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곰삭은 어머니, 삶 일군 몸 속울음 켜켜이

곽윤섭 2012. 0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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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미식 특별초대전 <삶의 도구>

 ‘아프리카 작가’ 딱지 떼고 ‘이제야 말할 수 있다’

 주름진 손발이 논밭, 고랑과 이랑마다 세월 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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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포함하여 세계 100여 개국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 한국 사진가 신미식이 9월 12일부터 사진전 <삶의 도구>를 연다. 이번 전시는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의 특별초대전 형식으로 열린다. 많은 나라에서 사진을 찍었지만 그동안의 신미식은 에티오피아, 마다가스카르 등 아프리카를 주무대로 삼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엔 우리 땅과 우리의 삶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방향을 튼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관심이 있던 이야기였으나 좀처럼 입을 열지 않다가 “이제야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야겠다.

 한국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들 중에서 주 작업무대가 외국이니 작가들이 꽤 있다. 반면에 좀처럼 외국 사진을 찍지 않고 한국의 이슈와 상황을 따라가는 작가도 있다. 간혹 만나게 되면 양쪽 모두의 변을 듣는다.
 한 명이 아닌 여러 작가의 반응을 모은 것이다.
 “흥이 나질 않아. 마음이 동하질 않아. 새로움이 없다는 이야기도 되겠네요. 너무 익숙한 상황이어서 그런가. 사진을 하려고 보니 벌써 한국을 찍는 작가들이 많고 다들 잘하고 계셔서 내가 뛰어들 일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이번엔 한국에서만 찍는 작가들의 이야기다.
 “다른 곳은 나에게 맞질 않아. 잘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굳이 내가……. 내가 잘 모르는 나라에선 나의 이야길 할 수가 없어. 비행기 값을 대주면 나도 잘 찍을 수 있어(이건 최민식 선생의 반농반진)”
 
 모아두고 보니 양쪽의 이야기가 어째 비슷해 보인다. 늘 해오던 것이 아니어서 갑자기 바꾸려니 부담스럽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사진가들의 이야기는 새겨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사실 한국과 외국의 작업을 모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것이다. 이갑철작가도 파리를 비롯한 유럽에서 작업을 한 적이 있다. 마찬가지다. 신미식도 한국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걸 발표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뿐이다. <아프리카>라는 이름표의 무게가 무거웠을 법도 하다. 그러나 이번에 신미식 작가가 한국 땅에서 찍은 사진만으로 구성된 전시 <삶의 도구>를 한다고 해서 완전히 사진 인생의 내용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더 지켜볼 일이지만 의지가 있다면 한국이든 외국이든 땅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삶의 도구>는 이제 50을 막 넘긴 작가가 살아오면서 가장 담고 싶었던 주제라고 한다. 작가의 어머니는 13남매를 낳아 기르신 분이라고 한다. 이제는 기억 속에 남아있는 어머니의 거친 손과 발을 다시금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논일, 밭일, 집안일을 할 때 호미 같은 것 외의 도구도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도구는 몸 그 자체다. 일의 주체는 손과 발과 허리다. 그래서 전시되는 사진은 온통 손과 발에 대한 묘사로 채워져 있다. 손은 호미를 닮았으며 발은 밭을 닮았다. 흑백이 아닌 컬러로 찍더라도 시골의 흙에서 일하는 부모는 흙의 색과 질감을 닮아간다. 하물며 이번 전시는 흑백이니 작가 신미식의 캔버스는 흙빛이다. 핏줄이 크게 드러난, 아니 불뚝한 핏줄밖에 보이지 않는 손에 쥐어진 고추는 손을 닮았다. 채소밭에 들어가 밭일을 하는 저 꽃무늬 옷의 어머니는 밭의 일부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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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전시를 앞두고 잠깐 신작가를 만났다. 작가는 “이번 전시 때는 많은 사람이 울고 가게 만들겠다”고 했다. 사진전시를 준비하면서 본인이 많이 울었다는 소리를 이렇게도 하는구나 싶었다.
 전시는 숙명여자대학교 르네상스 플라자 B2 문신미술관 문갤러리, 무지개갤러리에서 10월 2일까지 열린다. 문의 02-2077-7052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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