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을 멈춰 세운, 빛의 어둠-어둠의 빛

곽윤섭 2012. 0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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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매커리 <빛과 어둠사이>

그때 거기. 그 순간만의 색채과 빛 포착

그 속에 사진 있고 사진 속에 그가 있다


 

China,2004.jpg

이 기사에 삽입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Steve McCurry에게 있으며 무단으로 배포 또는 가공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인다”는 이야기는 조선을 건국했던 태조 이성계와 그의 친구이자 멘토였던 무학대사와 이성계 사이에 이루어진 대화다. 사진의 속성을 잘 표현해주는 대화이므로 사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무릇 사진이라고 하는 것은 카메라를 든 이가 세상을 주유하다가 어느 순간, 어느 장면에 감흥을 느끼고 셔터를 누르는 행위의 산물이다. 이 때 무엇을 찍느냐가 중요하다. 외형적으로 보자면 그 무엇에 해당하는 것은 세상을 재단하는 일이다. 세상을 재단한다는 것은 시공간을 잘라냄을 뜻한다. 시간과 공간을 분리할 순 없다. 삼라만상 우수마발 중에서 정해진 프레임을 어떤 특정 시간대에 도려내는 것은 선택의 행위이다.
 한편, 내면적으로 볼 때 ‘무엇’에 해당하는 것은 사진가의 시선에 따라 결정된다. 사진가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자신만의 독특한 눈(렌즈, 카메라 뷰파인더, 시선, 관점, 철학, 시대정신)으로 세상을 봄을 뜻한다. 색채와 빛의 마법사, 스티브 매커리는 세상의 모든 것을 바라볼 때 그만의 기준점을 가지고 있다. 사진에서 보듯 나그네와 농부와 환경미화원과 기차를 기다리는 승객, 행군하는 군인, 무술을 연마하는 소림사 스님 등 장삼이사들을 같은 눈으로 바라본다. 바라보다가 찍는다.
 직업과 인종과 성별과 연령의 차이는 별 의미가 없다. 부처 눈엔 부처가 보인다. 스티브 매커리란 사진가의 눈엔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같은 인격체로 보인다. 하나의 인격은 세상 어디선가 마주치는 다른 어떤 인격체와 동등하다. 물론 65억 지구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다. 이것은 개성이 다르다는 것일 뿐, 인격의 무게는 동등하다. 인격의 무게는 바로 영혼의 무게다. 티베트의 승려와 인디아 델리역의 승객과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관광객과 파키스탄에서 기차에 매달린 웨이터는 모두 동등한 무게의 영혼을 가졌다. 영혼을 어떻게 사진으로 옮길 수 있을까. 스티브 매커리의 사진엔 꼭 사람이 등장하고 그 사람은 크기와 상관없이 품위가 있다. 품위 있게 일하고 대화하고 공부하고 밥을 먹고 걸어간다. 품위는 화려함을 뜻하지 않는다. 우아함을 뜻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충실할 뿐이다.
 
 스티브 매커리는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사진을 훈련하고 작업함에 있어서 규칙적인 기본에 입각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불교의 승려라면 당신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매일 닦아야 한다. 당신의 자리를 잡고 명상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발레리나이거나 바이올린 연주자라면 역시 당신은 매일 같이 규칙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당신이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매일 찍고 매번 그 작업을 바라봐야한다. 당신은 당신이 찍은 사진과 작업을 보면서 당신의 의도와 결과물이 어떤 간극이 있는지 살펴보고 그 간극을 줄여나가도록 애써야 한다”


 스티브 매커리의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승려, 바이올린 연주자, 발레리나처럼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을 꼬박 꼬박 해나가고 있다. 이것은 결국 스티브 매커리가 사진을 찍는 방식과 같다. 스티브가 사진을 찍는 것은 그의 일이다. 스티브의 사진 속엔 스티브가 들어있다. 사진가와 사진을 분리할 수 없다. 스티브의 눈에 보이는 청소부는 사진을 찍듯 청소한다. 신문을 본다. 노를 젓는다. 공부하고 밥을 먹는다. 스티브는 사진 속에서 본인을 발견하고 있다. 그는 사진 속에서 터번을 두르고 노를 젓는다.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쓴다. 어느 날 문득 코끼리 옆에서 책을 읽고 있는 것이다.
 ‘성자가 된 청소부’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성자가 될 필요도 없다. 청소하는 것, 길을 걷는 것, 물고기를 잡는 것이 모두 자신의 일이다. 스티브 매커리가 보는 모든 것, 모든 사람, 모든 동작엔 불성이 들어있다. 책을 읽고 바람을 쐬고 산책을 하는 일에 다 불성이 들어있다. 부처가 아니라 예수라는 단어로 대체해도 무방하다.
 
  “나는 습관처럼 어제 갔던 곳을 오늘 다시 방문한다. 어제와 조금이라도 다른 변화가 생길 것을 기대하면서”
  빛의 변화를 예상하고 여러 날 지켜보다가 마침내 원하던 빛과 만나는 순간 사진을 완성시키는 사진가 스티브 매커리는 시간과 싸우는 사람이다. 전시는 ‘공간구성’, ‘시각성’, ‘색상’, ‘내재된 힘’의 네 섹션으로 구성되어있다. (02-511-2930~1)
 

Delhi,India,1985.jpg


 이곳은 인디아 델리의 오래된 기차역이다. 기차는 인류를 깜짝 놀라게 만든 발명품 중의 하나다. 기차는 공간이동 속도를 획기적으로 앞당겼다. 그전까지 가장 빠르던 운송수단이었던  마차보다 비교할 수 없이 빨랐다. 시간과 공간을 분리해서 설명할 수 없다. 하루 걸려서 가던 곳을 1시간 만에 닿게 해준다는 것은 혁명이었으며 사람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었다. 승객들이 서성거리고 있으며 한 남자는 신문을 보고 있다. 신문은 먼 곳의 소식을 코앞에서 전해 들려주는 매체다. 지구 반대편의 이야기도 신문을 통해서 알 수 있게 해준다. 기다랗게 늘어진 빛이 그 만큼 긴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사진 속에서 시공간은 정지한다. 스티브 매커리는 세계 곳곳에서 붙들어낸 완벽한 빛과 어둠의 순간을 전 세계의 관객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sm01.jpg » Agra, India, 2000

sm02.jpg » Fisherman on Inle Lake, Burma, 2008

sm03.jpg » Kesennuma, Japan, 052011

 

  

 

 

Pakistan,1983.jpg

 

 

 글/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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