? 1년, 아니 몇 달만 지나면 결국 기억나는 것은 저 사진밖에 없다. 그러니 주종관계가 명확한 것이다.  유례없이 추운 겨울 날씨 속에 2013년이 시작되었다. 이런 날에 제일 고생하는 것이 사진기자들이다. 금년에도 좋은 사진 많이 찍어서 멋진 지면 만들어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힘들내시라!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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