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도 연기도…인생은 아직 막 내리지 않았다

사진마을 2016. 06.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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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 <10> '노인인권 지킴이' 무지개인형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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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 학대·차별 등 녹여넣어 절절
 지금, 여기 현실처럼 생생
 
 인형과 한몸 되다보면
 관객도 울컥, 연기자도 뭉클
 
 인형 손수 만들고 녹음·편집도 직접
 막 뒤 단원들 손발 맞춰 척척
 
 위암 수술받고도 곧바로 무대로
 팔 쓰는 연기라 하루 백 번씩 팔운동
 
 2009년 창단 이후 229회 공연
 입소문 나 접수 끝나도 요청 밀물
 

 

 

무지개인형극단은 2009년에 서울특별시립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에서 ‘노인인권지킴이단’으로 창단되었다. 2016년 5월 말을 기준으로 총 229회의 노인인권인형극 공연봉사를 했고 현재까지 2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노인대학, 사회복지기관, 관공서, 어린이집, 요양시설 등을 방문하여 다양한 연령층에게 노인인권을 알리고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데 힘쓰고 있다. 지난 1월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아 인형극 연습을 지켜보고 단원들과 인터뷰를 했다.
 
 방랑객 김삿갓 내세워 엿본 애환
 
 이날 한 시간가량 실제 공연처럼 진지하게 연습한 작품은 ‘저녁 안개가 머무는 곳’으로, 등장하는 장대인형이 20여 개에 달했고 16명의 단원들이 막 뒤에서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관객들은 막 위에서 움직이는 인형만 볼 뿐 뒤에서 어떤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흔히들 물 위의 백조는 우아하지만 보이지 않는 백조의 발은 쉴 틈 없이 움직인다는 틀린 표현을 쓰곤 한다. 조류학자들에 따르면 물에 뜬 백조는 발을 그리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백조와 달리 인형을 다루는 배우들은 극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저녁 안개가 머무는 곳’은 방랑객 김삿갓이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만나게 되는 세 가정의 애환을 담고 있다. 이혼한 아들 내외를 대신해 8년째 손자들을 돌보느라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는 노인 부부가 등장하고, 어려운 형편으로 자식들을 가르치지 못한 것 때문에 자식들의 공격을 받는 황 노인 부부의 딱한 사정도 절절하고 생생하다. 그러다 보니 인형을 다루는 어르신 배우들의 표정은 어느 순간 극의 전개에 따라 인형의 연기와 한 몸이 되기도 했다.
 연습이 끝나고 단장 소원인(80)씨를 포함하여 이숙대(87)씨, 박교숙(77)씨, 강성배(79)씨와 자리를 함께 했다. 2009년에 극단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소원인 단장은 “예전엔 공직에도 있었고 연극과 별 관계가 없었다. 취미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푹 빠져있다. 우리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노인인권에 관한 인형극이다. 노인 학대, 차별, 같은 내용을 섞어 짜 극을 진행하니 관객들이 관람하다가 눈물도 흘리고 현실을 느끼고 한다. 우리는 막 뒤에서 연기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을 본다. 물론 연기하는 우리도 순간 순간 극의 내용에 몰입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소 단장은 무지개인형극단의 대들보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2010년에 공연 나갔다가 위암으로 큰 수술을 받았는데 20일 정도 쉬고 다시 인형극 공연을 위해 무대에 오른 적이 있다. 주위 사람들이 걱정할까 봐 입원사실을 감춘 채 통원치료를 받으며 나온 것이다. 최근에도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다니면서 이날 연습에 나올 정도로 열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소 단장은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여기 계신 분들은 헌신적이다”라고 손사레를 쳤다. 이날 ‘춤추는 여자’, ‘며느리’, ‘사회복지사’역의 인형을 연기한 박교숙씨는 헷갈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두 번 한 것도 아니고 문제없다. 관중이 많으면 신이 나서 더 열심히 할 뿐이다. 극이 진행되는 40분 동안 계속 팔을 들고 있어야 하니 평소에 헬스에 가서 팔운동을 한다. 키가 작다 보니 인형을 높이 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on01.jpg » 극중 황노인 부부의 아들이 “왜 공부를 시켜주지 않았느냐”고 행패를 부리는 장면. 배우들의 표정이 굳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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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04.jpg » 공연 연습을 끝낸 단원들이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했다.
 
 16명 중 1명만 빼고 70살 이상
 
 5년째 극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성배씨는 “인형도 우리가 다 만든 것이다. 녹음도 직접 했는데 대사를 모두 외워야 한다. 편집도 하고 물론 연기가 중요하다. 연극과 다를 바가 없다. 오늘 내가 맡았던 역할은 ‘황 노인’으로 주인공급이다. 하하”라고 말했다. 이숙대씨는 “나도 하루에 백 번씩 팔운동을 하면서 체력관리를 한다. 우리는 인권을 전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가장 기억이 나는 것은 첫 작품 ‘황혼의 언덕’이었는데 거기 보면 시어머니를 제주도에 버리고 오는 며느리와 아들이야기가 나오는데 음료수 사러 간다고 해놓고 안 오는 거야. 첫 작품이기도 하고 감정이 몰입되었지”라면서 웃었다.
 어려운 점이 뭐냐는 질문에 일행은 “표정연기가 어렵다. 내 역할을 남에게 대신 맡기기가 힘드니 몸이 좋지 않을 때도 다들 책임감을 가지고 나온다”라고 입을 모았다.
 장대인형극에선 통상 인형 하나에 배우 두 명이 붙는다. 인형은 평균 1킬로그램 이상으로, 들어보니 묵직했다. 주연배우가 오른손으로 장대를 들고 왼손으로 인형의 입술을 움직이면 엑스트라는 인형의 오른팔 동작을 연기하면서 주연배우의 팔을 받쳐주기도 한다. 현재 단원 16명 중 1명만 빼고 70살 이상이다. 인형극이 노인의 심정을 잘 대변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상반기 접수가 마감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공연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복지관 담당자가 전했다.

 

 글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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