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찍어야 사진이다

사진마을 2016. 0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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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다르게, 어제 내가 찍은 것과 다르게

마이산을 마이산처럼 보이지 않게 하려면

 

kk2.jpg » 1위 -김만평님

 

한겨레포토워크숍 22기 진안편 특별 이벤트 ‘마이산을 다르게 표현하기’ 콘테스트 투표가 종료되었다. 사진마을을 통해 19명이,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15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3번과 7번이 각축을 벌였고 2표 차이로 3번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김만평님의 마이산.
“마이 다르죠^^” 김만평님과 상의하여 약속대로 소장하고 있는 사진집 중에서 원하시는 책을 한 권 보내드린다.

  나는 1, 7, 8번에 투표했다. 제 투표는 1위의 당락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음을 밝힌다. 이제 사진에서 다르게 보기가 어떤 의미인지 이 자리를 통해 한 번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물론 사진마을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으니 의견은 언제든지 수용한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다른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대안이 있는가? “셔터를 누른다”는 표현은 카메라가 사진을 찍는 기계라는 뜻에서 직설법이다. 옛 어른들은 “한 방 박는다”는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이것은 사투리가 아니고 상스러운 표현도 아니다. 이름을 박는다. 명함을 박는다는 것은 새긴다는 것으로 들린다. 활자가 연상이 된다. 네거티브 필름을 현상하거나 사진을 인화하는 과정을 생각하면 일리가 있다. 또 어떤 표현이 있는가? 영어로 하면 take a picture(photo)가 직설적이며 노출을 주다(take a exposure), 쏘다(shoot) 등도 사진 찍는다로 쓰인다.

  오늘 이 자리에선 사진을 찍는다는 표현을 문장에서 어떻게 구사할지를 찾아보자는 게 아니다. 사진을 찍는 이유 혹은 명분에 대한 접근이다. 사진철학 또는 사진론이란 것이 과연 실제로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진을 왜 찍는지에 관한 접근을 하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찍는데 그치지 않고 SNS를 통해 열심히 사진을 전파한다.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고 페이스북만 사용(?)하는데 엄청난 사진들이 올라온다. 포털사이트에 가보면 ‘오늘의 사진’이란 코너에도 숱한 사진들이 쏟아진다. 몇 년 전에 한국에서 가장 시장 점유율이 높은 포털에서 ‘오늘의 사진’ 심사위원을 했었는데 그때 쓴소리를 한 적이 있다. 

  누군가의 사진이 올라오면 그 밑에 댓글을 달아주는 것이 하나의 인사나 예의 같았다. ‘~’ 이렇게 생긴 물결무늬 아이콘만 올리는 사람들이 있길래 “그런 댓글은 이도 저도 아무 것도 아니니 생각 좀 하고 짧더라도 본인의 의견을 씁시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XX 잘 났다~~”식의 악플도 몇 개 붙었지만 공감한다는 사람도 몇 있었다. 그 외 몇 가지 원칙을 공표하고 심사를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해외에서 찍은 사진보다는 한국에서 찍은 사진, 한국에서 찍은 사진이라도 명소에서 찍은 것보다는 일상에서 찍은 사진, 그리고 새로운 사진은 늘 필수조건이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에 대해서 페친인 우리는 ‘좋아요’를 눌러준다. 최근엔 슬퍼요, 화나요까지 선택이 조금 다양해졌지만 아직 ‘싫어요’나 ‘난 반댈세’는 없다. 또는 ‘식상해요’나 ‘많이 본 사진이에요’라는 것이 있다면 나는 수시로 누를 의향이 있다. 왜 똑 같아 보이는 사진을 그렇게도 찍어서 올리는 것일까? 물론 나도 그런 똑 같은 사진을 올리는 사람이다. 그리고 ‘식상해요’가 생겨도 누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완전히 따돌림당할 수 있다. ㅎ
 사진을 찍는다는 표현을 다르게 하자면 “다르게 찍는다”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아닌 그 누구든지 사진을 찍는다면 남과 다르게, 어제의 나와 다르게 찍어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진을 찍을 자격이 없다. 남이 찍었던 것을, 어제 내가 찍었던 것을 왜 오늘 내가 다시 찍는단 말인가? 자존심의 문제다. 이렇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세상에서 아무도 사진을 찍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좀 느슨하게 접근한다. 어제 나온 사진을 오늘 또 찍을 수는 있다. 그런데 그걸 발표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창작이야 자유이지만 남들이 볼 수 있게, 혹은 남들이 보라고, 혹은 남들이 볼 가능성이 있는 곳에 사진을 올리는 것은 어떤 의미든 발표다.

  이런 측면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 “감히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다. 다르게 찍는 것이 가능하니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오늘도 나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서 ‘싫어요’, ‘식상해요’, ‘어제 본 사진과 다를게 없어요’라는 버튼을 찾고 있다.

 

kk3.jpg » 2위 -송영관님

kk1.jpg » 1번-김경숙님

kk4.JPG » 8번-이동준님
 
 마이산 다르게 찍기는 그런 차원에서 시작했다. 사람들은 다르게 찍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쓸 것인가?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김만평님의 마이산은 반영을 통한 방법이다. 역암으로 이루어진 마이산이란 점에 착안하여 물속의 마이산 실루엣 속에 자갈이 보이게 찍었으니 좋은 방법이었다.

  그런데 나는 1, 7, 8번에 투표했다. 1번은 우아한 사진이다. 다르게 찍는 것은 기본이고 우선 사진 자체의 완성도가 있어야 한다. 1번에서 동원된 방법은 사진 전체에서 마이산을 하나의 구성요소로만 포함시켜 약화시키는 방법이다. 이 방법의 위험성은 자칫 마이산이 주 피사체로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데 있다. 그러나 1번은 소나무나 물이나 건물이나 여인을 찍은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으니 마이산이다. 

  7번은 송영관님의 사진이며 2표 차이로 2위를 했으니 전체 유권자의 의견과 내 의견이 거의 접근했다. 마이산이 암수 두 개의 봉우리로 존재한다는 점에 착안해 엉덩이처럼, 복숭아처럼 골이 생긴 마이산의 일부를 보여준다. 크게 볼 때 전체 대신 부분이란 방법에 속한다. 

  8번은 이동준님의 사진이다. 오른쪽 위에 걸치고 찍어 마이산을 약화시켰다. 1번의 방법과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1번은 복잡한 전체에서 숨은 그림 찾기였다면 8번은 친구와 나란히 세워 혼돈을 주는 방법이다. 마치 유명 배우가 그와 유사하게 생긴 인물, 닮은 꼴 배우와 나란히 서있게 한 것이다. 닮을수록 더 재미있다. 이걸 거울이나 물에 비치게 한다면 반영의 방법이니 쉽다. 반영이 아닌 상태를 찾아내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방법이 더 있고 나는 그 방법에 대해 정리를 해 두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현장에서 한 시간만에 목련을 재해석하는 것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었다. 그 학생들 덕분에 정리를 하게 되었지만 사실 기존에 존재하는, 그러나 사람들이 깨닫고 직접 구사하려 들지 않는 방법들이 있다. 한 번의 이벤트를 더 하고 그 방법들을 총정리해서 공개하겠다. 두 번째 이벤트는 다음 주초에 사진마을 사이트의 신장개업(부분 리모델링)이 오픈되면 그때 할 것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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